흥국생명, 지난 2년 연속 챔프전 준우승 아픔 씻을까

이보미 / 기사승인 : 2025-03-31 11: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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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 직행한 원동력은?
한준
김연경을 디폴트로 본다면 정윤주의 활약. 그리고 아시아쿼터(AQ) 교체 카드 성공사례로 꼽히는 피치다. 또한 투트쿠의 부상으로 인해 일시 대체선수로 합류한 마테이코가 그래도 잘 버텨줬다. 이런 부분이 정규리그에서 1위로 이끈 원동력으로 본다. 리베로 신연경이 차지하는 비중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보미 세터 이고은, 리베로 신연경 영입 효과가 컸다. 불안요소를 지우며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또 개막 14연승을 달리면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덕분에 투트쿠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도 버틸 수 있었다. 보다 여유롭게 챔프전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희수 단연 정윤주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김연경의 대각 한 자리에 대한 고민을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김연경이 후위로 내려갔을 때 갑자기 경기 흐름이 불안해지면서 경기를 패하는 그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윤주는 다르다. 전위에서는 호쾌한 공격으로 김연경을 계속 전위로 끌어올리고, 후위에 가면 강력한 서브와 간헐적인 백어택으로 제몫을 했다. 흥국생명 정규리그 1위의 1등 공신이다.

현일 여전히 김연경이 주축인 팀이지만 이번만큼은 전부는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 투트쿠가 제 몫을 해 줬을뿐더러 정윤주 등 김연경의 대각에 들어간 선수들이 특히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흥국생명은 또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블로킹 시스템이 상당히 견고해진 느낌이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잠시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강팀다웠다. 물론 이적생 이고은과 교체 아시아쿼터 선수 피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흥국생명이 갖고 있는 챔프전 리스크는?
한준
부담감이다. 흥국생명은 2022-23, 2023-24시즌 모두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경험을 김연경을 포함해 거의 모든 선수들이 겪었다. 이번에도 마지막을 그르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되려 선수들이 코트에서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경기 중 흔들릴 수도 있는 불안 요소라고 본다.

보미 심리적 압박감이다. 한국도로공사의 0% 기적을 눈앞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역시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확률, 수치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희수 부담감과의 싸움이다. 현대건설과 정관장이 시즌 막바지에 부상 리스크로 인해 나란히 추락하면서, 지금의 분위기는 흥국생명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수준이라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김연경의 은퇴 시즌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서, 흥국생명의 우승은 사실상 무조건 이뤄져야 하는 우승이 된 것 같다. 이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들의 배구를 우직하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일 약점을 찾기 어려운 듯하다. 굳이 꼽을 순 있겠지만 공염불이다. 하물며 투트쿠의 부상 리스크까지 해결됐다. 다만 약점이 없는 게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챔프전에선 에이스를 활용한 어느 정도의 도박 수도 필요한 법인데, 흥국생명은 무난한 분산 투자를 택했다. 김연경이 중심을 잡아주는 아주 견고한 팀이지만, 한 번 꼬이면 크게 무너질 수 있다.



흥국생명의 키플레이어는 누구?
한준
세터 이고은과 정윤주. 2단 연결 횟수가 늘어난다면 아무리 처리를 잘해주는 김연경이라고 해도 체력적인 그리고 경기 집중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윤주는 공격 2옵션으로 반드시 활약해야 한다. 상대 블로커들이 특정 선수(김연경)를 집중 견제하는 상황을 최소화한다면 흥국생명의 통합우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보미 정윤주. 정윤주의 과감한 플레이가 챔프전에도 통할까. 이번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정윤주는 이제 코트 위에서 어엿한 에이스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자신감도 올랐다. 정윤주의 파워풀한 공격이 펼쳐진다면 흥국생명의 통합우승도 가까워질 것이다.

희수 투트쿠. 사이드 블로킹 싸움에서 흥국생명의 선봉장에 설 수 있는, 리그 최고 수준의 사이드 블로킹 능력을 갖춘 선수다. 정관장전에서는 세트당 블로킹이 시즌 평균에 비해 저조했지만, 현대건설전에서는 시즌 평균보다 수치가 좋았다. 누가 상대가 될지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을 투트쿠다.

현일 전반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팀이지만 나이가 어린 정윤주가 봄 배구의 압박감을 이겨낼지 궁금하다. 프로 입단 4년 차인 정윤주는 이번 시즌 내내 김연경의 대각에서 맹활약했다. 포스트 시즌의 무게마저 견딘다면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할 거란 기대도 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 해피엔딩이 될까?
한준
흥국생명은 지난 두 시즌 모두 마지막에 고개를 숙였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은 결과와 마주했다. 이번만큼은 다를 것 같다. 현대건설이든, 정관장이든 흥국생명과 맞대결할 팀 모두 주전 선수의 부상 이슈를 안고 있다. 100% 전력으로 흥국생명과 맞대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의 통합우승 가능성은 99.99%라도 봐도 무방하다.

보미 김연경은 국내 복귀 이후 V-리그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현재 전력상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이번에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또 마지막이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팀 동료들과 함께 달려온 시간들, 팬들과 함께 호흡한 시간들 모두 값진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의미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희수 두 팀에 비해 팀 컨디션과 분위기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또 김연경의 은퇴 선언이 시즌 중에 이뤄진 것은 흥국생명 선수들을 끝까지 응집시킬 원동력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해피엔딩이 이뤄질 가능성은 분명 크다. 결국 상술한 부담감과의 싸움에서만 이긴다면, 배구 황제는 대관식을 치르며 왕좌에서 내려오는 이례적이고도 멋진 광경을 만들 수 있다.

현일 해피엔딩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더욱이 최근 현대건설과 정관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흥국생명의 우승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그리고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 배구의 아이콘이었던 그의 마지막에 어떤 아쉬움도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 편집부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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