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재건 첫걸음 뗀 현대캐피탈...프랑스 명장의 융통성·유연함 빛났다

장충/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2-22 17: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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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꺾고 정규리그 1위를 조기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건 2017-2018시즌 이후 이번이 7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점수 3대1로 꺾었다. 토종 에이스 허수봉(28점)과 특급 외인 레오(22점)가 50점을 합작한 덕분이다.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3을 챙긴 현대캐피탈은 지금까지 총 76점(26승4패)을 쌓아 남은 6경기와 관계없이 1위를 결정지었다. 2위 대한항공(승점 57·19승11패)과 3위 KB손해보험(승점 53·19승 10패)이 잔여 경기에서 최대 각각 18점, 21점을 확보해도 결과는 변함없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내내 '절대 1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28일 OK저축은행전을 시작으로 올해 2월1일 삼성화재전까지는 패배 없이 16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필립 블랑 감독 부임 1년 차 만에 거둔 쾌거다. 현대캐피탈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명가 재건을 목표로 대대적 쇄신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일본 남자 대표팀의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준우승을 이끈 블랑 감독을 팀의 사령탑으로 데려오며 큰 화제를 낳았다. 아시아 국가가 이 대회 남자부 준우승을 차지한 건 당시가 처음이다.

현대캐피탈이 흔들림 없이 정규리그 1위에 도달한 데는 블랑 감독의 '융통성'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그간 본지 인터뷰를 종합하면 블랑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강요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일례로 블랑 감독이 레오와 허수봉을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조합으로 낙점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두 명 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돼 있어 리시브에서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흔히 공격형 아웃사이드 히터와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를 나란히 기용해 공수 균형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블랑 감독은 당장 현대캐피탈이 우승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레오와 허수봉의 화력을 100% 활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리시브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이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치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랑 감독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리시브 6위(효율 31.78%), 디그 7위(세트당 9.556개), 수비 7위(세트당 15.157개)로 대부분의 수비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지만, 팀의 공격력 측정 척도로 볼 수 있는 공격 종합(성공률 53.75%), 서브(세트당 1.546개), 블로킹(세트당 2.806개)에선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리베로 박경민이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쳐 허수봉과 레오의 부담을 줄인 것 역시 주요했다.

블랑 감독은 최근 레오의 리시브 효율이 떨어지자 아시아쿼터 공격수 신펑 대신 전광인을 리시빙 아포짓으로 활용하는 '유연함'까지 선보였다. 전광인은 한때 대표팀 에이스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냉정하게 아포짓 스파이커 자원감은 아니다. 큰 키와 압도적인 높이로 승부하는 일반적인 아포짓 스파이커와 달리 수비와 공격 모두 준수한 공수겸장형 선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랑 감독은 전광인이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리시브를 받게끔 수비 범위를 조정해 레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리고 레오는 이날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3개를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 기준을 가감 없이 충족했다. 블랑 감독은 "전광인을 투입하면 레오의 리시브를 보강할 수 있다. 요즘 레오가 지난달에 비해 리시브 효율이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이 로테이션이 레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2024-2025시즌 현대캐피탈 이전 남자부에서 역대 가장 빨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팀은 2012-2013시즌 삼성화재였다. 남자부가 6개 구단 30경기 체제였던 당시 삼성화재는 5경기를 남기고 축포를 쐈다. 7개 구단 36경기 체제에서는 2017-2018시즌 현대캐피탈이 4경기를 앞두고 역대 가장 일찍 1위를 굳혔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우리카드전 승리로 6경기를 덜 치르고 조기 1위를 달성했다.

이제 현대캐피탈의 시선은 창단 5번째 우승으로 향한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은 2018-2019시즌이 마지막이다. 또한 통합우승은 2005-2005시즌이 처음이자 끝이었다. 이미 이번 시즌 컵대회에서 11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를 넘어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하면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위업을 이루게 된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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