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난 3시즌 동안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탈리아 국적의 아본단자 감독은 2023년 2월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2022-23시즌 도중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 이미 이탈리아, 튀르키예 리그는 물론 캐나다 대표팀 등에서 경험을 쌓아온 감독이었다. 아시아에서의 도전은 처음이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연경과도 그렇게 재회할 수 있었다.
2022-23, 2023-24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준우승의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이 더 간절했다. 2024년 비시즌 선수 보강으로 전력을 끌어 올렸고, 마침내 2024-2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물론 2024-25시즌 우승에도 흥국생명과 동행은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을 떠난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감독으로 2024-25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다시 흥국생명의 홈경기장이기도 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을 찾기도 했다. KYK 인비테이셔널 초청을 받은 것. 그에게 익숙한 공간이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 종료 후 다음날 출국했던 아본단자 감독이 약 한 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더스파이크>와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구단이 동행을 그만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 전에 복수의 팀들로부터 오퍼를 받기도 했지만 그 결정 이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나도 흥국생명에 남거나 혹은 타 팀에서라도 계속 지도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있으면서 좋은 기억, 좋은 감정도 남아있다. 물론 안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다만 유럽과 달리 큰 도전이었다.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면 문화가 달랐다. 첫 번째로 의사소통을 할 때 늘 통역이 필요했고, 또 이탈리아와도 멀어서 가족들과 통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좋은 환경이나 선수들과 지내는 것이 좋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계속해서 “한국이 감독으로 지내기 어려운 나라가 아니라 그 다름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뜻이다”며 힘줘 말했다.
흥국생명을 향한 팬들의 트럭 시위도 화제였다. 그 시위 문구 중에는 ‘감독 교체’도 있었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굳이 비교를 하자면 10개의 부정적인 의견이 2000개의 긍정적인 의견보다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팀에나 이슈가 발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음을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직전 시즌 종료 후 일본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의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다. 건승을 빈다”면서 “가장 좋은 팀에서 생활을 했던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나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구적으로나 그 외적으로도 많이 배웠던 시간이다. 이 경험들을 토대로 나 스스로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터 김다은, 정윤주, 정지윤, 김세빈,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 등 잠재력을 갖고 있는 유망주들이 많다. 다만 웜업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더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행은 아본단자 감독 스스로에게도 모험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됐다.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그에게 한국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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