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가 될까.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는 2023-24시즌 종료 후 치러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기대를 걸었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 레오(쿠바)가 참가해서였다.
전 시즌 레오의 소속팀이던 OK저축은행이 재계약하지 않는 바람에 드래프트를 앞두고 그에게 관심이 몰렸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였고 레오를 영입하기 위해 요스바니(쿠바)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드래프트 지명 순위를 정하는 구슬 추첨에 나섰다.
그러나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추첨 결과 1순위 지명권은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가 재계약하지 않은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레오는 이에 따라 2순위 지명이 유력했는데 삼성화재는 2순위가 아닌 6순위로 밀렸다.
레오는 구슬 추첨에서 2순위가 나온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에서 뛴 마테이 콕(슬로베니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테이는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V-리그 코트로 나서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교체됐고 블라디미르 그로즈다노프(불가리아)가 대체 선수로 왔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덕을 못봤다.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한 그로즈다노프를 시즌 도중 막심 자갈로프(러시아)로 바꿨지만 결과적으로 교체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24-25시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한국배구연맹(KOVO) 주최로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가 진행됐다. 삼성화재는 1년 뒤에도 다시 한 번 6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내심 앞선 순번을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구슬 추첨 운은 따르지 않은 셈. 삼성화재는 6순위로 2024-25시즌 우리카드에서 뛴 미힐 아히(네덜란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아히도 1년 전 마테이와 마찬가지로 부상 이슈를 갖고 있다. 아히는 2024-25시즌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V-리그 6경기 만 뛰고 우리카드를 떠났다.
아히는 시즌 아웃 부상을 당한 건 아니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기센으로 돌아가 남아있던 시즌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그러나 삼성화재 입장에선 1년 전 기억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다행인 부분도 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앞서 열린 아시아쿼터(AQ) 선발에서 신장 204㎝인 장신 세터 알시딥 싱 도산(호주)을 뽑아서다. 도산과 아히는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기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두 선수가 서로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더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화재 입장에선 아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다.
팀은 2020-21시즌에도 레오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와 마주했다. 레오는 당시 V-리그 복귀를 결정했고 드래트프에 참가 신청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 획득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당시 1순위 지명권은 추첨에서 구슬 개수가 삼성화재보다 적은 OK저축은행이 가져갔다. 삼성화재는 3순위가 나왔고 카일 러셀(미국, 현 대한항공)을 지명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 변경 전후로 팀 성적이 크게 대비된다. 외국인 선수 자유선발 시절 삼성화재는 어느 팀과 견줘도 외국인 선수 덕을 많이 봤던 팀으로 꼽힌다.
V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5-06시즌과 2006-07시즌에는 숀 루니(미국)가 이끈 현대캐피탈에 밀렸지만 이후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왕조'를 이뤘다.
해당 기간 안젤코(크로아티아), 가빈 슈미트(캐나다), 레오가 뛰며 7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그리고 세 선수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트라이아웃 후 드래프트 선발로 바뀐 2016-17시즌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2016-17시즌부터 2018-19시즌까지 뛴 타이스(네덜란드)를 제외하고 매 시즌 다른 얼굴로 외국인 선수 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2024-25시즌까지 3차례나 시즌 중 교체를 단행하는 등 유독 외국인 선수 자리에서 변화가 많았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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