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구 트렌드 속 세터의 역할, V-리그 세터들의 모습은?

더스파이크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1 13: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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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배구의 흐름은 갈수록 빠르고 다양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특히 미들블로커들을 활용한 공격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의 V-리그에서도 아포짓 공격 비중을 줄이고, 윙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의 공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세터의 역할이 크다.  

 

점점 빨라지는 세계배구
세계배구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양한 패턴 플레이와 리베로, 세터를 제외한 모든 공격수들이 공격을 준비하며 같은 타이밍으로 공격을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들블로커들의 이동공격이나 속공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가도 중요하다. 미들블로커들의 공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코트 위 리베로와 세터를 제외한 4명의 공격수들이 한 번에 같은 타이밍으로 공격을 준비한다. 좌우 측면 공격수와 후위 공격수에 더불어 중앙에는 미들블로커까지 공격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블로킹을 하는 선수들은 어디를 잡아야 할지 순간 판단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전위 3명의 블로커가 4명의 공격수를 마크해야 한다면 당연히 구멍이 생긴다.


이로 인해 최근 각팀들은 서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브를 강하게 넣어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면 공격하게 되는 패턴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고, 블로킹과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방어할 때는 이런 전술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상대를 공략할 때는 우리 공격이 상대의 방어를 뚫어야만 한다. 리시브의 정확도와 세터의 선택에서 그 경기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아포짓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이전까지 세계배구의 흐름은 아포짓 공격의 비중이 컸다. 잘 알려진 세계적인 공격수들도 대부분 아포짓 포지션이다. 티야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파올라 에고누(이탈리아) 등이 ‘월드 스타’가 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점차 아포짓이 아닌 윙스파이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미들블로커 플레이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연속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디그 이후의 득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그 이후에는 아포짓 또는 윙스파이커 공격이 다시 이뤄지기 때문에 아포짓 뿐만 아니라 윙스파이커의 강한 공격을 가진 팀이 전력상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디그가 강한 팀일수록 윙스파이커의 공격력은 더 중요하다.

V-리그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V-리그를 살펴보면 아직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아포짓의 능력은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지난 시즌 여자부에서는 5세트 승부가 속출했다. 5세트 시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80% 이상인 경우가 많았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직전 시즌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공격 자원들의 공격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리시브가 어택라인 선상에 있을 때 속공과 퀵오픈 또는 이동공격에 대한 비중을 세터와 공격수들 간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에 따라 강팀과 약팀으로 나뉘고 있다.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뿐만이 아니라 세터의 기량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리시브 라인의 정확성 또는 안정감이 선제적인 조건일 수도 있으나, 네트에서 떨어진 볼이나 네트선상에서 앞뒤로 움직일 때도 속공이나 퀵오픈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또 디그 이후에 세터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 속공이나 퀵오픈으로 공격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그 팀의 조직력과 연결돼있다.


다음의 기록들은 현재 V-리그에서 활약하는 세터들의 성향을 볼 수 있는 수치이다. 세터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치가 세터들의 성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과 변수가 작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
속공 점유율 10%가 넘는 이유

타 팀과는 달리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의 속공 시도 점유율은 10%가 넘는다. 리시브의 안정감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도 리시브가 불안정해 어택라인 선상에 볼이 떴을 때도 기습적인 속공 시도가 많았고, 디그 이후의 반격 시에도 속공 시도가 많았기 때문에 나온 수치다.


어택라인 선상에서도 속공이나 퀵오픈 토스가 가능한 것은 세터의 발이 공 밑에 들어가서 토스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발이 빨랐다. 이로 인해 연결이 안정적이고, 다양한 패턴이 나올 수 있었다.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리면서 득점력을 높였다.

 

또 세터의 토스 타점이 높을수록 상대의 블로커의 시선이 위로 향하게 된다. 상대 공격수들의 들어오는 방향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상대의 패턴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좋은 블로킹을 할 수 없다.
결국 세터는 발을 빠르게 움직여 최대한 토스와 점프 토스로 공격수들에게 공을 빠르게 줘야 한다. 공이 빠르게 전달됐을 때 공격 성공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공격 패턴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공격 패턴 시도 속 엇갈린 희비
대부분의 세터들이 다양한 공격 패턴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속공 비중도 높으면서 퀵오픈까지 적절히 활용했다. KGC인삼공사도 마찬가지다. 두 팀 모두 퀵오픈 성공률까지 상위권에 속했다.


GS칼텍스는 오픈 공격 시도 비중이 페퍼저축은행 다음으로 높았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탁월한 결정력을 드러냈다. 오픈 공격 성공률을 높이며 승수를 쌓았다. 도로공사는 시즌 초반과 달리 점차 퀵오픈 성공률을 끌어올리며 이기는 경기를 했다.


위의 4개 팀은 균형 잡힌 퀵오픈 시도와 성공률로 안정감을 더했다. 흥국생명의 퀵오픈 시도 점유율은 7개 팀 중 가장 높았지만 성공률이 저조했고,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퀵오픈 시도 횟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세터의 옳은 선택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세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선택으로 승패가 나뉜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다. 결정적인 순간에 의기소침한 모습도 나오고, 자신 없는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자책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해지기 위해서는 훈련 시 공격수들과 믿음을 쌓아놓아야 한다. 공격수와 세터의 믿음이 있을 때 세터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감한 선택을 통해 학습이 되어야 하고, 그 경험치들이 경기를 이기는 횟수를 늘려 준다. 경험치는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습득할 수 없다.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V-리그는 프로 무대다. 성장 과정에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할 수도 있으나 그 과정을 잘 견뎌 냈을 때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

 

 

글. 이도희 칼럼니스트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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