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너무 섭섭했죠." 2025-26시즌이 개막하면 프로 13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 선수에게도 유니폼을 바꿔입는다는 일은 무겁게 다가왔다.
전광인은 지난 22일 현대캐피탈에서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신호진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서였다. 그는 트레이드가 공식 발표되기 이틀 전 20일 그 소식을 먼저 들었다. 자신에게 새로운 팀이 될 OK저축은행 구단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전광인은 2024-25시즌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이 많았지만 중후반 이후 코트로 나오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봄배구'인 챔피언결정전에선 허수봉, 레오(쿠바) 등 동료들과 함께 현대캐피탈의 우승에 힘을 실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현대캐피탈과 4월 14일 사인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재계약 후 일주일도 안돼 트레이드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현대캐피탈에서 OK저축은행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전광인은 같은달 28일 구단 숙소와 전용체육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시 포곡에 자리한 대웅제약개발원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선수단 휴가 기간은 이날 끝났고 이제부터는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전광인이 뛰게 된 OK저축은행은 오프시즌 동안 변화가 있었다.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새 사령탑엔 신영철 감독이 왔다. 전광인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2013-14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이 바로 신영철 당시 한국전력 감독이었다. 전광인은 한국전력에서 2016-17시즌까지 신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리고 해당 시즌 종료 후 자신의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그렇게 신 감독과 인연에 마침표를 찍나 했지만 돌고 돌아 다시 OK저축은행에서 만났다. 전광인은 현대캐피탈에서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수성이 아닌 도전을 해야하는 팀으로 왔다. 그는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던 당일 밤늦게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현대캐피탈 선수단 전용체육관)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집으로 왔는데 눈물이 정말 많이 났다. 아내와 함께 펑펑 울었다. 현대캐피탈에서 뛰는 동안 소속감도 그렇고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전광인은 "이제 그런 아쉬운 마음과 섭섭함은 많이 없어졌다"며 "나를 필요로 했기에 (OK저축은행에서) 영입을 했다고 본다. 신 감독님과도 다시 만나게 돼 오히려 내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다고 본다. 우승에 도전하는 건 어디서든 마찬가지"라며 "개인적인 각오도 그렇고 이번 이적은 내게 더 긍정적인 자극제라고 본다. 나를 영입한 이유를 코트 안에서 증명해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광인은 한국전력, 현대캐피탈에서 사용하던 배번 '12'를 OK저축은행에서도 그대로 단다. 2024-25시즌까지 해당 번호를 사용하던 박성진이 상무(국군체육부대)로 입대했기 때문에 전광인은 12번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글_용인/류한준 기자
사진_OK저축은행 읏맨배구단·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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