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던 정관장의 ‘캡틴’ 염혜선이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염혜선은 2024-25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2차전에서는 결장하기도 했다. 이후 플레이오프 3차전과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5차전까지 이 악물고 버텼다. 절뚝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야말로 부상 투혼이었다.
앞서 염혜선은 2024-25시즌 1라운드 도중 같은 부위의 통증을 느낀 바 있다. 치료 이후 통증은 바로 사라졌다. 그러던 6라운드 후반부터 다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염혜선 뿐만이 아니었다. 2월에는 반야 부키리치과 박은진이 나란히 발목을 다쳤고, 주전 리베로 노란도 허리 쪽 근육 손상으로 진통제 투혼을 펼쳤다.
결국 염혜선은 수술대에 오른다. 지난 17일 <더스파이크>와 만난 염혜선은 “4월 28일에 수술하기로 했다. 오른 무릎 연골 쪽 손상이다. 구멍을 내서 정리하는 정도가 될 것 같다. 배구를 더 오래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1라운드 때 통증이 올라와서 진통제 맞고, 무릎에 있는 물을 뺐더니 괜찮았다. 6라운드 시작 이후 같은 증상이 나왔고, 무릎이 붓기 시작했다. 피로도가 쌓여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플레이오프 1차전 때 통증이 갑자기 오더라. 답답하고 속상했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이 때 아픈지? 왜 지금이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도 경기 도중 통증이 올라왔고, 벤치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안혜림과 교체된 상황이었기에 다시 교체를 한다면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염혜선의 의지는 강했다. 다시 코트에 나섰을 때 동료들이 염혜선을 도왔다. 이후 경기에서도 무릎 통증으로 인해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고, 언더토스를 올리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공격수들이 랠리 매듭을 지으며 염혜선의 짐을 덜었다. 그렇게 5차전 5세트까지 코트에 남았다.
염혜선은 “란이가 고생이 고생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선수들 고생 정말 많이 했다. 이를 알아주는 건 성적이다. 그런 보답을 꼭 받고 싶었다. 아파서 경기에 진 것이 아니다. 핑계 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해서라도 어떻게든 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내가 못 움직이니깐 선수들이 더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누구하나 빠짐없이 말을 해줬다. 부키도 리시브 잘해서 덜 움직이게 해주겠다고 했고, 메가도 득점을 더 많이 내줘서 언니가 덜 아프게 해주겠다고 했다. (박)은진, (정)호영, (표)승주, 란이 모두 내가 최대한 안 뛰어다니게끔 연결, 준비를 다 해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역시 우리 팀의 팀워크가 좋았던 것 같다”며 동료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5차전 13-14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3-15로 패하며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염혜선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염혜선은 “원래 경기할 때 점수를 보는 편이 아니다. 마지막에도 점수를 안 봤다. 그런데 우리 수비 상황에서 맞고 공이 나가는 것을 보는데 스쳐서 스코어가 보였다. 이미 반대쪽에서는 환호가 들렸고, 난 멍해졌다”면서 “1점을 내지 못해서 끝났다.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나오더라.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데 서럽게 울었던 것 같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왔던 것 같다”고 말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쉬움은 컸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염혜선은 “라커룸 가서도 더 울었다. 나중에 진정이 된 뒤에도 서로 다시 울면서 고마웠다는 얘기를 나눴다. 메가와 부키한테는 너네 덕분에 여기까지 온거라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도 아픈데 잘 따라와줬다.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이제 쉬자는 말을 했던 것 같다”며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끝난 날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염혜선은 “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미련은 없었다. 어떻게 그 이상을 할 수 있었겠나. 그 아쉬운 마음이 컸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힘줘 말했다.
무릎 수술은 처음이다. 염혜선은 “올림픽 때 손가락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무릎은 처음이다. 그래도 이 때까지 아프지 않고 한 정도면 괜찮지 않나. 감독님도 워낙 부상 관련해서는 예민하게 준비를 잘해주셨기 때문에 안 다치고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세트 성공 2만개를 넘어 3만개까지 꽉 채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시 일어설 준비를 마친 정관장 그리고 염혜선이다.
한편 염혜선은 2025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명단에도 포함돼 소집돼있는 상황이다. 무릎 상태로 인해 훈련에 참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선수들 훈련할 때 공 주워주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룸메이트는 박정아다. 염혜선은 “이제 언니들이 많이 없다. 처음 본 선수들이 더 많다. 우리 (전)다빈이도 뽑혔는데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아도 대표팀 이후 오랜만에 룸메이트로 만났다. 옛날 생각도 났다”고 전했다.
사진_화성/유용우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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