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준은 집안 싸움을 기대한다. 그런데 한 명은 끼워주기가 곤란하다.
1년차 선수들만 후보군이었던 기존의 신인선수상은 14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치러진 이번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부터 영 플레이어상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 후보군도 3년차 선수까지 확대됐다. 그렇게 새롭게 선을 보인 영 플레이어상의 남자부 초대 수상자는 한태준이었다.
지난 2024-25시즌이 3년차 시즌이었던 한태준은 시즌 내내 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영 플레이어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살렸고, 초대 수상자의 영예를 안게 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한태준은 “초대 영 플레이어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서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 상의 이름에 걸맞게 한 발짝 더 뛰고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1년차 시즌 때 한태준은 그리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신인선수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영 플레이어상의 신설로 인해 그는 생애 한 번뿐인 영예를 안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1년차 때는 상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3년차가 되고 나서 영 플레이어상이 생기면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3년차까지 상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다른 3년차 선수들도 그랬던 것 같다”고 밝힌 한태준은 “(신)호진이 형이랑 경쟁하면서 긴장이 많이 됐다. 못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에야 그 긴장감이 풀린 것 같다”고 수상 당시의 마음을 돌아보기도 했다.
한태준은 지난해에도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남자부 베스트 7 세터 부문에 선정됐었다. 그런 그에게 베스트 7과 영 플레이어상 중 어떤 것의 기쁨이 더 큰지도 물었다. 한태준은 망설임 없이 “오늘(14일)이 말로 표현을 못 드릴 만큼 더 기쁘다. 베스트 7은 매년 수상자가 나오지만, 영 플레이어상은 한 번 밖에 못 받는 상인데다가 제가 초대 수상자까지 됐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초대 수상자 한태준은 내년 시상식의 남자부 영 플레이어상을 두고 팀 동료들이 집안싸움을 벌이길 기대했다. 그는 “(김)형근이 형이나 (서)원진이 형이 다음 영 플레이어상 수상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유빈이 형은 좀 곤란하다. 포지션이 나와 겹치는데, 내가 경기에 뛸 것이기 때문”이라는 유쾌한 승부욕과 자신감도 표출한 한태준이었다.
끝으로 한태준은 겸손함과 욕심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주년 역대 베스트 7에 선정된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10년 후나 20년 후에 저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0주년 때는 (황)택의 형이 받을 것 같아서(웃음), 40주년 때를 노려봐야 할 것 같다”고 위트 있는 멘트를 남겼다.
후보군이 변경된 영 플레이어상의 새로운 취지에 가장 걸맞은 수상자로 거듭난 한태준은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기쁨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그는 이제 다가오는 대표팀 소집 일정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사진_스위스그랜드호텔/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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