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이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의 연패 탈출에 일조했다. 1라운드의 좋았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했던 고희진 감독의 기대를 120% 충족시켰다.
정관장은 최근 5연패에 빠져 있었다. 1라운드에 보여줬던 강팀의 매서운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불안함에 시달리는 약팀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고희진 감독 역시 연패 과정에서 팀의 사라진 강점에 대한 답답함을 여러 차례 노출한 바 있었다.
그렇기에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페퍼저축은행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는 너무나 중요했다. 만약 이 경기를 진다면 연패의 숫자가 6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페퍼저축은행에 역사상 첫 패배를 당하는 불명예를 뒤집어 써야 했다. 반대로 이 경기를 이긴다면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으면서 3라운드를 다시 힘차게 준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다행히 정관장은 후자의 상황을 맞이했다.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1-25, 25-23, 25-16, 25-18)로 꺾고 연패를 끊었다. 블로킹에서 12-8로 앞서며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보다 먼저 한 발짝 앞서갔고, 공격 성공률에서도 43.88%로 39.39%를 기록한 페퍼저축은행보다 앞섰다. 모처럼 홈 팬들에게 값진 승리를 선물한 정관장 선수들이었다.
이날 정관장의 공격을 이끈 것은 단연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쌍포였다. 두 선수는 서브 득점 4개‧블로킹 5개 포함 54점을 합작하며 오랜만에 동반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두 선수의 활약 뒤에는 박혜민의 다방면 지원 사격이 있었다.
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 팀이 1라운드의 좋았던 모습을 다시 보여줬으면 한다”며 박혜민의 선발 기용을 예고했다. 이날 이소영 대신 선발로 나선 박혜민은 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66.67%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고, 17회의 디그 시도 중 16번을 성공시키며 후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박혜민이 코트에 불어넣은 안정감은 메가-지아 쌍포의 활약으로 연결됐다. 1라운드에 정관장이 보여줬던 승리 패턴이 다시 가동된 것.
박혜민의 활약은 수비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13.67%의 점유율을 책임진 박혜민은 42.11%의 공격 성공률로 9점을 보태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4세트 15-7에서 다양한 코스를 공략해 3연속 득점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면이 백미였다. 이외에 범실도 1개 밖에 저지르지 않았을 정도로 경기 내내 공수 양면에서 든든한 활약을 펼친 박혜민이었다.
경기 종료 후 고 감독은 “1라운드에 박혜민이 파이팅이나 움직임, 연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리시브도 우리 팀에서 가장 좋았다. 그 때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발로 기용했는데, 120%를 해줬다. 박혜민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기 때문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박혜민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을 성공으로 만들어준 선수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찬사였다.
물론 이날은 코트 위에서의 든든한 모습으로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박혜민이 앞으로도 선발로 코트를 밟을지는 알 수 없다. 동 포지션의 경쟁 상대가 팀의 주장이자 확고한 역량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 이소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앞으로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출발점이 어디든 박혜민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고 빛날 것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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