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염혜선도, 웃음기 사라진 정호영도 모두 원하는 한 가지 ‘자신감’

광주/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2-09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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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감과 자책감으로 인해 눈물을 흘린 염혜선도, 승리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굳어 있던 정호영도 앞으로의 반등을 위해 같은 것을 원했다. 바로 자신감이었다.

정관장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첫 경기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좌우 쌍포가 함께 강서브와 스파이크를 퍼부었고, 박혜민은 탄탄한 리시브와 연결로 뒤를 받쳤다. 염혜선은 다양해진 공격 옵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했고, 정호영과 박은진은 중앙에 철벽을 세웠다. 누구에게도 쉽게지지 않을 것 같은, 색다른 강팀의 탄생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기였다.

그러나 정관장은 2라운드 들어 큰 부침을 겪었다. 5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수직 하락했고, 그 과정에서 경기력도 1라운드에 비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단 한 경기 만에 치솟았던 정관장에 대한 기대치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3라운드 역시 정관장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에 리버스 스윕으로 패하며 또 한 번 주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패로 라운드를 시작하는 불상사를 피했다.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3, 22-25, 25-16, 25-19)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그 중심에는 염혜선과 정호영이 있었다. 염혜선은 준수한 경기 운영과 함께 서브 득점 2개까지 기록하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고, 정호영은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16점을 터뜨렸다.

두 선수는 경기 종료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모두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염혜선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고, 정호영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먼저 염혜선은 “이겨서 다행이다. 다시 계속 이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다들 자신감이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다들 과감하고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정호영은 “2라운드를 안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는데, 3라운드부터 다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다행이다. 선수들이 이번 경기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으면 한다”는 승리 소감을 전했다.

승리 소감에서부터 언급된 키워드 ‘자신감’은 염혜선의 입에서 또 한 번 나왔다. 그는 “반등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 처음 시즌을 시작했을 때, 특히 첫 경기에서는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 지금도 선수들끼리는 열심히 잘 하고 있는 만큼, 그때처럼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한다”며 자신감을 더 찾을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짜증나서 울었다(웃음). 어렵게 이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조금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우리가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서 답답함도 느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은 염혜선은 “공격수들과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더 좋은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 지아 쪽에서 퀵오픈이 잘 안 풀려서 지아를 중앙으로 끌어들이는 공격을 많이 섞은 게 잘 통했다”며 경기를 풀어나간 요령도 소개했다.

그런가하면 정호영은 “이제 3라운드다. 지금 시기는 이미 모든 팀들이 서로에 대한 분석을 다 끝낸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우리 팀의 강점인 높이를 살려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본을 다잡는 것을 반등의 키 포인트로 짚었다.

한편 정호영은 경기 도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고희진 감독의 적극적인 피드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웃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감독님이 제 실력을 더 끌어내려고 그러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감독님의 피드백을 잘 흡수해야 할 것 같다”며 이날 인터뷰 중 가장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휴식일 동안 ‘우리가 왜 배구를 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가’ 같은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호영은 이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하시는 말씀들에는 틀린 말이 없다. 선수라면 당연히 코트 위에서 해야 할 것들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2라운드 때 우리의 성적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고 감독의 쓴 소리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음을 밝혔다.

“이번 경기도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들을 잘 지켰다면 더 쉽게 이겼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인 정호영은 “앞으로는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각오도 드러냈다. 정호영과 염혜선이 이번 경기에서 느낀 감정들과 얻은 깨달음들이 정관장의 3라운드 대반격을 이끌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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