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마침내 길었던 잔혹사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현대건설이 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꺾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공격을 진두지휘한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뒤를 이다현과 양효진이 받쳤고, 김연견과 고민지, 한미르가 수비에서 힘을 내면서 마침내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앞선 두 경기에 이어 또 한 번 5세트를 향했고, 현대건설은 또 다시 승리하면서 압도적인 집중력을 과시했다. 지난 수차례의 시즌 동안 숱하게 많은 우승 기회를 놓쳤던 현대건설은 마침내 그간의 한을 풀었다.
흥국생명은 세 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 끝 패배라는 쓰라린 아픔을 맛봐야 했다.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김연경-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쳤고 베테랑 김나희와 김해란도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지만, 또 다시 향한 5세트를 견디기에는 더 이상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안방에서 남의 집 잔치를 지켜보게 된 흥국생명이었다.
1세트 흥국생명 25 : 22 현대건설 – 현대건설의 1세트 잔혹사는 계속된다
[주요 기록]
현대건설: CH 1~3차전 1세트 전부 패배
흥국생명 김연경: 서브 득점 2개
현대건설의 시작이 좋았다. 모마의 오픈 공격 두 개와 이다현의 속공으로 시작하자마자 3연속 득점을 올렸고, 정지윤의 유효 블록 이후 반격까지 터지며 5-1로 치고 나갔다. 정지윤은 리시브와 연결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코트 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계속 뒤처지던 흥국생명은 7-11에서 김다인의 서브 범실이 나온 뒤 김연경과 윌로우가 연속 블로킹을 잡아내며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이후 11-12에서 김연경이 정지윤을 겨냥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현대건설의 리드가 지워졌고, 13-13에서 모마의 3단 처리 미스가 나오며 흥국생명이 리드를 빼앗았다. 현대건설은 위파위와 정지윤의 리시브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연속 실점을 했지만 세트 후반부 들어 위파위가 공격에서 힘을 내면서 다시 접전 양상을 만들었고, 18-19에서 모마가 다시 동점을 만드는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21-20에서 김연경이 또 다시 서브로 정지윤을 괴롭히며 윌로우의 프리 볼 반격이 이어졌고, 그렇게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은 흥국생명은 24-22에서 레이나의 퀵오픈으로 1세트를 끝냈다.
2세트 흥국생명 17 : 25 현대건설 – 쏟아진 흥국생명의 범실, 날아오른 이다현
[주요 기록]
범실: 흥국생명 5개 – 현대건설 1개
현대건설 이다현: 블로킹 2개‧서브 득점 1개 포함 7점, 공격 성공률 80%
2세트도 시작은 현대건설이 좋았다. 이다현의 속공과 정지윤의 페인트, 김연경의 공격 범실을 묶어 또 한 번 3연속 득점으로 세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다현은 4-1에서 김해란의 리시브를 무너뜨리며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다. 흥국생명은 점수 차에 비해 나쁘지 않은 기세로 추격을 이어갔지만, 6-9에서 김연경의 3단 처리 범실이 나왔고 직후 모마와 정지윤의 반격까지 이어지며 6점 차까지 뒤처졌다.
현대건설은 13-7에서 이다현의 서브가 김연경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이것이 레이나의 3단 처리 실패로 이어지며 더블 스코어로 앞서갔다. 1세트에 고전했던 정지윤은 다시 기운을 차린 듯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씬 스틸러 한미르는 19-11에서 좋은 서브로 김해란의 리시브를 흔들며 이다현의 다이렉트 공격에 기여했다. 흥국생명은 12-21에서 김연경이 3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추격을 시도했으나 이미 벌어진 점수 차가 너무 컸다. 결국 24-17에서 정지윤의 직선 공격이 터지며 현대건설이 2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3세트 흥국생명 25 : 23 현대건설 – 접전을 끝낸 김연경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24-23에서 시간차 공격 성공
흥국생명은 3세트 초반 윌로우가 쾌조의 공격 컨디션을 보이며 근소한 리드를 먼저 잡았다. 이후 양 팀의 서브 범실이 속출하며 경기가 잠깐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잠시 주춤했던 흥국생명은 6-6에서 양효진의 3단 처리 실수가 나온 직후 김연경의 반격 득점까지 터지며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김연경을 성공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하자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유효 블록으로 김연경의 공격을 연달아 견제한 뒤 정지윤이 반격을 성공시켰고, 이다현은 김연경을 상대로 아예 블로킹 득점을 뽑아내며 현대건설이 10점에 선착했다.
세트 중반, 흥국생명은 12-12에서 레이나의 라이트 퀵오픈과 윌로우의 서브 득점을 엮어 다시 한 번 리드를 뺏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모마의 백어택과 위파위의 반격으로 금세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흥국생명이 한 걸음 달아나면 현대건설이 곧바로 따라붙는 접전 양상이 20점대 직전까지 계속됐고, 20점 고지에는 흥국생명이 먼저 올라섰다. 19-18에서 윌로우의 묵직한 반격이 터졌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모마의 오픈 공격과 윌로우의 공격 범실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끝까지 팽팽했던 3세트의 승자는 흥국생명이었다. 24-23에서 김연경이 시간차를 들어오며 페인트 공격을 시도했고 이것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4세트 흥국생명 23 : 25 현대건설 – 모마의 에이스 본능
[주요 기록]
현대건설 모마: 20점 진입 후 3점
흥국생명 윌로우: 23-23에서 서브 범실
3세트에 좋은 활약을 펼친 김다솔과 김나희가 선발로 나선 가운데, 상승세에 불이 붙은 흥국생명은 4세트 초반도 기분 좋게 풀어갔다. 2-2에서 윌로우의 오픈 공격과 김수지의 서브 득점, 레이나의 반격이 연달아 나오며 3점 차 리드를 잡았다. 반면 현대건설 쪽 코트의 분위기는 다소 당황한 듯 어수선했다. 이렇게 분위기와 흐름은 완벽히 흥국생명이 주도하는 상황이었지만, 막상 실제 점수 차는 현대건설이 금세 사이드 아웃 싸움을 잘 이어가면서 그리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현대건설은 8-10에서 김다솔의 서브 범실이 나온 뒤 모마가 반격까지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3세트 후반과 비슷한 두 팀의 줄다리기가 4세트 중반에 또 한 번 이어졌다. 그 흐름을 끊고 팀의 리드를 이끈 것은 양효진이었다. 15-15에서 여유로운 공격을 성공시킨데 이어 17-15에서도 깔끔한 반격 득점을 뽑았다. 그러나 김연경이 3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20점에도 나란히 진입하며 또 한 번의 진검승부에 돌입했고, 현대건설이 먼저 기세를 올렸다. 20-20에서 모마의 하이 볼 처리와 고예림의 블로킹이 연달아 나왔다. 이후 23-23에서 윌로우의 뼈아픈 서브 범실이 나왔고, 모마가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가는 라이트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5세트 흥국생명 7 : 15 현대건설 –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 현대건설
[주요 기록]
현대건설: 0-0에서 3연속 득점
현대건설 모마: 챔피언십 포인트 득점
현대건설은 5세트 초반 분위기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양효진이 블로킹과 공격으로 연속 득점을 터뜨렸고, 모마의 하이 볼 처리까지 이어졌다. 모마는 4-2에서 대각을 노리는 척하다가 몸을 돌려 직선을 찌르는 고급 기술까지 선보였고, 6-3에서는 결정적인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며 5세트를 장악했다.
현대건설은 7-4에서 모마의 중앙 백어택이 터지며 코트 체인지에 성공했고, 9-5에서 양효진의 득점까지 터지며 통합우승을 향해 질주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한미르의 서브 세례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이드 아웃에 어려움을 겪으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현대건설은 13-7에서 모마가 하이 볼을 처리하며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했고, 모마가 마지막 득점까지 책임지며 정상에 올라섰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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