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니까요” 절체절명의 순간, 베테랑 김홍정이 날아올랐다

의정부/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2-06 21: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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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팀의 약점으로 중앙을 지목했다. 자신의 폼도 이전 같지 않았다. 그러나 절실하게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 베테랑 김홍정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김홍정은 2009-2010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은 뒤 지금까지 프로에서 활약하며 이른바 ‘수련선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V-리그 11년차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 김홍정은 지난 시즌보다 다소 떨어진 폼으로 주전과 백업을 오갔고, 김홍정뿐만 아니라 KB손해보험의 미들블로커들 전원이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며 ‘KB손해보험은 중앙이 약점’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김홍정은 팀이 최대의 고비를 맞이한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6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김홍정은 블로킹 5개 포함 7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은 66.67%를 기록했다. 범실은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단연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 내용이었다. 김홍정의 활약 속에 KB손해보험은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0(25-20, 25-23, 25-17)으로 완파하고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홍정은 “부상자도 있고 팀 분위기도 계속 안 좋았는데 고참으로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도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스스로도 위축됐었다. 후배들에게도 많이 부끄러웠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먼저 돌아봤다.

“나부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선수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음을 전한 김홍정은 “스스로도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이뤄지니까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생활했는데 그게 분위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너무 기분 좋은 승리다”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간 KB손해보험과 김홍정은 왜 이토록 깊은 부진에 빠져 있었을까. 김홍정은 그 원인으로 자신감 결여를 꼽았다. 그는 “스스로를 믿고 연습했던 것들을 코트 위에서 보여주면 되는데, 연패가 이어지니까 다들 자기가 못해서 졌다고 생각하면서 위축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만 바라보게 됐는데, 계속 그렇게 경기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건 케이타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냉정하게 그간의 불안했던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홍정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몫을 해줘야 이길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모두 나 스스로가 에이스라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하자고 이야기했고, 나부터도 그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이번 경기를 승리한 것을 보니 역시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는 자신감이다”라며 이번 경기에서는 자신 있는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갔음을 전했다.

이날 김홍정이 잡은 블로킹 5개 중 4개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아닌 반대편의 국내 공격수들을 상대로 잡은 블로킹이었다. 레오의 점유율과 존재감이 큰 OK금융그룹을 상대로 반대편에 리딩 블록을 연달아 성공시킨 비결이 궁금했다. 김홍정은 “나는 주로 (황)승빈이와 블록이 많이 붙어 다니게 되는데, 상대가 우리가 전위일 때 아웃사이드 히터 쪽으로 플레이를 많이 만든다는 걸 분석을 통해 알고 있었다. 또 경기 도중에 레오의 자리가 아포짓으로 바뀌면서 점유율이 더 떨어질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수비수들을 믿고 아웃사이드 히터 쪽을 견제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겸손하게 비결을 소개했다. 


이날 의정부를 찾은 KB손해보험의 홈 팬들은 비장함까지 느껴질 정도의 응원전을 펼쳤다. 쩌렁쩌렁한 응원 소리는 김홍정을 비롯한 KB손해보험의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김홍정은 “연패가 길어지고 있을 때도 팬 분들은 항상 우리를 위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셨다. 너무나 감사드린다. 승리하지 못해서 그간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앞으로는 팬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김홍정은 “한 경기 이겼다고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패가 너무 많다”며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베테랑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KB손해보험의 기적같은 반등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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