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과 페퍼저축은행의 지독한 상성 관계는 언제쯤 깨질까. 이번 경기도 페퍼저축은행이 정관장을 잡는 첫 경기는 아니었다.
정관장이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3, 22-25, 25-16, 25-19)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경기 도중 반등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2세트까지 29.63%의 공격 성공률로 9점을 올리는 데 그쳤던 메가는 3세트에만 70%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11점을 터뜨리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는 꾸준히 제몫을 하며 19점을 보탰다. 정호영은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페퍼저축은행의 공격수들을 괴롭혔다. 이날 승리로 정관장은 승점 20점에 도달하며 IBK기업은행을 끌어내리고 4위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은 7연패에 빠졌다. 특히 3세트에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 경기 전체 흐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정관장 상대 15전 전패를 기록하며 부정적인 징크스도 떨쳐내지 못했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21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2세트 도중 어깨 통증으로 코트를 빠져나간 박정아 대신 코트를 밟은 박은서는 공격에서의 장점과 리시브-높이에서의 단점이 모두 드러나는 경기를 펼쳤다.
1세트 페퍼저축은행 23 : 25 정관장 – 용두사미
[주요 기록]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5점, 공격 성공률 33.33%, 범실 4개
페퍼저축은행 박정아: 공격 효율 0%, 리시브 효율 12.5%
초반 흐름은 페퍼저축은행이 좋았다. 박정아의 안정적인 디그는 반격 득점으로 이어졌고, 하혜진의 지아를 노리는 목적타는 필립스의 블로킹까지 연결되며 준비한 플레이들이 잘 구현됐다. 이후 포 히트와 후위 공격자 반칙 등 자잘한 범실로 고생하던 페퍼저축은행은 9-8에서 박사랑의 블로킹과 필립스의 서브 득점이 터지며 다시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정관장도 메가의 직선 공격과 박혜민의 블로킹으로 빠르게 반격하며 1세트는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10점대 초반, 정관장이 상대의 범실로 역전에 성공했다. 11-11에서 박정아의 공격 범실과 하혜진의 네트터치가 연달아 나왔다.
세트 중반에는 메가가 자신을 집중 견제하는 페퍼저축은행의 블록과 수비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15-15에서 지아가 깔끔한 하이 볼 처리 능력을 선보이며 팀의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선착을 이끌었다. 양 팀이 1점 차를 유지하며 진입한 20점대에서는 박정아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21에서 염혜선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메가가 직선 공격으로 반격을 마무리하며 점수 차가 2점 차로 벌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21-22에서는 동점을 만드는 반격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끝까지 이어진 접전의 결말은 정관장의 승리였다. 24-23에서 정호영이 상대 코트의 빈 공간을 파악한 뒤 가볍게 볼을 떨어뜨렸다.
2세트 페퍼저축은행 25 : 22 정관장 – 페퍼저축은행, 이번에는 뒷심 발휘 성공!
[주요 기록]
페퍼저축은행 박은서: 3점, 공격 성공률 42.86%, 범실 0개
정관장: 범실 8개, 22-24에서 포지션 폴트
정관장은 2세트 초반에도 1세트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5-4에서 지아가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팀에 3점 차 리드를 안겼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6-10에서 랠리가 진행되던 중 박정아가 어깨 쪽에 통증을 호소했고, 이내 박은서와 교체돼 코트를 빠져나가며 풀리지 않는 흐름 속에 악재까지 겹쳤다. 8-12에서는 이한비의 퀵오픈이 정호영의 블로킹에 걸렸고, 10-15에서는 야스민의 백어택이 지아의 블로킹에 걸리며 점수 차도 계속 벌어져갔다.
페퍼저축은행은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직후 추격에 나섰다. 이한비의 오픈 공격과 지아의 공격 범실, 박은서의 퀵오픈이 연달아 나오며 3점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 박은서의 활약은 계속됐다. 과감한 공격으로 팀을 이끌며 박정아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박은서의 활약에 힘입은 페퍼저축은행은 15-18에서 박사랑의 서브 득점과 야스민의 오픈 공격으로 정관장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박사랑이 서브 득점을 하나 더 터뜨리며 동점까지 도달했다. 이후 정관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메가의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오며 페퍼저축은행에 20점 고지를 먼저 내줬고, 19-20에서는 염혜선이 서브 범실을 저질렀다. 2세트의 마지막 점수 역시 정관장의 범실이었다. 24-22에서 정관장의 포지션 폴트가 지적되며 페퍼저축은행이 반격에 성공했다.
3세트 페퍼저축은행 16 : 25 정관장 – 잠에서 깨어난 메가
[주요 기록]
정관장 메가: 11점, 공격 성공률 76.92%(1~2세트 29.63%)
공격 성공률: 페퍼저축은행 39.39% - 정관장 63.33%
정관장은 3세트 선발로 나선 박은서를 성공적으로 견제하며 연속 득점을 올렸다. 메가와 박은진이 박은서의 퀵오픈을 계속해서 가로막았고, 염혜선은 집요한 목적타 서브로 박은서를 흔들며 서브 득점을 올렸다. 박혜민은 좋은 2단 연결을 선보인 데 이어 박은서를 앞에 두고 강력한 공격까지 선보였고, 이처럼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 정관장은 9-1까지 치고 나가며 3세트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정관장의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야스민을 제외한 다른 루트에서의 실점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고, 2세트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메가는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염혜선 역시 점수 차가 넉넉해지자 다양한 공격 옵션을 깔끔하게 활용하며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15-7에서 메가의 연속 득점이 나오며 점수 차는 무려 10점 차까지 벌어졌고, 19-11에서도 메가가 득점을 터뜨리며 정관장은 손쉽게 20점에 선착했다. 이후 24-16에서도 메가는 3세트의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을 터뜨렸다.
4세트 페퍼저축은행 19 : 25 정관장 – 이어지는 상성 관계
[주요 기록]
정관장 정호영: 블로킹 2개 포함 6점, 공격 성공률 80%
4세트 초반 역시 정관장의 근소한 리드가 이어졌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도 무력하게 패했던 3세트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정관장은 정호영과 메가의 화력을 이용해 계속 점수 차를 벌리고자 했지만, 페퍼저축은행이 날개 삼각 편대를 앞세워 끈질기게 추격하며 1~2점의 격차는 벌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정관장이 13-12에서 정호영의 오픈 공격과 야스민의 공격 범실로 3점 차를 만들자 페퍼저축은행도 야스민의 백어택과 박사랑의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받아쳤다.
세트 중반, 정관장이 페퍼저축은행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16-14에서 박사랑의 볼 분배가 다소 어수선해진 사이 박은진의 다이렉트 공격 득점과 지아의 반격 득점으로 4점 차를 만들었다. 19-15에서도 박은진이 빠른 발로 득점을 올리며 20점 고지에 오른 정관장은 야스민을 앞세운 페퍼저축은행의 추격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23-18에서 정호영이 야스민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마무리는 지아의 몫이었다. 24-19에서 퀵오픈을 터뜨렸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