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블로킹은 또 기분이 남다르네요” 양효진이 가는 길이 곧 V-리그의 역사다

대전/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2-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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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이 남녀부를 통틀어 유일한 대기록을 달성했다. 앞으로 잡아내는 블로킹 하나하나 역시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16일, 양효진이 겹경사를 맞이했다. 우선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2(17-25, 20-25, 29-27, 25-21, 15-11)로 꺾은 것. 이날 현대건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정관장에 먼저 두 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부터 달라진 응집력으로 정관장을 역으로 몰아붙이며 짜릿한 리버스 스윕 승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승점 2점을 챙기며 한 경기를 덜 치른 흥국생명을 제치고 선두에 등극했다.

여기에 양효진의 개인적인 대기록 달성까지 이뤄졌다. 남녀부를 통틀어 V-리그 최초로 역대통산 1500블로킹을 돌파했다. 양효진은 2세트 1-3에서 메가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자신의 1500번째 블로킹을 잡아냈다. 이후에도 2개의 블로킹을 추가한 양효진은 53.57%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18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양효진에게는 여러모로 기쁜 일들이 많은 하루였다.

경기 종료 후 양효진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인터뷰실을 찾았다. 지각의 이유는 다행히도 유쾌했다.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동료들의 물 세례를 맞는 바람에 약간의 정비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었다. 양효진은 밝은 표정으로 “정말 힘든 경기였다. 그래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뭉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모두가 뿌듯함을 느꼈다”며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연승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팀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선 선수들 개개인이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 것들이 경기력에도 연결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현대건설은 3세트를 기점으로 경기 초반의 무력한 모습에서 탈피해 이전의 연승 기간 동안 보여줬던 끈끈한 경기력을 다시 선보였다. 경기력 상승의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양효진은 “3세트부터 감독님도 선수들도 작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2세트까지 우리가 왜 잘 안 됐는지를 고민했고,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는 대답을 내놨다.

팀의 극적인 승리만큼이나 양효진의 1500블로킹 달성 역시 이날의 큰 화젯거리였다. 소감을 묻자 양효진은 “1000블로킹을 잡았을 때도 남다른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사실 항상 시즌 도중에 이런 이벤트가 있다 보니 크게 기쁨을 느낄 겨를은 없지만, 늘 감사한 마음이다”라며 자신에게 도움과 응원을 보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양효진이 V-리그 1호 1500블로킹을 잡아낸 날, 후배 이다현도 역대통산 250블로킹을 잡아냈다. 이는 여자부 24호 기록이다. 아직은 까마득하지만, 선배 양효진의 뒤를 착실하게 따르고 있는 이다현이다. 양효진은 “이다현은 배구에 대한 의욕이 정말 큰 선수다. 초반에는 조금 부진했지만, 계속 다시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점점 나아졌다. 앞으로의 길을 계속 응원해주고 싶다”며 이다현의 250블로킹 달성과 최근의 활약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전했다. 


양효진이 치러야 할 다음 경기는 흥국생명과의 원정 경기다. 이기는 팀이 3라운드의 선두 자리를 사실상 공고히 할 수 있는 ‘승점 6점’짜리 경기다. 그러나 양효진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상대가 흥국생명이라서가 아니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전력을 다해보겠다”며 그저 평소처럼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충무체육관의 원정석에서는 양효진의 1500블로킹 달성을 축하하는 슬로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원정 팬들은 양효진과 현대건설 선수들에게 경기 내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양효진은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팬 여러분들이 항상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고 경기장을 찾아주신 덕분에 몇몇 팬분들은 이제 눈에 익을 정도다.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스무 번째 시즌을 맞이한 V-리그에 1500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선수는 양효진 단 한 명뿐이다. 양효진이 앞으로 몇 개의 블로킹을 더 잡아낼 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양효진이 가는 길이 곧 V-리그의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리빙 레전드’라는 호칭이 전혀 과하지 않은 양효진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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