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2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6년 만의 우승 도전에 청신호를 밝힌 것이다. 그와 함께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의 우승 한풀이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국생명(26승5패·승점 76)은 정관장이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끝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GS칼텍스와 방문 경기에서 세트 점수 1대3으로 패함에 따라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조기에 확정했다. 2위 정관장(21승10패·승점 58)은 잔여 5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최대 승점이 73에 그친다.
흥국생명은 이로써 2022~2023시즌 이후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직행에 성공했다. 한동안 끊겼던 우승의 맥을 이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흥국생명의 마지막 우승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8~2019시즌으로 6년 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페이스다.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정관장과 현대건설(18승12패·승점 57)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굳혔다. 흥국생명의 이 같은 파죽 행진에는 에이스 김연경의 나이를 잊은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김연경은 2024~2025시즌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566점·전체 6위), 공격 성공률은 전체 2위(45.87%)를 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리시브 효율에서도 41.19%로 임명옥(한국도로공사·51.46%)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공수에 걸쳐 전천후 기량을 뽐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이번 시즌 이미 1, 2, 5라운드 MVP를 모두 휩쓴 그의 정규리그 MVP 수상을 벌써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다.
흥국생명의 시선은 이제 창단 5번째 우승 트로피로 향한다. 최근 정관장과 현대건설 내부에서 연일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흥국생명의 우승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반면 흥국생명은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공격수 투트쿠 부르주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윤주 등 일부 선수들의 성장세까지 호재로 작용하면서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다.
이대로면 김연경의 우승 한풀이도 꿈이 아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2009년 해외로 본격 진출해 일본, 튀르키예, 중국 무대 등을 거친 뒤 2020년 국내 복귀했다. 해외로 떠나기 전 김연경은 팀에 우승 트로피 3개를 안겼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로는 준우승만 3번 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단은 반드시 이번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김연경은 앞서 13일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깜짝 발언으로 배구계뿐 아닌 스포츠계 전체를 흔들었다. 그는 "조금씩 은퇴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사실 언제 은퇴해도 아쉬울 거다. 제2의 인생을 살고자 이런 선택을 내렸다”고 했다. 자신의 은퇴 시점에 대해 확실하게 못 박은 것이다. 흥국생명은 이에 선수들뿐 아니라 코칭 스태프 전체가 이례적으로 시즌 중 은퇴를 발표한 그의 마지막 투혼이 또다시 준우승으로 빛 바래지 않게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2005~2006시즌 V리그 여자부에 혜성처럼 나타나 팀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고 신인상·정규리그 MVP·챔피언결정전 MVP를 싹쓸이하며 일약 한국 배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그랬던 그의 은퇴가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20년이나 흘렀지만 김연경이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신인 때와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런 그의 마지막 춤사위는 과연 데뷔 시즌만큼 화려하게 막 내릴까. 37세 나이로 후배들을 이끌고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분명 그렇게 혹은 그 이상으로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판은 깔렸다. 이제 김연경 자신의 손에 달렸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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