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는 개막 외국인·AQ 선수 출전은 불가 KOVO·구단 '난감하네'

류한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3 12:41:1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한국배구연맹(KOVO)은 V-리그가 출범한 2005년 겨울리그 이후 2006년부터 컵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일종의 시범경기 성격으로 치러지는 대회다.


올해는 2025-26시즌 개막(10월 18일)을 앞두고 13일부터 전남 여수시에 있는 진남체육관에서 '2025 여수·NH농협컵'이 막을 올린다. 남자부가 이날부터 먼저 일정에 들어가는데 '암초'를 만났다.

각팀 소속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AQ) 선수들이 컵대회에 나설 수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해당 사실은 13일 오전 스포츠전문 일간지인 '일간스포츠' 보도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사진은 지난 2023년 구미 커컵대회 전경).

국제배구연맹(FIVB)은 전날(12일) KOVO에 메일을 보냈다. '이번 컵대회에 AQ를 포함한 외국인선수 출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KOVO는 당일 오후 늦게 각 구단에 알렸다.

이러다보니 외국인선수와 AQ 선수들이 당연히 경기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던 팀들은 난감한 상황에 마주했다. KOVO 역시 마찬가지다. KOVO도 FIVB와 관련 사항을 두고 여러 번 메일을 주고 받으며 조율하려고 했다. 하지만 FIVB 입장은 단호하다.

 

 

이유는 ITC(국제이적동의서) 발급 시기와 FIVB가 정한 규정 때문이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포함한 국제대회 일정에 맞춰 V-리그를 포함한 각국 리그 개막 일시를 조정하도록 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종료 일 기준으로 3주 휴식기를 가져야한다'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26시즌 V-리그 남자부 개막일도 조정됐다. 남자부도 당초 10월 18일 여자부와 함께 같은날 치러지기로 정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필리핀에서 개막한 2025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종료일(28일) 기준으로 V-리그 남자부 개막일이 3주 휴식기에 맞지 않아서다.

KOVO는 지난 11일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해당 내용이 외부로 먼저 알려지자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개막전 경기 일정을 변경했다. FIVB 규정에 맞춰 개막전으로 잡힌 두 팀 맞대결 일정을 내년(2026년) 3월 19일로 조정했다.

또한 개막전 다음날(10월 19일) 잡힌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전도 10월 21일로 조정했다. FIVB가 정한 규정에 따라 10월 20일부터 V-리그 남자부 일정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FIVB는 나아가 KOVO의 컵대회 개최 기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일정과 겹처서다. KOVO도 난감한 상황이다. FIVB 권고와 의사에 맞춰 컵대회 일정을 조정하기엔 이미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대회 자체를 취소하기도 어렵다.


KOVO는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컵대회가 정규리그가 아닌 이벤트성이 강한 대회이기 때문에 이번 컵대회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렇다보니 남자부 일부 구단에서는 "(외국인선수와 AQ 선수의 컵대회 출전에 대해) KOVO는 이벤트성 대회라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했고 구단 자율에 맡긴다는 뜻도 전했다.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FIVB가 각국 리그 개막일에 유독 신경을 쓰는 데는 배경이 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출신 파비우 아제베두가 FIVB 회장에 자리하면서부터다. 그리고 FIVB는 국제대회 일정을 1년 전에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 KOVO도 FIVB와 마찬가지다. 컵대회를 포함해 정규리그 일정을 미리 확정한다. 방송중계와 체육관 대관 문제 등을 고려해야해서다.

ITC도 이번 컵대회가 치러지는 기간 동안에는 발급되지 않는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22일부터 여자부 컵대회 일정에 들어가는데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와 AQ 선수 모두 코트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V-리그를 포함해 각국 리그에서 뛰게 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ITC는 10월 초부터 발급된다. 올해는 10월 6~8일 사이로 알려졌다. KOVO는 아직 ITC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남자부 외국인·AQ 선수에 대해 공시했다. FIVB는 KOVO에 '이번 컵대회에 외국인 선수 출전을 강행할 경우, 2025-26시즌 V리그에서 ITC를 발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통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컵대회에서 ITC 문제로 인해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수원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남녀부 외국인 선수는 코트로 나오지 못했다. 당시 FIVB가 ITC 발급 시기를 9월 1일 이후로 제한해서였다.

한편 KOVO는 당초 이번 컵대회에서 외국인·AQ 선수 출전을 불허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긴 했었다. 그러나 개최지인 여수시에서 대회 흥행을 위해 외국인·AQ 선수 출전을 강하게 요청했고 KOVO가 이를 받아들여 각 구단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국제배구연맹(FIVB)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