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봄배구가 끝난 뒤에는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집토끼 단속 혹은 대어급 선수 영입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올해는 남자부 FA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이들의 연쇄 이동이 일어날지 지켜볼 만하다.
남자부 FA 최대어는 OH 임성진
한국배구연맹(KOVO)의 자유계약선수관리 규정 제2조 FA선수의 자격취득에 따르면 ‘매 시즌 출장(경기 중 한 랠리에만 교체 투입 되어도 한 경기 출장으로 인정) 경기가 정규리그 전체 경기의 40% 이상일 경우, 1시즌 경과로 인정하며 이 같은 기준 조건을 5시즌(고졸입단 선수는 6시즌) 충족 시 자격을 취득한다’고 명시돼있다. 현재 V-리그 정규리그는 각 팀당 총 36경기다. 즉 한 시즌에 15경기 이상을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아울러 KOVO는 제5조 FA선수계약의 교섭기간으로 ‘FA선수의 협상기간은 챔프전 종료 3일 후 연맹에서 FA선수를 공시한 후 2주 동안 FA선수와 모든 구단이 자유롭게 협상한다’고 정해놨다.
이 가운데 2025년 남자 프로배구 FA 중 최대어는 한국전력 임성진으로 꼽힌다. ‘99즈’로 남자 대표팀에서도 주축이 된 임성진은 1999년생의 195cm 아웃사이드 히터다. 2020년 성균관대 재학 시절 V-리그 문을 두드렸고, 당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한국전력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정규리그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FA 자격을 얻었다. 프로 무대에서 첫 FA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임성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수비까지 탁월한 아웃사이드 히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임성진은 프로 데뷔 이후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기록한 432점을 이미 뛰어넘었다. 484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더했다. 디그 4위, 리시브 8위, 디그와 리시브를 합산한 수비 부문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전체 득점 7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현대캐피탈 허수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어 KB손해보험 나경복, 우리카드 김지한, OK저축은행 신호진 등이 득점 TOP10 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임성진은 이번 FA 명단 속 대어급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 중 가장 젊은 선수다. 한국전력은 임성진의 잔류를 원하고, 복수의 구단에서도 임성진 영입을 노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어급 아웃사이드 히터에는 대한항공 정지석과 곽승석, 현대캐피탈 전광인 등이 있다. 1988년생 곽승석, 1991년생 전광인, 1995년생 정지석이다. 노련미에서는 임성진보다 앞설 수 있지만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임성진의 퍼포먼스가 단연 돋보였다. 곽승석과 정지석은 부상 이슈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곽승석은 4라운드 6경기를 통으로 쉬어야만 했다. 정지석도 리그 개막 직후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나설 정도로 공격 컨디션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정규리그 막판 공격력을 끌어 올렸다. 전광인은 팀 내에서 교체로 투입되고 있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허수봉, 아포짓 덩신펑(등록명 신펑) 조합을 1번 옵션으로 활용 중이다. 전광인은 신펑이 흔들릴 때 투입됐다. 프로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소 득점을 기록 중인 전광인이다.
이 때문에 임성진이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앞서 임성진은 시즌 도중 “시즌이 끝나가는데 FA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중요하긴 하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첫 FA다. 주변 조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임성진은 “아직까지 FA에 대해 진중하게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시즌 끝나고 형들과 얘기를 나눠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임성진은 “그래도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목표다. 우승 욕심이 있다. 우승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우승 전력을 갖춘 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성진은 2024-25시즌을 앞두고 옵션 없이 연봉으로만 4억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중 최고 보수를 받는 선수는 정지석이다. 연봉 7억, 옵션 2억 2000만원으로 총 보수 9억 2000만원을 받는다. 그 다음으로는 옵션 없이 연봉으로만 8억원을 받는 허수봉, 시즌 도중 군 전역 후 KB손해보험에 합류한 나경복도 나란히 보수 8억원을 찍은 상황이다. 임성진의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 외에도 삼성화재 김정호, 한국전력 서재덕, 우리카드 송명근과 한성정, OK저축은행 송희채 등도 FA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김정호도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2024-25시즌 맹활약했다. 우리카드 송명근과 한성정도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교체 투입돼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물론 2년 전 아시아쿼터 도입 이후 아포짓 외국인 선수,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해 2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쌍포로 활용하는 팀들이 늘어났다. 토종 선수들의 주전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이 상황에서도 임성진을 붙박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실력과 함께 스타성까지 갖춘 스타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여러 구단이 임성진을 노리는 이유다.
한편 앞서 언급한 아웃사이드 히터는 모두 A그룹에 속한다. 기본 연봉 2억 5000만원 이상이다. A그룹의 선수를 영입할 시에는 전 시즌 연봉의 200%와 구단이 정한 5명의 보호선수(해당연도 FA영입선수 또한 보호 여부 선택 범위에 포함된다) 이외의 선수 중 FA 선수의 원 소속 구단이 지명한 선수 1명으로 보상하거나, 원 소속 구단의 바로 전 시즌의 연봉 300%의 이적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보상 방법은 원 소속 구단이 결정한다. 이 때문에 임성진, 정지석 외에 큰 보상과 함께 새롭게 FA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 리베로 박경민도 주목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포지션은 국가대표 세터와 리베로다. 바로 KB손해보험 황택의,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이다. 1996년생 황택의는 2021년 첫 FA 자격을 얻고 잔류를 택했다. 2016년 프로 데뷔 이후 줄곧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군 복무도 마쳤다. 2024-25시즌 도중 군 전역 후 팀에 합류했다. 동시에 KB손해보험은 팀 완성도를 끌어 올리며 상승세를 보였다. 황택의 역시 2021-22시즌 노우모리 케이타와 함께 한 프로 첫 봄배구 이후 두 번째 봄배구 무대에 올랐다.
최근 V-리그에서는 아시아쿼터로 세터 포지션의 선수를 선발한 팀들도 있다. 그만큼 국내 세터 자원이 귀하다. 황택의의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세터 보강이 절실한 팀이라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더라도 영입을 시도해볼 만하다.
리베로 박경민도 마찬가지다. 박경민은 임성진과 나란히 ‘99즈’로 불린 1999년생 동갑내기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하자마자 단번에 주전 리베로로 낙점을 받았다. 2021-22시즌에는 베스트7으로 선정됐고, 2024-25시즌에도 디그 1위, 리시브 3위, 수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연 리그 정상급 리베로다. 다만 이적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결국 박경민은 잔류를 택했자. 현대캐피탈은 지난 4월 12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박경민과의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2024-25시즌 필립 블랑 감독과 함께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KOVO컵과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트레블까지 달성했다. 현대캐피탈 내 FA 선수는 전광인, 박경민 그리고 베테랑 미들블로커 최민호 등이 있다. 현대캐피탈 역시 집토끼 단속이 급선무다. B그룹에 속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우, 김선호도 있다. 수비력은 좋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린 이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아울러 베테랑 리베로인 KB손해보험 정민수, 최민호와 나란히 철벽 블로킹을 자랑했던 또 다른 베테랑 미들블로커인 한국전력 신영석도 FA다.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김규민도 마찬가지다. 모두 A그룹에 속하는 선수들이라 이동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군다나 최근 남자부 샐러리캡 축소안도 제시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큰 손’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남자부에서는 FA 이동이 아니더라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선수 이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1년 전에도 FA 명단 17명 중 2명 만이 이적을 택했지만, 각 팀들은 사인 앤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다. 아시아쿼터 선수 지명도 끝났다. 각 팀들은 어떻게 퍼즐 조각을 맞춰갈까.
현대건설 FA 집단속이 먼저인 이유
2025년 여자 프로배구 FA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자 프로배구에 비해 FA 선수 규모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대어급 FA는 현대건설에 몰려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고민이 깊다. 든든하게 중앙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미들블로커 양효진,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동시에 FA가 된다. 1년 전 해외 진출을 추진했던 이다현은 뒤늦게 팀과 계약을 맺으면서, 현재 C그룹에 소속돼있다. 연봉 4000만원, 옵션 5000만원으로 총 9000만원에 현대건설 손을 잡았다. 이것이 변수다. 여전히 해외 진출의 꿈을 안고 있는 이다현이다. 여기에 기본 연봉 5000만원 미만인 C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이다현을 원하는 구단은 보상선수 없이 전 시즌 연봉의 150%만 지불하면 된다. 타 구단에서는 이다현 잡기가 수월해진 셈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나현수와 FA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미들블로커로 활용하고자 했다. 양효진, 이다현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 역시 FA다. 특히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 지난 2월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고예림의 역할이 커졌다. 고예림에게는 기회였다. 다만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흥국생명을 바꾼 이적생 신연경-이고은의 결정은?
흥국생명은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고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침내 김연경 은퇴와 동시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이적생’인 리베로 신연경, 세터 이고은 합류로 팀 안정감이 더해졌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특히 이고은에 대해 “팀을 아예 바꿨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을 바꾼 선수다. 지난 시즌에도 이러한 배구를 하고 싶었다. 이 선수가 오면서 다른 배구를 보여준 것 같다. 우리 팀에서 4명의 선수가 두 자릿 수 득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세터의 역량이다. 쉽지 않지만 세터가 잘해주고 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이고은은 훈련 중에도 감독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팀 플레이를 만들어가고자 했다. 아본단자 감독과 서로 신뢰를 쌓아갔다. 이고은의 3번째 FA다. 흥국생명에서 한 시즌을 보낸 이고은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리베로 신연경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지 1년 만에 FA 자격을 얻는다. 신연경의 노련미가 빛났다. 더군다나 올해 여자 프로배구 FA 명단에서 리베로는 신연경과 베테랑 중 베테랑인 한국도로공사 임명옥이 있다. 세터 포지션 역시 이고은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다솔밖에 없다. 흥국생명으로선 김연경의 은퇴 선언으로 코트 위 중심을 잡아줄 노련한 선수들이 필요하다. 한 시즌 동안 호흡을 맞춘 신연경-이고은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알짜배기 OH는 육서영?
2025년 여자 프로배구 FA 선수가 남자부에 비해 적은 가운데 주목할만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도 있다. 지난해 정관장으로 이적한 표승주, IBK기업은행에서 공수 균형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한 육서영, GS칼텍스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에도 빠른 배구와 뛰어난 공격 기술을 드러내고 있는 유서연과 권민지도 FA 자격을 얻는다. 표승주는 정관장의 ‘복덩이’라 불리며 팀 내 살림꾼 역할을 맡고 있다. 2024-25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육서영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2019년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육서영은 프로 데뷔 이후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종전의 270점을 훌쩍 넘겼다. 수비 안정감을 더한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와 함께 쌍포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이제 2024-25시즌이 끝난 뒤에는 첫 FA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유서연과 권민지도 A그룹에 속한 FA다. 유서연은 시즌 도중 부상 복귀 이후 특유의 탄탄한 수비력과 빠른 공격을 서놉였다. ‘최연소 주장’으로서 리더 역할도 맡았던 유서연이다. 두 번째 FA가 된 유서연, 프로 데뷔 첫 FA를 경험하게 된 권민지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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