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상 진단부터 복귀까지! "아이언맨이 됐어요" 박철우가 들려준 이야기

의왕/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5 08: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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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36)는 쓰러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박철우의 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철우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다.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거치면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수많은 기록을 써 내려간 V-리그 산증인이며 리빙 레전드이다.

그런 박철우에게 시련이 닥칠 뻔했다. 상황은 이렇다. 박철우는 2020-2021시즌 후반 오른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다. 시즌 종료 후 수술받기 전 사전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과정에서 박철우의 몸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바로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박철우는 이전에 기흉으로 고생을 한 바 있다. 또한 그의 아내 신혜인 씨도 부정맥 이상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었다.

최근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박철우는 그때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줬다.

박철우는 "시즌 말미에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시즌 끝나고 바로 수술하려 했는데 사전 검사 과정에서 심장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 그래서 지난 6월에 대동맥 판막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나 같은 케이스가 없다 하더라. 자세한 병명은 조금 그렇지만 보통 60대, 70대에 나타나는 병이라 하더라"라고 했다.

박철우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병원에서 '평소에 숨도 차고 피곤하지 않았냐'라고 하더라.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닿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시즌 말미에 다친 게 아쉬움으로 남다가도, 다쳐서 검사를 받아 심장 이상 징후를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인건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라고 웃었다.


지금은 배구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몸이 좋다. 병원에서 박철우의 빠른 회복세에 감탄했다. 박철우 역시 순조롭게 재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컨디션이 최고조다.

박철우는 "아이언맨이 됐다. 불편한 부분이 사라지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졌다. 병원에서도 상태가 매우 좋다 하더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웃음). 컨디션은 한 70%,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시즌 개막 전까지 무리 없이 몸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인생, 건강, 선수 생활을 길게 봤을 때 2021년은 나에게 중요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전력은 다가오는 시즌 다크호스로 뽑힌다. 임성진-박찬웅이 성장했고 서재덕도 군에서 전역해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지난 시즌 주전 신영석, 황동일, 오재성도 그대로다. 이번 시즌이 어쩌면 봄배구를 넘어 조심스레 우승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박철우도 "서재덕이 합류했고 박찬웅, 임성진이 성장했다. 기존 멤버 이탈은 없는데 선수층은 더 좋아졌다. 우리 선수들도 팀 성적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론 좋은 선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성적이 나는 건 아니다. 좋은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선수들끼리 사이가 좋기에 팬들께서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철우는 수술 이후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러다 최근 한국전력이 가진 K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과 연습경기에 출전하며 배구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컨디션은 좋지만, 오랜만에 코트를 밟다 보니 소위 말하는 '배구감각'은 꽝이었다고 한다.

박철우는 "14일 KB손해보험이랑 연습경기를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 한 2세트 밖에 안 뛰었는데 5세트 뛴 기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배구 호흡이 엄청 찼다. 몸이 약해졌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경기 감각은 문제없는데 배구 체력이 떨어졌다. 근육통도 생기고 근육 손실이 온 것 같았다"라고 웃었다.

수술을 하고 나니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물론 수술 전에도 그랬지만, 그때보다 더 경기를 뛰고자 하는 간절함, 팬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번 수술은 어쩌면 박철우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박철우의 머릿 속에 남을 것이다.

박철우는 "수술 전에도 물론 우승하고, 개인 성적 내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복귀가 첫 번째였고 그다음에는 경기 뛰는 게 목표였다. 이제는 조용히 팀에 힘을 주고 싶다. 나는 큰 수술을 받은 지금을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 기로에 서 있다. 또 한 번의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수술 이야기를 잘 안 하려 한다. 경기력이 안 나왔을 때 핑곗거리가 될까 봐 이야기를 안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알게 되더라. 나는 이런 거와 상관없이 경기력으로 보여주고 싶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다. 경기를 못 하고, 못 뛰면 선수로서 가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철우는 이겨내고 다시 돌아왔다. 그의 말처럼 선수는 핑계를 대선 안 된다.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뛸 자격이 없다. 몸이 좋지 않다는 건 변명일 뿐이다. 박철우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박철우는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다. 운동선수는 모든 힘듦을 이겨내고 극복해 내야 하는 직업이다. 극복한 후에는 경기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경기력이 안 나오면 은퇴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박철우는 "감독님께서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 배려를 정말 잘 해주신다. 무리를 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근육 부상이 올 수 있는데 베테랑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시다 보니 나이 많은 선수들은 그 믿음에 보답하려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되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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