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균 통역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 "산틸리 감독님, 날 믿어줘 고마워요"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8 06: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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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용인/이정원 기자] "일 년 동안 통역인 나를 믿어줘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2020-2021시즌 대한항공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V-리그 남자부 최초 외국인 감독의 통역이었던 정재균 통역이다. 정재균 통역은 2020-2021시즌 산틸리 감독의 눈과 귀로 활약하며 그의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맡았다.

정재균 통역은 1987년생으로, 2017-2018시즌 KB손해보험 알렉스(現 우리카드)의 통역을 시작으로 2018-2019시즌에는 한국전력 사이먼-아텀 통역,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매니저, 2019년 SK와이번스(現 SSG랜더스)를 거쳐 현재 대한항공에서 일하고 있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산틸리 감독의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때론 산틸리 감독 옆에서 친구처럼 말동무가 되어준 정재균 통역. 그에게 2020-2021시즌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즌이었다. 


지난 4일 기자와 만남을 가진 정재균 통역은 "2020-2021시즌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마라톤인 것 같다. 마라톤이 42.195km를 완주해야 되지 않나. 처음에는 열심히 하고, 때론 중간에는 고난과 역경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우승이라는 짜릿함을 맛봤다. 마라톤이 끝나니 피로감이 오기도 했지만 하나의 마라톤을 끝냈다는 만족감은 최고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산틸리 감독은 지난 1일, 올레니 코치는 3일 한국을 떠났다. 두 사람 옆에서 지난 11개월을 함께 한 정재균 통역. 정재균 통역이 본 두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산틸리 감독이 불이었다면 올레니 코치는 물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조화롭게 팀이 돌아갔다고 본다. 올레니 코치가 없었다면 산틸리 감독의 불을 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올레니 코치는 나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전력 분석에도 큰 힘을 준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이어간 정재균 통역은 "사실 산틸리 감독이 화만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코트 밖에서는 옆집 아저씨, 친구 같다. 훈련 끝나고는 선수들과 와인도 마시고, 사우나도 가고, 편하게 같이 밥도 먹는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사실 산틸리 감독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탈리아 신사다. 비시즌에는 코칭스태프를 불러 파스타를 대접해 줬고(5인 이상 집합 금지 전에), 크리스마스에는 고생하는 코치진에게 양주를 선물해 줬다. 또한 엔트리 구성상 팀을 떠나야 했던 이지훈과 최진성에게도 작별 선물을 주며 그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사람이다.

그리고 챔프전 5차전 종료 직후 우승 세리머니를 가진 뒤, 선수들에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올 시즌 나를 잘 따라와 줘 고맙고, 힘들게 훈련시킨 것은 미안하다. 나는 이제 떠나지만 나 없이도 행복한 배구했으면 좋겠다"라는 뭉클한 한 마디를 선수들에게 전했다.

그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에게서 인생 철학도 배우고 느낀 것도 많다. 리더십부터 배구를 바라보는 섬세함, 인간관계까지 안 배운 게 없다. 일년 동안 통역인 나를 믿어줘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시즌 끝나고 정재균 통역은 산틸리 감독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 해줬다. 야구를 좋아하는 산틸리 감독과 함께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다녀왔다. 정재균 통역은 대한항공에 오기 전 SSG 전신인 SK에서 2019년에 통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정재균 통역은 "산틸리 감독이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SSG 아구단 분들에게 부탁을 해 추신수 사인볼도 받아 산틸리 감독에게 선물해 줬다. 정말 좋아하더라"라고 웃었다.

끝으로 정재균 통역은 한 시즌 가족처럼 친하고 편했던 대한항공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대한항공 가족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믿고 조언해 주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 세 명의 코치님, 프런트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의 성적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감사하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정재균 통역은 이제 대한항공의 새로운 외국인 감독 핀란드 출신 토미 틸리카이넨과 코치 캐스퍼 부오리넨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V-리그 남자부 최초의 감독 통역이었던 정재균 통역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6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_용인/박상혁 기자, 정재균 통역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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