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전에 달린 운명?!’ 한국 여자배구 조별예선 관전 포인트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2 0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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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도쿄에 입성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첫 경기를 코앞에 두고 막판 훈련에 한창이다. 여섯 팀이 한 조를 이루는 가운데 4위 안에 들어야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쉽다면 쉽다고 볼 수도 있는 목표지만 닥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별예선에서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빡빡한 일정과 소수 엔트리
올림픽 조별예선 일정은 굉장히 빡빡하다. 조별예선 경기 사이 휴식일은 하루뿐이다. 모든 팀은 그런 빡빡한 일정 속에 다섯 경기씩 소화한다. ‘3일 연전, 3일 휴식’ 일정을 5주에 걸쳐 진행한 올해 VNL도 매우 빡빡한 일정이긴 했지만 두 대회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VNL은 팀마다 이른바 ‘쉬어가는 경기’를 통해 출전 시간을 조절하면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지만 올림픽은 매 경기 기본적으로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무게감이 전혀 다른 무대라는 점이다. 여기에 올림픽은 엔트리도 12명뿐이다. VNL처럼 대회 도중에 엔트리에 변화를 줄 수도 없다.

그래서 주전들에게 최대한 휴식을 줄 수 있을 때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은 매 경기 전력을 다해야 하는 무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힘을 빼도 되는 경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경기는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진행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VNL에서 3주차까지는 한 경기씩 주전들을 일부 배제하고 경기를 치렀다. 올림픽에서는 어떤 식으로 엔트리를 운영할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여섯 팀 중 4위,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
일찍이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밝힌 김연경의 도쿄올림픽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김연경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대표팀 구성원 역시 기본적으로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우선 조별예선을 뚫고 토너먼트에 진출해야 하고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서는 여섯 팀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쉽다면 쉽다고 할 수 있는 목표지만 낙관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모두가 장담한다고 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개최국 일본과 브라질, 세르비아, 도미니카공화국, 케냐와 한 조를 이룬다. B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이지만(B조에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터키가 포진했다.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어느 한 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조 편성이다) 언제나 그렇듯 방심은 금물이다.

VNL과 비교해 한국은 일부 엔트리 변화가 있었다. 김수지와 김희진이 합류했고 이다현과 한송이, 한다혜, 육서영, 김다인이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일부 엔트리 변화는 있지만 VNL에서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에 나섰던 만큼 당시 경기를 기반으로 올림픽 조별리그 양상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세르비아처럼 핵심 선수를 전부 배제한 팀과 맞대결 외에 다른 팀과 양상은 참고가 될 만하다.

한국은 VNL에서 첫 상대인 브라질에게 0-3 패배를 당했다. 결정력 차이가 있긴 했지만(공격 성공률 한국 38.89%, 브라질 44%) 앞선 경기만큼 그 차이가 극단적이진 않았고 14-21로 뒤지던 상황에서 박은진 서브를 바탕으로 22-21 역전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올림픽까지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세트 스코어 대비 긍정적인 내용은 분명 있었지만 결국 승리까지 이어지지 못했음을 떠올리면 어려운 상대다.

브라질과 함께 조 1위를 다툴 것으로 보이는 세르비아는 VNL과는 전혀 다른 팀이다. VNL에는 출전하지 않은 티야나 보스코비치,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 밀레나 라시치 등 핵심 멤버가 모두 합류한다. 주축 선수가 모두 뛰는 세르비아는 2018 세계선수권과 2019 유럽선수권을 석권하는 등 여자배구 최강팀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VNL에서 세르비아 상대로 거둔 승리를 올림픽에서 재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만 세르비아전이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라 이미 순위가 확정된 상태일 경우에는 변수가 있다.

케냐는 최근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없는 팀이었다. 이전까지 여러 대회에서 보여준 전력을 고려했을 때는 케냐는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대다. 케냐는 2019년 월드컵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주전 대부분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3-0 승리를 챙겼다. 브라질전에 이어 한국 두 번째 경기인 케냐전은 확실한 승리와 함께 주전 휴식까지 얻는 경기로 만들어야 한다.

토너먼트 진출 여부를 좌우할 일본&도미니카공화국전
다섯 경기 중 우승 후보급 팀과 맞붙는 두 경기, 확실하게 1승을 챙겨야 하는 경기를 제외하면 남는 두 경기, 일본전과 도미니카공화국전이 한국 토너먼트 진출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이긴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이 두 경기를 가져오지 못하면(혹은 최소 한 경기) 여섯 팀 중 4위라는 최소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 상대로는 VNL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거의 모든 면에서 밀렸다. 서브로 일본 리시브를 좀처럼 흔들지 못하면서 빠른 세트 플레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블로킹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로 한국은 절묘한 코스로 들어오는 일본 서브에 고전했다. 팀 공격 성공률만 비교해도 한국이 얼마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는지 알 수 있었다(한국 33.03%, 일본 44.83%). 당시 한국은 3세트에 비로소 서브 공략이 유효하게 들어가면서 일본의 빠른 플레이를 견제했고 접전을 펼쳤다. 듀스 끝에 패하긴 했지만 일본전 3세트 역시 한국이 맞대결에서 보여줘야 할 방향을 보여준 세트였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일본 상대로 이번 VNL 전까지 2승 1패를 기록하는 등 맞대결 성적이 밀리진 않지만 VNL까지 보여준 팀의 완성도를 봤을 때 일본은 한국에 정말 어려운 상대다. 한국이 신체조건에서 약간 우위가 있긴 하지만 확실하게 이점을 얻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리시브와 서브, 수비 등은 일본이 확실히 앞선다. 일본은 또 대표팀 내에서 고민이 큰 포지션이었던 세터진에 모미 아키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모미 아키가 좌우로 빠르고 힘있게 패스를 보내면서 일본 특유의 빠른 세트 플레이도 다시 살아났다. 코가 사리나, 쿠로고 아이, 이시카와 마유 등 젊은 날개 공격수들도 성인대표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VNL 맞대결 3세트와 같은 전략 속에 VNL 4주차 이후 나아진 결정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더 정교한 서브로 일본 리시브를 흔들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신체 사이즈 우위를 살려야 한다.

조별예선 일본전에 앞서 치를 도미니카공화국전은 정말로 토너먼트 진출 여부와 직결되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고 VNL 전부터 꾸준히 합을 맞춰오고 있다. 일본전 역시 한국에 승리가 필요한 경기긴 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가 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VNL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과 최근 악연을 끊지 못했다. 2019년부터 올해 VNL까지 맞대결 3연패를 당했다. 한국이 매 세트 주도권을 먼저 가져왔지만 이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고 0-3 패배를 당했다. 1세트부터 연속 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끝에 23-25로 패했고 2세트 역시 16-13으로 중반까지 리드를 잡았지만 지키지 못했다. 3세트는 초반 주도권을 내주지 못하고 상대 높이와 서브에 분위기를 내주면서 무너졌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이 공략할 지점은 분명 있는 팀이다. 리시브가 안정된 팀은 아니기에 서브로 흔들 수 있는 팀이다. 실제 VNL이나 2019년 두 차례 맞대결에도 이를 바탕으로 먼저 리드를 잡은 경우가 많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그 리드를 지키지 못한 건 도미니카공화국 원투펀치를 결국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VNL에서는 베타니아 데라크루즈(베띠)가 2세트에만 잠시 교체 출전하는 등 휴식을 취했지만 브라옐린 마르티네스에게 16점을 내줬고 파올레 페냐 이사벨과 가일라 곤잘레스에게도 각각 16점, 15점을 허용했다. 반면 한국은 김연경이 14점을 올렸지만 팀 공격 성공률이 33.98%에 그쳤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마르티네스와 베띠, 여기에 지네리 마르티네스까지 막강한 한방을 보유한 팀이다. 확실한 공격수를 보유한 덕분에 이번 VNL 예선 라운드도 9승 6패, 6위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한국에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라면 VNL 4주차에 본격적으로 꺼내든 날개 공격수 조합을 들 수 있다. 김연경-박정아-정지윤 조합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한결 나은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여기에 김희진도 돌아왔다. 공격에서 활용할 선택지는 늘어났다.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서는 두 팀을 우리보다 밑으로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잡을 팀을 확실히 잡는다는 생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변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브라질, 세르비아는 이변을 허락할 전력은 아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역시 전력을 다할 저 두 팀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적다. 한국도 결국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최근 계속된 악연을 끊어야 한국의 도쿄올림픽 전망도 밝아진다.

도쿄올림픽 한국 조별예선 일정
7월 25일 vs브라질
7월 27일 vs케냐
7월 29일 vs도미니카공화국
7월 31일 vs일본
8월 2일 vs세르비아


사진=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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