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의정부/이광준 기자] 우리카드 7연승은 누가 지휘하는가.
신영철 감독이 벤치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면 코트안에서는 세터 노재욱이 신들린 세트를 올린다. 팀 창단이후 최다인 7연승을 달리게 한 동력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2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7연승을 달렸다.
우리카드의 승리 공식이 이번에도 제대로 먹혀들었다. 안정된 리시브, 그리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한 다채로운 플레이까지 잘 통했다.
안정된 팀 리시브가 만든 ‘노재욱 독무대’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상대 리시버 한 명에게 정확하게 넣는 서브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서브득점이 확 줄었다. 세트당 서브득점 0.882개로 남자부 최하위다. 이날도 서브득점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상대 날개 공격수인 나경복과 황경민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그러나 우리카드 리시브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경기 후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상대 플레이를 두고 “서브로 흔들려고 애썼지만 상대가 정말 잘 버텼다”라고 평가했다.
22일 우리카드 날개공격수 리시브 기록
나경복 리시브점유율 31.25% / 효율 35%
황경민 리시브점유율 28.13% / 효율 44.44%
올 시즌 우리카드 팀 리시브는 효율 39.44%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지난 경기서 우리카드는 팀 리시브효율 46.88%로 매우 뛰어났다.
리시브가 안정되니 경기는 세터 노재욱 판이었다. 노재욱은 마치 경기 전체를 본인 손 안에서 주무르듯 했다.
이날 우리카드 공격 시도 분포를 보면 오픈공격은 단 여섯 차례에 불과하다. 전체 공격 시도 중 8%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단연 퀵오픈으로 44%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후위(32%), 속공(16%)이 뒤따른다. 노재욱은 최대한 오픈 공격은 자제하고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시도해 상대 블로커들을 뒤흔들었다.
그 결과 KB손해보험은 이날 블로킹 3개를 잡아내는 데에 그쳤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세트당 팀 블로킹 2.495개로 이 부분 2위다. 그러나 이날은 세트당 1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또 하나 이날 노재욱 플레이에서 눈여겨볼 점은 적절한 분배에 있다. 노재욱은 펠리페, 나경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황경민을 아꼈다. 황경민은 올 시즌 팀 내 공격점유율 20.12%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11.49%에 불과했다.
경기 초반부터 황경민은 리듬이 좋지 못했다. 서브 리듬도 이전보다는 떨어졌다. 평소보다 몸이 무거워보였다. 노재욱은 그런 황경민보다는 다른 두 날개 공격수 쪽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황경민은 이날 6득점, 그 중 공격으로 5득점을 올렸다. 많은 공격은 아니었지만 성공률은 50%로 나쁘지 않았다. 노재욱의 관리가 빛난 부분이다.
경기 후 노재욱은 “분배는 그 날 공격수 컨디션에 따라 운영하는 편이다”라고 이 부분에 대해 짧게 답했다.

우리카드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 하이볼 처리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남은 과제 하나로 ‘어려운 공 처리’를 꼽았다. 하이볼 처리, 즉 오픈 공격 성공률이 더 나와야한다는 말이었다.
사실 이는 올 시즌 내내 우리카드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대형공격수 아가메즈가 있어 오픈공격에 걱정이 없었다. 올 시즌 외인 펠리페는 우리카드와 비교해 이 부분은 분명히 떨어진다.
우리카드 팀 오픈 성공률, 시도비율 비교
18~19시즌 45.51% (시도비율 41.92%)
19~20시즌 40.13% (시도비율 32.95%)
(시도비율은 전체 공격에서 오픈공격이 차지하는 비중임)
우리카드 외국인선수 오픈성공률 비교
18~19시즌 아가메즈 51.90%
19~20시즌 펠리페 37.87%
(2019~2020시즌은 22일 경기종료 기준)
오픈 성공률은 곧 팀 수비가 흔들릴 때 득점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고비를 넘기는 힘이 된다.
펠리페는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분명 더 성장했다. 한층 가벼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신영철 감독도 “확실히 가볍게 때리는 법을 알게 되면서 좋아졌다.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뒤이어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어려운 볼 처리를 좀 더 해주길 바란다”라고도 바랐다.
신영철 감독의 말대로 하이볼 처리는 우리카드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다. 전반적인 팀 짜임새는 흠 잡을 곳이 없다. 선두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나아가 봄 배구에서 최정상에 오르려면 이 부분이 좀 더 발전해야 한다.
사진_의정부/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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