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준의 V-포커스] 이도희 감독의 믿음, 지금의 이다영을 만들다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12-05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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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감독, 부임과 함께 이다영 주전으로 내세워 / 팀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기용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의 믿음이 세터 이다영을 최고로 성장시켰다.

현대건설 배구가 나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예림 영입으로 직전 시즌 약점을 메우며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5일 기준 현대건설은 승점 22, 8승 3패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뛰어난 성적이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개막 후 승리 없이 11연패에 빠지면서 고민이 컸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내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설명하는 수식어 중 하나는 ‘토털 배구’다. 날개 황민경-고예림, 중앙 양효진-정지윤(이다현), 여기에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까지 합세해 여러 선수들이 고루 득점에 가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있다. 지난 두 시즌 주전세터로 기용되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세 번째 주전 시즌 들어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V-리그 최고로 성장한 이다영

이다영은 이번 시즌 여자부 세터 중 가장 눈에 띈다. 다양한 운영으로 팀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은 물론이고 서브와 블로킹 강점도 돋보인다.

올 시즌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을 보면 모두 세터 두 명 내지 세 명을 번갈아 가며 활용하고 있다. 1위 GS칼텍스는 이고은과 안혜진, 3위 흥국생명은 조송화와 김다솔이 나서는 식이다. 현대건설은 이다영 홀로 경기에 뛰고 있다. 그럼에도 안정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 의지하지 않고 공격수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빛나는 부분이다. 이다영은 코트 좌우, 중앙까지도 효과적으로 쓸 줄 안다. 특히 중앙 활용 비율이 다른 세터들과 비교해 높은 편인데, 중앙을 잡아놓고 좌우로 주기 때문에 상대 블로커들은 대처하기가 힘들다. 한 곳이 막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일반적인 세터들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다영은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다른 코스를 적절히 활용해 위기를 타파한다.

이다영은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황민경, 고예림에게는 주로 퀵오픈 세트를 전달한다. 중앙에서 오픈 공격이 좋은 양효진과 정지윤에게는 대부분 오픈 세트를 하지만, 이다현이 들어올 경우에는 이동이나 속공도 잘 쓴다. 직전 경기였던 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헤일리를 향해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라이트 후위 백패스도 인상적이었다.

이다영은 5일 기준 세트 부분 1위(세트당 11.163개)를 달리고 있다.



서브와 블로킹도 장점이다. 올 시즌 이다영은 세트당 블로킹 0.512개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블로킹 득점 점유율이 15%를 넘지 못해 블로킹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블로킹 순위는 팀 내 블로킹득점 점유율 15% 이상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다영은 팀에서 블로킹득점 13.92%를 담당했다),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브는 세트당 0.233개로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다영의 득점력은 지난 11월 3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폭발했다. 여자배구 사상 첫 세터 두 자릿수 득점(2서브득점, 4블로킹 포함)으로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이다영은 경기운영과 서브, 블로킹까지 갖췄다. 현대배구에서 세터에게 요구하는 능력치를 고루 갖춘 셈이다.


이도희의 고집은 곧 ‘믿음’이 되었다

“우리 팀 주전 세터는 이다영입니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팀을 맡아 이끌기 시작했던 2017~2018시즌 때다. 이 감독은 부임 이후 팀에 몇 가지 변화를 예고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전세터였다. 이전까지 선발과 백업을 오가며 뛰던 이다영을 주전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세터로 손꼽혔던 이도희 감독이다. 세터 특유의 냉정하고 과감한 운영, 그리고 빠른 발과 지치지 않는 체력도 장점이었다. 그런 레전드 세터 출신 감독이 이다영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기대를 모았다.


이도희 감독은 초창기 이다영을 두고 “최고의 세터가 될 자원이다. 이다영은 향후 국가대표를 이끌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이다영이 가진 뛰어난 신체능력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다영은 프로 무대서 당장 주전 세터 역할을 맡기에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2017~2018, 2018~2019 두 시즌 동안 현대건설 세터는 사실상 이다영 한 명이었다. 백업 김다인이 있었지만 그는 두 시즌 동안 단 세 경기에만 출전했을 뿐이다. 그는 이다영이 불가피하게 뛸 수 없는 경기에만 등장했다. 2017~2018시즌에 세 경기, 2018~2019시즌은 단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다영이 매번 능수능란했기 때문에 두 시즌을 통째로 담당했던 건 아니다. 이도희 감독은 “세터라면 적어도 두 시즌 정도는 혼자서 맡아봐야 한다”라는 지론을 폈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세터 이다영을 향한 비난이 이어질 때도, 이도희 감독은 묵묵히 이다영을 밀어줬다. 그럴 때마다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은 곧 최고가 된다”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도희 감독이 말한 대로, 이다영은 주전 경험 두 시즌을 통해 V-리그 최고 세터로 성장했다. 이 감독이 굽히지 않았던 뜻은 이제 ‘고집’이 아닌 ‘믿음’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다영의 활약이 그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이다영은 지난 비시즌에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체제 하에서도 주전 역할을 했다. 각종 세계무대를 누비면서 또 한 번 경험을 쌓았다. 이를 두고 혹자는 ‘라바리니 감독이 이다영을 만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다영이 국가대표 경험을 통해 배구에 흥미를 단단히 붙이고,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 확실히 해야 할 점은 이도희 감독의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다영은 없었다는 것이다. 주위의 모진 풍파에도 이도희 감독은 묵묵히 제자를 밀어줬고, 그 아래서 이다영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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