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의왕/이광준 기자] 전 세계에서 최연소로 감독이 된 토미 티리카이넨 울프독스 나고야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전력 연습배구장에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위해 한국을 찾은 ‘울프독스 나고야(Wolfdogs Nagoya)’가 한국전력과 연습경기를 치르러 온 것이었다. 울프독스는 현대캐피탈 초청으로 지난 15일 한국에 입국해 연습경기를 치르다 20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울프독스 나고야는 지난 시즌까지 도요타 고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팀이다. 지난 시즌 도요타 고세이는 10개 팀이 뛴 일본 V리그(참고로 한국리그는 공식적으로 ‘V-리그’로 표기한다. 일본리그는 V리그다)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아직 프로리그가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전 프로리그를 출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현재는 세미프로 형태다. 대부분이 실업팀 구조를 이루고 있다. 구단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어 프로로 뛰는 선수는 몇 없다.
이 팀은 다가오는 시즌부터 프로화를 준비하기 위해 변화를 줬다. 실업 선수들이 아닌 정식 프로 선수들을 여럿 보유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울프독스는 일본 팀들 중에서도 프로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팀이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에서 뛴 밋차 가스파리니가 다가오는 시즌 외국인선수로 뛸 팀이기도 하다. 가스파리니는 국가대표 일정으로 인해 이번 연습경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토미 티리카이넨(핀란드, 1987년생)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울프독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1986년생인 현대캐피탈 문성민보다 한 살이 어리다. 그러나 경력은 화려하다.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끝내고 20대 초반 지도자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25살이던 2012년에 고국 핀란드 코콜라 타이거즈(Kokkola Tigers) 감독을 맡아 팀을 리그 챔피언 자리에 3회나 올렸다. 이어 2016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SWD 뒤렌 감독으로 이적, 팀을 3위로 이끌었다. 2017년에는 일본으로 팀을 옮겨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다. 토미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어린 나이에 감독직을 맡아 수행한 사람이다.
젊은 감독답게 팀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일본 선수들 역시 감독과 호흡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운 좋게도 토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일정 상 긴 시간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잠시나마 대화를 나누며 한국과 일본 배구, 그리고 세계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은 어땠는지.
이번이 두 번째 오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경험이었다. 나를 비롯해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어떤 점이 도움 됐는지.
한국 배구는 열정이 넘치고 굉장히 공격적이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그런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클러치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공격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다. 클러치 상황에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을 잘 아는 것 같다.
한국 배구와 일본 배구를 좀 더 비교해보자면.
내가 한국 배구를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답내리긴 어렵다. 다만 한국은 힘 있는 배구를, 일본은 시스템을 강조하는 건 차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은 공격 쪽을, 일본은 수비와 연결 쪽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물론 한국에도 굉장히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배구를 하는 팀이 있다. 그래서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에 처음 와 배구를 봤을 때에도 기존에 내가 하던 배구와 많이 달라 놀랐다. 일본은 확실히 배구를 디테일하게 접근한다. 유럽의 수비, 기본기에 대한 이해와 많이 달랐다. 일본 쪽이 훨씬 더 정교했다.
추구하는 배구 방향은 어떤 것인가.
세계 배구는 갈수록 빨라지고, 그와 함께 피지컬(신체적인 것)도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계속해서 창의적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거의 배구와 현재 배구는 굉장히 다르다. 디그된 공을 세트 없이 곧바로 공격해 득점을 내거나, 다이렉트킬 공격을 하는 척 패스로 연결하는 방식은 이전엔 없던 것들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며 발전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러 작전을 팀에 적용해 알맞은 것은 가져가고, 아닌 것은 버리는 식으로 해야 팀이 발전할 수 있다.

감독께서 나이가 어려선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것 같다.
동의한다. 이런 논의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이런 것에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덧붙이자면 갈수록 선수들에겐 ‘멀티 플레이’가 요구될 것이다. 본인 포지션에 한정된 플레이가 아닌, 다양한 능력을 갖춘 선수가 좋은 선수라는 뜻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내 배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승패가 아니다. 보는 사람이 감동을 받고, 열정을 쏟는다면 그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배구를 지켜본다. 어떤 이는 전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고 배구를 단순하게 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동시에 감동을 받는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 배구가 교류했으면 한다. 연습경기 외에 공식적인 대결로 말이다. 정말 흥미롭고 재밌는 대결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좀 더 자주 와서 한국 배구를 경험하고 자주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사진_의왕/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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