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한국과 캐나다전은 김연경이 왜 '배구 여제'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 품격 있는 한판이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얀타르니경기장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이하 대륙간 예선전) E조 조별리그 캐나다와 1차전 경기에서 3-1 (21-25, 25-20, 25-19, 25-22)로 승리했다. 한국은 대륙간 예선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캐나다전을 승리로 가져가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국이 캐나다전을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의 활약이 컸다.
사실 한국은 대륙간 예선전을 치르기 전부터 악재를 맞았다. 대륙간 예선전을 앞두고 함께 훈련한 세터 이다영과 안혜진이 모두 이탈했기 때문이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터의 존재가 중요한 배구 경기에서 두 선수의 부상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라바리니 감독은 베테랑 이효희와 이나연을 불렀다. 이효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이나연은 대륙간 예선전 합동 훈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은 선수들과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단기간에 호흡을 맞추느냐가 관건이었다. 역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효희가 선발로 먼저 나섰지만 한국과 다른 공인구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선수들과 매끄러운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자칫 캐나다에 경기 분위기를 내줄 뻔한 순간 한국을 구한 건 역시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7점을 올리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54%(32/59)의 공격 성공률을 보인 김연경은 이날 블로킹과 서브에이스 득점도 각각 2득점과 3득점을 올렸다.
매 세트 그녀의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이날 캐나다에 유일하게 내준 1세트에도 김연경은 팀 공격을 이끌었다. 15-14로 앞선 상황에서 김연경은 중앙 후위 공격을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비록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김연경은 1세트에만 8득점을 올렸다.
이후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이 눈에 띄었다. 2세트 9-9 상황에서 나온 그녀의 득점은 한국이 경기 분위기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세터와의 호흡이 맞지 않을 때에는 상대 허를 찌르는 페인트 공격을 시도하며 때에 따라 다양한 공격 방법을 선보인 김연경이었다.
3세트와 4세트는 그녀가 왜 '배구 여제'인지 어김없이 보여준 세트였다. 먼저 김연경은 3세트에 서브에이스, 페인트 득점, 블로킹 그리고 스파이크 공격까지.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모두 공격을 시도하며 캐나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여기에 이재영과 김희진이 좌우에서 힘을 보탰다. 그리고 3세트 교체 투입된 세터 이나연까지 차분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김연경에게 힘을 더했다.
4세트에도 김연경은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아니, 그냥 이날 경기를 끝낸 주인공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했다. 김연경은 4세트 21-22로 뒤진 상황에서 공격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이재영의 공격 득점까지 이어졌고 김연경은 서브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나온 상황은 김연경이 왜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임을 보여줬다. 23-22 아슬아슬하게 한 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김연경은 경기를 끝내는 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김연경은 마지막 득점이 성공되는 순간 포효하며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연경은 경기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경기장 안팎으로 대표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대륙간 예선전 직전 생긴 악재에도 그녀는 흔들림 없이 동료들을 챙기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또한 경기장 안에서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한 동료들이 실수 했을 때에는 독려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힘을 불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이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가 될 수 있다'라고 여럿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도쿄올림픽 진출 티켓 획득을 위해서는 멕시코전과 더불어 강호 러시아전을 반드시 승리로 가져와야 한다.
과연 김연경이 남은 두 경기에서도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캐나다전 활약이 이어진다면 멕시코, 러시아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캐나다라는 큰 고비를 넘긴 한국은 3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가진다.
사진_FIV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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