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강효상 기자]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가 IBK기업은행을 3-0으로 꺾으면서, 올 시즌 남녀부 봄배구 진출 팀이 결정됐다.
남자부는 일찍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우리카드가 봄배구를 확정지었다. 여자부에선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그리고 GS칼텍스가 봄배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서울 장충체육관을 연고로 쓰는 남녀 두 팀이 사상 처음 모두 봄배구를 하게 됐다. 서울 배구 팬들에게 그야말로 장충의 봄이 열린 셈이다. 우리카드와 GS칼텍스에게 찾아온 봄의 향기. 그것이 짧게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단단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아가메즈가 믿을만하다지만...
우리카드, 윙 스파이커 3인방의 동반 부진이 걱정
우리카드는 창단 이후 첫 봄배구에 나선다. 5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일찌감치 봄배구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지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가 복근 부상으로 6라운드를 통째로 결장했다. 그 기간 우리카드는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아가메즈가 시즌 내내 MVP급 활약을 보여주면서 팀을 이끌었다곤 하나, 선수 한 명의 결장으로 인해 팀 전체의 경기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국내 윙 스파이커 라인업을 구성하는 나경복, 한성정, 황경민은 올 시즌 몰라보게 달라졌다. 나경복이 34경기 130세트를 출전하면서 430득점(공격 성공률 47.76%)을 올렸고, 한성정은 31경기 90세트를 뛰면서 222득점(공격 성공률 51.83%), 황경민도 22경기 72세트 동안 139득점(공격 성공률 50.92%)을 올렸다. 3명의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 게 우리카드가 시즌 중반까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봄배구 진출에 성공한 요인중 하나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아가메즈 없이 치른 경기에서는 3인방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나경복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한성정과 황경민이 윙 스파이커로 경기에 나섰지만, 이전보다 공수 양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더 큰 우려는 이 선수들 모두 플레이오프 경험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아가메즈의 부상이 호전되면서 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경기 감각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선수들이 완벽히 경기력을 끌어올린 상태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해야 하는데, 세 명의 선수 모두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3인방의 부진은 또 다른 여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노재욱이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카드에 합류한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중앙의 활용 방법과 빈도였다. 노재욱의 장기인 기습적인 속공 플레이는 상대를 흔드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윙 스파이커들의 리시브가 불안해지면서 미들 블로커들의 활약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특히 김시훈을 활용하는 비중이 떨어진 것도 눈에 띈다. 블로킹과 속공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던 김시훈이지만 시즌 후반부에는 그 위력이 반감되고 있다.
사실 노재욱 영입 이후, 우리카드의 팀 컬러는 180도 바뀌었다. 오픈 공격에 의존하기 보다는 속공과 퀵오픈, 파이프 공격을 통해 속도감을 살리고 있다. 하지만 아가메즈가 약 3주 가까이 실전 경기를 쉬었고, 국내 윙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된 지금은 노재욱에게도 한계 상황이다. 창단이후 처음 봄배구에 나서는 우리카드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창단 첫 챔프전까지 넘볼 수 있을지, 신영철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GS칼텍스, 5년만의 PO무대
차상현 감독의 이유 있는 ‘이고은’ 영입 효과에 기대
GS칼텍스는 5년 만에 봄배구에 나선다. 또한 여자부 6개 팀 중에서 가장 먼저 시즌을 마감했다. 단기전에서는 체력적인 변수가 중요한 만큼,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고 봄배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GS칼텍스에게는 휴식기간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세터 ‘이고은’을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일이다.
시즌 시작 전 IBK기업은행에게 이나연을 내주고 이고은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고은의 경험이었다. 당시 이나연을 비롯하여 안혜진, 한수진으로 이어지는 GS칼텍스의 세터 라인은 모두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소영-강소휘-표승주로 이어지는 국내 윙스파이커 3인방이 모두 건강하게 시즌에 돌입하는 만큼, GS칼텍스는 올 시즌을 대권 도전의 적기로 봤다. 그런 GS칼텍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세터였고, 주전 세터 이나연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이고은을 데려왔던 것이다.
이런 GS칼텍스의 시즌 구상은 KOVO컵 때만 해도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고은 역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GS만의 빠른 배구에 적응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고은이 시즌 직전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백업 세터인 안혜진이 주전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안혜진은 과감한 경기운영과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주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GS칼텍스는 전반기에 단독 선두를 내달렸다. 그 과정에서 공격수들은 안혜진의 세팅에 리듬을 맞춰갔다. 이고은이 복귀한다면 GS칼텍스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졌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고은이 복귀하면서부터 발생했다. 안혜진의 토스와 전혀 다른 이고은의 토스에 공격수들이 난조에 빠진 것이다. 실제로 안혜진은 높은 지점에서 측면으로 뽑아주는 토스에 강점이 있는 반면, 이고은은 낮은 지점에서 힘 있게 밀어주는 토스가 좋은 세터다. 두 세터가 번갈아 출장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공격수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그 사이 GS칼텍스의 순위는 점점 하락하고 말았다. 시즌 초반 기세를 생각해보면 자력으로 봄배구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시즌 중후반부, 특히 5라운드(1승 4패)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점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6라운드를 3승 2패로 마치는 과정에서도 세터 이고은의 경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오프에 안혜진만을 기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GS칼텍스가 5년 만의 봄배구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2014~2015, 2016~201717, 2017~2018 시즌까지 챔프전을 치른 이고은의 경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차상현 감독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고은을 꾸준하게 기용해왔다. 과연 이고은은 차상현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을까. GS칼텍스의 대권 도전은 여기에 달렸다.
사진/더스파이크_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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