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얼굴들부터 슈퍼스타 듀오까지, 조별 예선에서 만난 선수들 [현장 리뷰]

마나마/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5-17 23: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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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에는 대한항공 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가운 얼굴들, 새로운 얼굴들, 궁금했던 얼굴들도 만나볼 수 있다.

바레인 마나마에서 치러지고 있는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의 조별 예선이 16일(이하 현지 시간)로 막을 내렸다.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8개 팀과 순위 결정전으로 내려간 8개 팀은 17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E-F-G-H조로 묶여 치열한 승부를 이어간다.

A조에 속한 대한항공은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하며 조 2위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고, 18일에 산토리 선버즈(일본)와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준결승 진출을 향한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한국의 배구 팬들에게는 대한항공 선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이번 대회에는 대한항공 선수들 말고도 수많은 선수들이 연일 멋진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조별 예선 기간 동안 눈길을 끌었던 선수들을 소개한다.

반가운 얼굴들 – 니콜라 멜라냑(세르비아), 다우디 오켈로(우간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 아르투르 우드리스(벨라루스)
이번 대회에는 V-리그를 거쳐 간 선수들이 다수 참가했다. 이 중 다우디(자카르타 바양카라)와 요스바니(알 아흘리)는 대한항공과 같은 A조에 묶여 맞대결을 치르기도 했다.

다음 시즌부터 삼성화재 소속으로 V-리그에 다시 등장할 예정인 요스바니는 숙소에서 한국 관계자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몇몇 관계자가 자신에게 ‘삼성’을 연호하자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그는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섰지만 쏟아지는 목적타에 고전하며 3세트에는 웜업존으로 물러났다.

또 한 명의 익숙한 얼굴 다우디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1세트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2세트부터는 높은 타점과 특유의 탄력을 잘 살리며 대한항공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서브와 공격에서 제몫을 다한 다우디는 대한항공에 쓰라린 대회 첫 패배를 안겼다.

이 외에도 이라크의 사우스 가스 스포츠 클럽 소속으로 나선 니콜라와 카자흐스탄의 아티라우 소속으로 출전한 우드리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니콜라는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장발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힘을 앞세운 공격을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니콜라는 예선 경기가 모두 종료된 뒤 숙소 로비에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꽤 긴 시간 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치명적이었던 복병 – 파르한 하림(인도네시아), 모하메드 자바드 마나비(이란)
뉴 페이스의 등장은 그가 누구의 편에서 나타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군에서 등장하는 뉴 페이스는 신선하고 반갑지만, 상대편에서 튀어나오는 뉴 페이스는 당혹스럽고 부담스럽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대한항공의 반대편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자카르타 바양카라의 파르한 하림과 모하메드 자바드 마나비가 그들이다. 조별 예선에서 2연속 셧아웃 승리를 기록하며 기세가 한껏 오른 대한항공이기에, 자카르타까지 꺾고 조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는 한껏 커진 상태였다. 그러나 파르한과 마나비는 이러한 대한항공의 뜨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선수는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리시브도, 공격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그 중에서도 각자의 날카로운 무기가 있었다. 파르한은 날카롭고 빠른 서브로 대한항공의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렸다. 안정적인 루틴에서 나오는 그의 서브는 네트에 거의 붙을 듯한 궤적으로 대한항공의 코트 구석구석을 찔렀다.

그런가하면 마나비는 날개에서의 1:1 매치업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자신이 공격할 때는 대한항공 블로커들의 블로킹을 여유롭게 이용하고, 반대로 대한항공 공격수들의 공격을 막을 때는 선호하는 코스를 잘 틀어막으며 노련미를 뽐냈다. 198cm의 신장에 영리함까지 더해지자 임동혁을 비롯한 대한항공의 날개 공격수들은 그를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다. 파르한과 마나비는 대한항공을 무너뜨리고 자카르타가 조 1위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슈퍼스타 듀오 – 사에드 마루프, 아미르 가푸르(이상 이란)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 산토리 선버즈)의 대회 참가 소식은 많은 배구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정점에서는 조금 내려왔을지라도 전 세계 최고를 다퉜던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는 자체로 하나의 흥행 요소가 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무셜스키 말고도 화려한 경력을 갖춘 스타 선수들이 있다. 샤답 야즈드(이란) 소속으로 대회에 나서는 세터 사에드 마루프와 아포짓 아미르 가푸르 듀오가 대표적이다. 아시아 최고의 세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마루프는 특유의 턱수염으로 ‘Magic Beard’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다. 시에나(이탈리아), 페네르바체(튀르키예) 등 빅리그에서도 활약한 마루프는 2014 월드 리그 베스트 세터, 중국 리그 베스트 세터, 튀르키예 컵 베스트 세터를 차지하며 가는 곳마다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가푸르 역시 이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이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루베, 몬차(이상 이탈리아)와 같은 빅클럽을 거쳐 왔고, 2014 월드리그와 2019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직전 시즌인 2022-2023시즌 이란 리그에서는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루프와 가푸르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샤답 야즈드의 조별 예선 무실세트 3연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 모두 전성기는 지난 나이지만, 아시아권 레벨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적수가 없었다.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가던 마루프는 상황이 조금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여지없이 가푸르를 찾았고, 가푸르는 가볍게 득점을 올리며 마루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란이 자랑하는 슈퍼스타 듀오다운 경기력이었다. 

 

이제부터는 조별 예선보다 더욱 치열한 승부가 벌어진다. 상위 라운드에서는 과연 또 어떤 얼굴들이 배구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된다.


사진_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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