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삼성화재는 위험한 팀이다." 경기 전 산틸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산틸리 감독의 말처럼 삼성화재는 이날 대한항공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경기가 열렸다. 대한항공은 2위, 삼성화재는 7위다. 순위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패기로 무장한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스코어는 3-0 (25-23, 25-23, 26-24) 대한항공의 완승이였지만, 스코어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는 내내 박빙이었다.
경기 전 고희진 감독은 "누가 있다고 이기고, 지고 그런 건 없다. 선수들에게 패기로 해보자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고희진 감독의 부탁을 들어줬는데, 대한항공과 박빙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흥과 패기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화재는 5연패에 빠져 있었다. 현재 삼성화재는 리빌딩을 하는 과정이다. 비록 패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고희진 감독은 선수들이 패배를 하는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얻길 바랐다. 또한 선수들이 기죽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패기로 해보자"라고 당부한 이유였다.
고희진 감독의 바람처럼 경기 시작부터 선수들은 흥이 가득 차 있었다. 동료들이 범실을 해도 웜업존에서는 손뼉을 치며 "괜찮아"라고 다독였다. 초반 상대 힘든 공격을 버텨내고, 범실을 줄이다 보니 자신들이 원하는 공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장호와 바르텍이 연이어 좌우에서 득점을 올렸다. 이에 당황한 대한항공은 범실을 쏟아냈다. 삼성화재는 범실을 줄이고, 끈질긴 수비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갔다. 비록, 세트 후반 대한항공의 노련미와 기에 당황하며 역전을 내줬다. 세트마저 빼앗겼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기죽지 않고 2세트 역시 자신들의 페이스로 운영했다. 선수들은 블로킹에 성공하거나 상대 범실이 나오면 코트 위를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상대 서브에는 계속해서 "찬스볼, 찬스볼"을 외쳤다.
그런데 흥도 흥이지만 흔들릴 때는 '확' 흔들렸다. 12-12에서 정지석에게 3연속 서브에이스를 내준 게 대표적인 상황이었다. 이럴 때 또 흥겨운 분위기가 도움이 된다. 주도권을 내주자마자 바로 상대를 추격했다. 그리고 21-21에서 정성규의 서브에이스가 나오자 데시벨은 최고치를 찍었다. 비록 세트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들의 흥에 대한항공은 분명 당황했다.
삼성화재는 3세트에도 세트 막판까지 상대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김동영의 강서브가 터졌다. 비록 듀스 접전 끝에 연이은 범실로 무너지며 경기를 가져오진 못했다. 0-3(23-25, 23-25, 24-26)으로 패했다. 이번에도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6연패에 빠지며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들이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흥과 패기. 다른 팀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산틸리 감독도 경기 전 "삼성화재는 위험한 팀"이라고 말할 정도로 삼성화재는 선수들이 'UP'되면 막기 힘든 팀이다.
이제 삼성화재에게는 승리 만이 남았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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