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던 해프닝까지 있었지만, 권영민 감독이 새해 첫 경기의 승장이 됐다.
한국전력이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2(20-25, 25-23, 25-22, 23-25, 15-13)로 꺾고 승점 2점을 챙겼다. 다사다난한 경기였다. 경기 초반에는 하승우와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의 호흡이 심하게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2세트 후반부부터는 어느 정도 호흡이 맞아가며 시스템이 정상화됐다. 그러나 4세트에 리시버 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판독 불가가 나온 것에 대해 권영민 감독이 항의를 이어가다 세트 퇴장을 당하는 대형 변수가 발생했고, 결국 5세트에 끌려가고 말았다. 다행히 5세트를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으로 따내며 승점 2점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든 경기를 마친 권영민 감독은 먼저 4세트의 비디오 판독과 퇴장 상황에 대해 “선수들도 맞지 않았다고 했고, 화면상으로도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판독관들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판독 불가를 선언했다. 그러면 안 됐는데, 너무 중요한 1점이라 좀 흥분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주의하겠다. 잘못된 행동을 했다. 다음에는 반응이 아닌 대응을 하겠다”며 반성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권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하승우에 대해 권 감독은 “타이스가 공을 때릴 때 패스가 흔들리면 그걸 겉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고, 하승우가 그걸 보고 언짢아하거나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걸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활용해야 하는 무기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권 감독은 서재덕에 대해서는 “공격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괜찮았다. 서재덕의 공격을 살리는 것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고민이다. 서재덕을 살리기 위해 타이스의 리시브 가담 비중을 올리면 하승우가 하이 볼 컨트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나와서 팀 공격력이 떨어진다”며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와 함께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 빈도가 높았던 타이스의 라이트 백어택에 대해서는 “서재덕이 리시브를 하면 상대가 블록을 앞쪽으로 몰아놓는다. 그러면 속공을 쓰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파이프보다는 라이트 쪽에서 백어택을 때리면서 상대 블록을 찢어놓는 방향을 준비해보고 있다”는 설명을 들려줬다.
한편 대한항공은 2연패를 당했다. 임동혁이 18점,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이 12점을 올렸고 조재영이 4개의 블로킹과 2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특히 평소의 대한항공이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자잘한 연결 미스가 너무 많았던 것이 패인이었다.
패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쉽지 않은 날이다. 답은 나와 있다. 훈련장으로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서브를 통해 득점을 만드는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며 경기를 총평했다. 연결 미스가 너무 잦았던 것에 대해서는 “맞는 말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하이 볼 상황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겸허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시즌 내내 기존에 구상했던 베스트 멤버들을 동시에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틸리카이넨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인 건 맞다. 내가 더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결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도 있지만, 팀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팀 컬러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스마트하고 빠른 배구를 하고자 한다. 또한 경기 중에 이점을 가져올 수 있는 디테일을 추구하고자 한다. 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미친 듯이 싸우는 팀을 만들고 싶고, 배구의 즐거움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 지금은 우리 팀이 내가 말한 것들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다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에 대해서는 “무라드는 예외적인 상황에 있다. 몇 년간 다른 배구를 해왔던 선수고, 팀에 합류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원하는 팀 컬러의 패스와는 다른 패스를 올려주고 있다”고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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