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이 드디어 빛을 봤다.
정규리그 1위 5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4번, 통합우승 1번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특히 2005 V-리그부터 10시즌 동안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만큼 막강한 전력을 보였다.
그런 현대캐피탈이 2020-2021시즌 본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6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내면을 들여다보니 최태웅 감독이 ‘리빌딩’을 선언한 것.
최태웅 감독은 2020-2021시즌 1라운드 종료 이후 신영석, 황동일,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김명관, 이승준, 2021-2022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팀의 간판이자 중심을 잡아주며 주장 역할을 하고 있던 신영석이 포함된 트레이드였기에 배구팬들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본인의 생각대로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허수봉, 김선호, 김명관, 박경민 등 젊은 선수들로 시즌을 치렀다. 젊은 패기로 나섰지만, 경험이 부족한 모습은 숨길 수 없었고 결국 2020-2021시즌은 6위라는 성적으로 마쳤다.
이어진 2021-2022시즌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젊은 선수들로 보내는 두 번째 시즌이긴 하지만 아직 타 팀 선수들에 비해 부족함이 많았다. 한국전력과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1라운드 지명권을 통해 전체 1순위로 홍동선을 지명했지만 큰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시즌 중반 전광인이 군 전역 이후 돌아와 팀의 중심을 잡아주긴 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최하위(7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최태웅 감독의 소신은 꺾이지 않았다. 두 시즌 연속 현대캐피탈에게 낯선 순위를 기록하자 많은 팬들이 최태웅 감독의 선택을 향한 의심을 나타냈지만 굴하지 않고 전진한 최태웅 감독이다.
그리고 2022-2023시즌 최태웅 감독의 리빌딩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한양대 출신 세터 이현승을 데리고 왔다. 최태웅 감독은 김명관, 이현승 세터에게 팀 운영을 맡겼고 어느새 국가대표 리베로로 성장한 박경민,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의 자존심 허수봉 등의 젊은 선수들과 팀 기둥 전광인과 최민호, 다시 돌아온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 등 베테랑 선수들 간의 신구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젊은 선수들이 흔들릴 때는 베테랑들이 노련미를 과시하며 도와줬고 베테랑들이 힘들 때는 젊은 선수들이 더 파이팅 하면서 뛰어다녀 팀 분위기를 올렸다.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현대캐피탈은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2019-2020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조기종료 됐다.) 만에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하며 봄배구에 진출했고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하긴 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했다.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 이후 최태웅 감독은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지난 2-3년이 헛되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를 한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다시 올 거라 굳게 믿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두웠던 긴 터널을 3년 만에 뚫고 나온 현대캐피탈이지만 아직 정상의 자리에는 앉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인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_천안/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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