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에는 무엇보다 단단한 ‘베테랑의 힘’이 있다

안도연 / 기사승인 : 2023-03-23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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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이 다수 포진돼있는 한국도로공사가 정규리그 3위로 마지막 봄배구 열차에 탑승했다.

함부로 예측이 어려울 만큼 치열했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끝까지 봄배구 경쟁이 이어졌지만, 웃은 팀은 한국도로공사였다. 승점 60점으로 4위인 KGC인삼공사(승점 56점)와 4점 차로 준플레이오프를 무산시키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시즌 시작 전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선 현대건설, GS칼텍스, 흥국생명이 2022-2023시즌 3강으로 뽑혔다. 그 어디에도 ‘한국도로공사’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팀들의 전력 강화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2021-2022시즌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이고은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며 팀에는 프로 2년 차인 이윤정이 주전 자리를 쥐게 됐다. 또 다른 세터인 2001년생 안예림은 181cm 장신 세터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경험이 많지 않았다. 두 명의 젊은 세터가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2020-2021~2021-2022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이 튀르키예 리그로 이적하며 이번 시즌엔 새로운 외인인 카타리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가 합류했다. 그는 여러가지 물음표를 가진 채로 한국도로공사에 들어왔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과 변화가 있는 모습으로 코트에 나섰다. 준수한 출발을 보였다. 1라운드 3승 3패를 기록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인 카타리나가 직전 시즌 켈시의 빈자리를 지우진 못했지만, 다른 쪽에서 버텼다. 도로공사의 큰 장점인 안정적인 리시브로 부담을 덜었다.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경기에서 승리하며 시즌 첫 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당시 임명옥은 리시브 효율 85.71%를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다.

2라운드에선 더 발전된 모습이었다. 1라운드에서 이기지 못했던 IBK기업은행을 꺾었다. 1, 2위였던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덕분에 3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2라운드 GS칼텍스 경기에선 베테랑들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었다. 당시 정대영은 6개의 블로킹을 잡았고, 배유나는 블로킹 2개 포함 18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자였다. 여기에 기복 없는 모습을 보이는 임명옥은 25개의 디그 시도 끝에 23개를 잡아냈고, 64.71%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든든한 베테랑의 활약으로 도로공사는 3위 자리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하지만 3라운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2승을 챙겼지만, 모두 5세트 승리로 승점 2점씩 가져갔고, 흥국생명을 상대로 1점을 챙기며 3라운드엔 5점밖에 챙기지 못했다.

또한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에게 시즌 첫 승을 내주게 됐다. 직전 경기인 GS칼텍스에게도 패했기에 팀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았다. 다행히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KGC인삼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도 3위 자리를 지켜냈다. 3위를 지키긴 했지만, 이날 팀의 에이스인 박정아가 발가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초부터 경쾌한 리듬을 보이지 못했고, 세터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후 두 경기 모두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도로공사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교체 카드를 꺼냈다. 카타리나의 대체 선수로 캐서린 벨(캣벨)을 영입했다. 조용하고 잠잠했던 카타리나와는 달리 V-리그 경험이 있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캣벨을 데려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은 도로공사에는 톡톡 튀는 밝은 성격의 선수가 필요했다.


캣벨과 함께하는 4라운드가 시작됐다. 캣벨은 4라운드 첫 경기부터 선발로 당당하게 코트에 나섰다. 도로공사 유니폼으로 데뷔전을 치른 첫 경기는 KGC인삼공사 경기였다. 캣벨은 20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첫 경기이기에 세터와의 호흡은 아쉬웠지만, 점차 맞춰간다면 도로공사의 외국인 교체는 성공적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변화가 있었던 도로공사의 4라운드는 4승 2패로 3위 유지가 가능했다. 박정아도 1월 17일 IBK기업은행과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선발 명단에 복귀했다. 또한 4라운드에는 당시 선두에 있던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이 더해졌다.

하지만 4위 KGC인삼공사도 봄배구를 위해 뒤를 바짝 추격했다. 도로공사는 더 빨리 달아나야 했다.


도로공사에게 가장 위기였던 5-6라운드다. 5라운드 시작은 좋았다. KGC인삼공사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시즌 초부터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점 활로를 찾지 못하며 부진했다. 또 한 번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승리를 내줬고, 이어 흥국생명에게도 셧아웃 패를 당하며 5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패배는 계속됐다. 6라운드 첫 경기인 KGC인삼공사에게 이번 시즌 첫 패배를 당했고, 이어지는 IBK기업은행 전에서도 웃지 못했다. 4연패의 늪으로 빠졌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였다. 5라운드 후반부터 6라운드 초반까지 6연승을 달리며 3위를 뺏었다.

 

위기에 몰린 도로공사에는 박정아가 있었다. 부진했던 시즌 초반을 잊고 우리가 알던 박정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박정아와 함께 도로공사는 지난 7일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며 길고 길었던 연패에서 벗어났다. 또한 선두에 있는 흥국생명을 잡으며 분위기를 살렸다. 당시 박정아는 팀 내 최다 득점인 22점을 기록했다. 비 온 뒤 맑듯이 흥국생명 경기 이후 3경기 모두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고, 승점 60점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14일 페퍼저축은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며 57점을 만들었고, 플레이오프를 확정 지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KGC인삼공사와의 승점이 3점 이내였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렇기에 KGC인삼공사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KGC인삼공사는 팀의 마지막 경기인 16일 현대건설전에서 승점 3점을 따오며 최대 승점인 56점을 만들었다.

결전의 날이 왔다.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6라운드 GS칼텍스 경기 날이었다. 이날 도로공사가 승점 3점을 따면 최대 승점 60점이 되며 KGC인삼공사와는 4점 차로 준플레이오프 없이 플레이오프로 직행할 수 있다. 결과는 도로공사의 셧아웃 승이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도로공사. 프로 16년 차 주장 배유나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야 플레이오프로 직행할 수 있는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막상 정규리그 뚜껑을 열어보니 봄배구에 오를 세 팀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베테랑의 힘이다. 체력 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았지만, 이들은 결과로 보여줬다. 모든 라운드를 3위로 마무리지으며 봄배구에 안착했다.

이제 도로공사는 다가오는 23일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3위로 올라왔지만, 2위인 현대건설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을까. 이들의 여정은 봄에도 계속된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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