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의정부/서영욱 기자] 프로 열 번째 시즌에야 비로소 첫 봄 배구에 나선 최홍석이 중요한 무대에서 베테랑의 진가를 보여줬다.
4일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자주 선보이진 않았던 최홍석-차지환 조합을 선발 윙스파이커로 예고했다. 최홍석은 특히 의외라고 볼 수 있을 만한 투입이었다. 정규리그 후반기 부상 등이 겹쳐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 5라운드에는 모두 한 경기 출전에 그쳤고 6라운드에도 다섯 경기에서 8세트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최홍석은 단판 승부인 준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을 선발로 내세운 석진욱 감독 믿음에 부응했다. 이날 최홍석은 득점 자체는 8점으로 많지 않았지만 승부를 결정지은 4세트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득점을 여러 차례 올렸다. 리시브에서 흔들린 이후 곧장 공격으로 전환해 득점을 올리는 등 멋진 득점 장면도 있었다.
여러 선수가 기용되는 윙스파이커진에서 최홍석이 유일하게 매 세트 선발로 나서면서 코트를 지킨 것도 OK금융그룹에는 크게 다가왔다. 특히 최홍석은 이날 리시브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시도(27회)를 기록하면서 리시흐 효율도 51.85%로 좋았다. KB손해보험 서브 공세를 막아내며 팀이 안정적으로 공격을 풀어가게 했다.
최홍석에는 여러모로 의미가 큰 경기였다. 중요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 그것도 자신의 V-리그 10번째 시즌 만에 치른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그랬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베테랑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긴장되기보다는 설렜다. 경기 전날 감독님께서 오늘(4일) 먼저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어젯밤부터 빨리 경기하고 싶었다”라는 최홍석의 소감에서 그가 얼마나 포스트시즌을 열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최홍석은 “부담됐다면 더 힘들었겠지만 경기 내내 재밌었다. 선수들 표정도 좋았다. 첫 포스트시즌이었는데 옆에서 ‘형, 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준 덕분에 오늘 ‘원 팀’이 된 것 같다”라고 포스트시즌 첫 경기 소감을 덧붙였다.
어려운 과정 끝에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는 점에 더해 정규리그 막판 최홍석 개인에게 닥친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4라운드 이후 최홍석은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다. 4~6라운드 출전 경기를 모두 합해도 여덟 경기, 세트 수도 총 12세트에 불과했다. 석진욱 감독은 “최홍석이 절실했던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밀리고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망도 컸을 것이다. 연습 때 잘하고 실전에서 못 보여줬다”라며 “눈물을 보이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최홍석이 느꼈을 어려움을 위로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홍석이 눈물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를 묻자 최홍석은 “저도 잘 모르겠다. 경기 끝나고 약간 뭉클하더라”라고 답하며 “올 시즌 팀에 더 많은 힘을 보탰다면 우리 팀이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다. 그간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고 그에 대한 결실을 맺을 시간이 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당시 감정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지금은 울 때가 아니라더라. 꾹 참고 나중에 챔피언이 돼서 다 같이 울자고 했다”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정규리그 후반기 출전 시간이 줄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스스로 노력도 많이 했다. “시즌 초반에는 교체로도 자주 들어갔다. 후반에는 부상도 있고 많이 투입되지 않았다”라고 돌아본 최홍석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리시브, 서브 등에서 계속 준비하고 있으면 분명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준비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석진욱 감독 역시 “최홍석이 부상이 좀 많은 편이다. 열심히 하면 또 아프니까 스스로 텐션도 많이 떨어졌다. 참고 끝까지 오다 보니 기회가 생겼고 그런 기회 속에서 잘해줬다”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최홍석은 자기 말처럼 끊임없는 준비 덕분에 기회를 잡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활약상을 펼칠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다음 무대로 올라선 최홍석은 친정팀 우리카드를 상대한다. 끝으로 최홍석은 “우리카드는 정말 탄탄한 팀이다. 누가 봐도 잘한다”라고 높이 평가하며 “우리도 밀리지 않으려 한다. 감독님께서 재밌고 편하게 즐기자고 하셔서 편하게 하게 되는 것도 있다. 펠리페도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우리카드와도 우리만의 경기를 한다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친정팀을 상대로 다시 한번 날아오른 준비를 하는 최홍석이다.
사진=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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