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연결은 아홉 번, 범실은 단 한 번’ 구혜인의 손끝이 반짝반짝 빛난 날

화성/김희수 / 기사승인 : 2023-12-24 0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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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번의 서브 중 아홉 번의 서브가 반격으로 연결됐다. 서베로 구혜인이 빼어난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구혜인은 이번 시즌으로 프로 3년차를 맞이하는 IBK기업은행의 서베로(원 포인트 서버 역할을 소화하는 리베로)다. 2021-2022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2순위라는 그리 높지 않은 순번으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받았지만, 마치 아웃될 것처럼 날아가다가 안으로 떨어지는 궤적의 서브를 무기로 삼아 지금도 팀의 주력 교체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1라운더들도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기가 부지기수인 V-리그에서 세 시즌 째 활약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의 가치를 입증한다.

23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도 원 포인트 서버로 코트를 밟은 구혜인은 총 13회의 서브를 시도했다. 경기가 5세트까지 갔음을 감안하더라도, 원 포인트 서버가 13회의 서브를 구사했다는 건 연속 서브라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특히 모든 것이 걸린 5세트에는 5-1에서 서브 라인에 섰고 5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기도 했다.

이날 구혜인이 구사한 13회의 서브 중에서 범실은 1개 밖에 없었고, IBK기업은행의 반격 득점으로 연결된 서브는 무려 9개였다. 정교함과 파괴력을 동시에 선보인 구혜인은 경기가 끝난 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와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구혜인은 “이겨서 너무 좋다. 3-4세트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언니들이 열심히 잘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언니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평소보다 특별히 서브 컨디션이 좋았는지 묻자 구혜인은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항상 범실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 시즌 들어 지난 시즌보다 범실이 좀 늘어난 것 같아서 더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됐음을 밝혔다.

원 포인트 서버로 투입될 때 이름이 호명되고 팬들이 박수를 보내주는 걸 들으면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잘 못 느낀다. 긴장이 돼서 그렇다”고 솔직한 대답을 내놓은 구혜인은 “우선 서베로는 범실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이후에 수비까지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우선 서브를 차분히 실수 없이 때리려고 하고, 그 다음에는 수비에 집중한다”며 코트에 나설 때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미카사에 대한 체감에 대해서는 “스타보다는 볼을 잘 끊어 때릴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범실이 많아진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구혜인은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아베크롬비와의 케미를 뽐내기도 했다. 리그에 있는 많은 서베로들 중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혜인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자, 김민영 통역을 통해 구혜인의 고민을 전해들은 아베크롬비는 구혜인의 팔을 제법 세게 치면서 “서브! 서브!”를 외쳤다. 그러자 구혜인은 “네, 그렇다고 합니다. 땡큐!”를 외치며 아베크롬비를 향해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금 IBK기업은행 구성원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마니또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아베크롬비가 “크리스마스에 마니또를 공개하는데, 아마 구혜인이 내 마니또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구혜인은 “맞다. 내가 네 마니또다”라며 이틀 앞선 스포일러를 해버렸다. 그는 “브리(아베크롬비의 애칭)가 자기 마니또가 누군지 여기저기 묻고 다니는 바람에 이미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은 걸 미리 말해서 주문해뒀다”라는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만 구혜인의 마니또가 누구인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내 마니또는 목도리랑 발라클라바, 수면 양말을 선물해줬다. 아직 누군지는 모른다”고 말한 구혜인은 “아마 (육)서영 언니일 것 같다”는 자신의 추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구혜인의 추리가 맞을지는 크리스마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마니또 공개와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뒤, 구혜인과 IBK기업은행은 27일에 현대건설과 재대결을 갖는다. 라운드만 4라운드로 바뀔 뿐, 장소도 화성으로 같다. 구혜인이 23일의 좋았던 기억을 27일에도 되살리면서 또 한 번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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