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야, 잘 안되면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정원 / 기사승인 : 2021-01-29 0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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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수원/이정원 기자]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는 단연 세터 하승우다. "승우가 안정감을 가져야 한다", "승우가 잘 해야 팀이 돌아간다", " 자신감 있게 하라"라고 말하는 등 매 인터뷰 하승우를 언급했다.

세터 하승우가 볼을 잘 올려야 알렉스나 나경복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원활하게 때릴 수 있다. 기본적인 것이다. 세터가 못 하면 배구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배구를 세터놀음'이라 하는 이유도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노재욱을 내주고 하승우를 키우기로 결심한 신영철 감독. 하승우의 잠재력을 기대했다. 비시즌 올 시즌 키플레이어로 항상 '하승우'를 이야기할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하승우는 부담감이 많아 보였다. 세트마다,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다.

그래도 요즘 하승우의 플레이를 보면 시즌 초반보다 나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팀 성적이 일단 좋아졌다. 물론 알렉스가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만 집중하면서 나온 결과일 수도 있지만 하승우의 패스 플레이나, 경기를 지휘하는 능력이 시즌 초보다 성숙해졌다.

그런데 하승우는 한 번 흔들리면 경기 '쭉' 흔들린다. 이 부분은 여전히 숙제다. 28일 한국전력전에서도 제멋대로의 패스가 나왔다고 신영철 감독은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4위 자리를 지키고, 선두권과 조금의 격차도 줄였지만 하승우의 경기력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경기 후 신영철 감독은 "하승우가 연습 때 하지 않은 플레이를 많이 하더라. '너 왜 그러냐'라고 물어보니 '짜증 나서 그랬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세터는 아무리 짜증 나도 초심으로 돌아가 컨트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될수록 초심을 지켜야 한다. 자기가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영철 감독이 아쉬워 하는 부분은 볼의 높낮이도 있다. 그냥 볼이 높고, 낮고에 문제가 아니다. 높게 줄 때가 있고, 낮게 줄 때가 있는데 하승우 혼자 제멋대로의 플레이를 하며 공격수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게 신영철 감독의 이야기다.
 


"스피드 있게 갈 수 있는 건 가야 하지만, 공격수 높이에 알맞은 공을 갖다 줘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타이밍이다. 옛날 습관이 나오면 안 된다." 신영철 감독의 말이다.

이 외에도 신영철 감독 눈에는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세터로서 디그 능력도 더 키워야 하고, 상대 블로커 라인도 속일 줄 알아야 한다. 공격수 한 명을 확실하게 사용할 히든카드도 하나 정도 가졌으면 좋겠지만 여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다. 신영철 감독도 안다.

그래도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자기 것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신 감독은 "볼 컨트롤에 업다운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하고, 상대 블로커 라인도 역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히든카드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안 된다. 한선수를 제외하고 아직 그 정도 능력 되는 세터는 없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영철 감독은 하승우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승우야, 침착하고 차분하게. 안 될수록 초심을 지켜라"라고. 고쳐야 되는 부분이 많다. 안 된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길 바란다.

하승우도 지금 성장하는 단계다. 그 성장이 눈에 보인다. 신영철 감독이 항상 따끔한 말만 해도 칭찬을 해 줄 때는 또 '특급 칭찬'을 해준다. 대한민국 대표 세터 한선수도 그의 잠재력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한선수는 "남자 선수 중에서는 하승우가 기대가 된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 시즌 초반보다 분명 성장했다. 그전에는 경험이 없었는데 지금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정도 세터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정규리그는 11경기가 남았다. 신영철 감독과 하승우, 그리고 우리카드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그 키는 '우리카드 주전 세터' 하승우가 쥐고 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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