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이상렬 감독의 질책과 사과

강예진 / 기사승인 : 2021-02-04 0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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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의정부/강예진 기자] "오늘 같이 경기할거면 다 그만둬야 한다."

 

늘 선수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던 KB손해보험 이상렬 감독이 표변했다. 이 감독은 3일 대한항공과 의정부 홈경기에서 0-3(19-25, 14-25, 17-25)으로 참패한 직후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경지를 벗어났다"고 까지 말했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이 보여준 무기력함이 원인이다.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이 엉망이었다.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있었다. 외인 노우모리 케이타가 결장했다. OK금융그룹 경기 후 다음날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고, 검사 결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1cm가량이 찢어졌고, 휴식이 필요했다.

 

팀 전력의 반 이상인 케이타 부재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경기 전 이상렬 감독은 “케이타가 있어도 이기기 쉽지 않은 팀이다. 케이타가 없다 보니 오히려 더 편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 선수들의 선전을 바랐다. “승패를 떠나서 부담 없이, 편하게, 좋은 경기 보여주면 좋겠다.” 

 

케이타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지난 23일 현대캐피탈전.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말이다.

 

기대와 달리 무기력했다. 경기 내내 리드는커녕 추격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1세트엔 선수들 간 호흡에 엇박자가 났고, 범실도 많았다. 그럼에도 버티는 듯 보였지만 선수들의 의지는 한풀 꺾여 있었다.

 

공격 득점이 2세트 8점, 3세트는 9점이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교체선수로 나온 여민수(8득점)였다. 주포 김정호는 7점에 그쳤다. 케이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고, 그간 케이타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보여준 대목이다.  

 

경기 후 이상렬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따끔한 지적을 보내며 졸전에 대해 사과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할 거면 배구 그만둬야 한다. 승패를 떠나 이렇게 하는 건 이해 못 한다. 총알이 없으면 폭탄이라도 들고 탱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경기 보여드려 감독으로서 죄송하다.”

 

케이타 의존도가 높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혼자 힘만이 아니다. 황택의, 김정호, 김재휘 등 여러 선수의 힘도 분명 존재한다.

 

이상렬 감독은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를 즐기길 바랐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바랐다. ‘졌잘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경기서 패하더라도 ‘이 정도면 잘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에 만족한다’라는 작은 위안.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 이상렬 감독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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