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는 흥분하면 집중 더 잘하는 성격
3차전 서브 17개 중 에이스5개, 범실 2개
[더스파이크=장충/강예진 기자] 경기 중 흥분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1, 2차전을 나란히 1승씩 챙긴 양 팀에게 3차전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프로 출범 후 15시즌 동안 V-리그 챔피언결정전서 2승을 먼저 챙긴 팀이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확률은 93%였기 때문.
우리카드가 1승을 추가하며 우위를 점했다.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세트스코어 3-0을 만들며 시리즈를 2승1패로 앞서갔다. 이제 챔피언 자리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5판 3선승제).
3차전에서 양 팀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경기가 치열하다 못해 과열됐다. 1세트 초반 신영철 감독의 분노와 세트를 끝낸 후 코트 체인지를 하는 과정에서 알렉스가 상대 감독과 충돌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양 팀은 2세트 시작과 동시에 레드카드를 받으며 1점씩을 주고 세트를 시작하게 됐다.
언쟁 당사자였던 알렉스는 의외로 침착했다. 흔들림 없이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서브에서 알렉스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충돌’이 있었지만 과열된 상황에서 나온 ‘분노’는 알렉스를 더욱 자극했다.
알렉스는 “흥분하면 경기에 집중이 더 잘 된다. 상대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한두 번이 아니다. OK금융그룹과 플레이오프 2차전서 알렉스는 심판 판정에 분노를 표했다. 이후 3연속 블로킹으로 억울함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당시 알렉스는 “날 화나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알렉스의 불같은 성격은 신영철 감독도 인정한 부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인드컨트롤 하는 법을 깨우치게 했다. 신 감독은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을 주문했다”라고 전했다.
‘흥분’에서 나온 서브는 범실 없이 효율 높았다. 알렉스는 17개 서브 시도 중 5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범실은 단 2개에 불과했다. 서브, 공격, 유효 블로킹 등 빠지는 곳이 없었다. 탄탄한 리시브 라인을 자랑하는 대한항공도 속수무책이었다. 더군다나 심리전에서 우리카드가 한발 앞선 것. ‘독’이 될 수도 있는 흥분은 알렉스에게 ‘약’이 됐다.
알렉스는 코트 위에만 서면 달라진다. 평소엔 선수들과 장난도 거리낌 없다. 그는 “경기할 때가 되면 아드레날린이 생긴다.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한항공은 1세트 이후 2, 3세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다운된 분위기는 선수들의 얼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흔들린 분위기 속 점수를 내야 할 때 범실로 추격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켰다. 서브(5-7), 블로킹(3-9), 공격(48.0%-62.69%)에서 모두 열세였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함이 숙제다.
4차전은 휴식일 없이 15일 오후 3시30분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다. 과연 우리카드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대한항공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까.
사진_장충/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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