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장충/강예진 기자] 산틸리 감독이 첨가한 여러 개의 소스, 맛은 일품이었다.
대한항공은 2018-2019시즌 이후 2년만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29일 우리카드를 3-1로 제압하며 한 경기만을 남겨둔 채 자력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대한항공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로베르토 산틸리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부임 직후 산틸리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 현재 팀이 가지고 있는 컬러에 나의 배구 스타일을 추가하려 한다. 좋은 수프를 가지고 있기에 소스를 첨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수프’와 ‘좋은 재료’.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 산틸리 감독만의 ‘그 무언가’를 첨가한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부분은 블로킹 시스템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김규민, 진상헌이 팀을 떠났다. 중앙 공백이 약점으로 떠올랐지만 산틸리 감독은 본인만의 시스템을 선수들에게 접목했다. 비시즌 동안 미들블로커들에게 집중 훈련을 지도했다.
‘3인 블로킹’이 핵심이다. 산틸리 감독은 수비의 시작을 블로킹으로 봤다. 최대한 세 명의 선수가 모두가 블로킹에 가담했고 빈 코스는 후방에 있는 선수들에게 맡겼다. 3인 블로킹에 가담하는 횟수가 많아지자 블로킹 시도는 물론 유효 개수도 많아졌다.
대한항공은 블로킹 1879개 시도 중 유효 블로킹이 523개. 즉 상대 공격을 랠리로 연결한 블로킹에서 7개 팀 중 1위로 유일하게 500개가 넘는 횟수다.
초반엔 선수들도 힘겨워했다. 훈련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아니지만 활동량 자체가 많았다. 한때 한선수는 “처음엔 힘들어 죽을 뻔했다. 시즌 들어와서 조금 줄긴 했지만 아직도 힘들다”라고 이야기했다.
수비와 블로킹. 배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산틸리 감독은 기본적인 요소를 건드리지 않고 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도 적응했다. 정지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3인 블로킹 시스템으로 좋은 효과를 봤다.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아닐까 싶다”라고.
다음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외인의 공백을 말끔히 메운 임동혁, 프로 2년차에 주전으로 발돋움한 오은렬, 미들블로커로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조재영 그리고 서브와 블로킹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정지석까지. 모두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산틸리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확정 직후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고 모든 선수가 성장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존에 있던 재료들을 잘 버무렸다. 여기에 산틸리 감독이 첨가한 소스. 처음엔 어색했을지 몰라도, 그 끝은 창대했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