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①] 마지막에 갈린 희비와 리빌딩의 길…PS 탈락 세 팀의 사정

서영욱 / 기사승인 : 2021-04-03 0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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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가 2일 우리카드와 한국전력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경기까지 경우의 수를 남겨둘 정도로 치열했던 준플레이오프 티켓 승자는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였다. 일찍이 리빌딩을 선언한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그리고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봄 배구가 좌절된 한국전력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은 같지만 탈락한 세 팀이 올 시즌 겪어온 길은 확연히 다르다.

회심의 트레이드, 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봄 배구의 꿈

마지막 경기에서 울었다. 한국전력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2일 우리카드전에서 승점 1점만 확보하면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0-3 완패를 당하며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잘 어울릴 만한 시즌이다. 시즌 개막부터 마지막 경기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많았다.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희망을 안고 정규리그에 나섰지만 개막 7연패에 빠졌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한국전력은 먼저 삼성화재와 3대1 트레이드로 김광국을 영입했고 연이어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로 신영석, 황동일, 김지한을 영입했다. 단숨에 전력을 업그레이드했고 이후 상승세를 탔다. 차근차근 승수를 쌓으면서 봄 배구 사정권까지 들어왔다. 트레이드 이후 시즌 종료까지 18승 11패를 기록했으니 트레이드 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과 마지막까지 갔던 준플레이오프 막차 경쟁도 치열했다. 3월 30일 KB손해보험전에서 리버스 스윕 승리를 거두면서 가능성을 높였지만 마지막 경기 패배로 기회를 놓쳤다. 몇 차례 봄 배구 안정권에 들어설 기회가 있었고 경쟁권 두 팀이 외부 변수로 흔들리며 봄 배구에 탑승하는 듯했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비시즌 박철우부터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신영석까지 많은 선수단 변화가 있었고 언급할 선수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올 시즌 한국전력은 러셀로 시작해 러셀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복도 컸고 윙스파이커지만 리시브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면서 라인업 운영을 두고 많은 고민을 이어갔다. 결국 미들블로커가 리시브 라인에 가담하고 러셀이 리시브 면제는 받는 전에 없는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속공을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까지 러셀 공격과 서브를 극대화하고자 했고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는 아예 신영석 대각에 본래 윙스파이커인 공재학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러셀을 살리기 위한 여러 장치를 썼지만 기복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경기마다 편차도 컸고 한 경기 안에서 세트마다 경기력도 달랐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매 세트 공격 성공률과 효율이 널을 뛰었다. 최종적으로 득점 3위, 서브 1위를 기록했지만 공격 성공률 10위에 그치는 등 아쉬운 부분도 분명했다.


리빌딩에서 베테랑 영입으로 ‘윈 나우’로 방향을 튼 한국전력은 한 끗 차이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면서 방점을 찍는 데는 실패했다. 박철우와 신영석, 오재성 등 주축 선수 일부는 다음 시즌에도 함께한다. 아쉽게 봄 배구에 이르지 못한 만큼, 새로운 얼굴이 들어설 자리에 대한 구상을 일찍부터 고민해야 할 한국전력이다.




예상과 다른 선택, 그 와중에 성과를 얻은 현대캐피탈

올 시즌 남자부 7개 팀 중 리빌딩 노선을 탄 팀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두 팀이었다. 리빌딩 출발선에 서고 이후 걸어온 길은 확연히 달랐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현대캐피탈은 상위권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예상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0년 11월 13일 한국전력과 트레이드를 발표하면서 올 시즌 리빌딩으로 노선을 정했음을 선언했다. 신영석, 황동일 등 베테랑을 보내고 김명관, 이승준 등 유망주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명관과 함께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박경민, 김선호 등이 새로운 주축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갑작스럽게 라인업을 대폭 바꿨고 그 선수들 대부분이 신인급이었던 만큼 당장 경기력 하락은 불가피했다. 구단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인 6연패만 두 차례 당했다. 허수봉이 전역 후 합류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긴 했지만 팀 전력이 금방 올라오진 않았다.

‘리빌딩’ 현대캐피탈 경기력은 김명관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김명관이 안정감을 찾은 4라운드 이후에는 팀도 상승세를 탔다. 4, 5라운드를 4승 2패로 마치면서 최태웅 감독이 트레이드 후 목표로 삼은 10승과 승점 35점 획득을 5라운드에 달성했다. 팀 합류 직후 불완전한 호흡에 흔들릴 때도 많았던 김명관은 1월 6일 대한항공전을 기점으로 조금씩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좀 더 자신 있게 패스를 뿌리기 시작했고 속공도 합이 맞아갔다.


 

기록으로도 시기에 따른 편차가 명확하다. 김명관이 합류하고 주로 뛰기 시작한 2라운드 이후부터 3라운드까지 현대캐피탈 속공 성공률은 47.9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남자부 최하위였다. 4라운드 이후로는 59.39%로 급등했고 같은 기간 남자부 2위로 올라왔다. 김명관이 본래 대학 시절 자신의 강점이었던 속공을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팀 공격도 좀 더 풀렸다. 마지막까지 기복은 있었지만 시즌 중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한 박경민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이 거둔 최대 수확 중 하나였다. 드래프트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박경민은 시즌 첫 경기부터 투입됐고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36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세트로 보더라도 팀이 치른 143세트 중 한 세트를 제외하곤 모두 투입됐다. 두터운 신뢰 속에 리시브 5위(효율 43.02%), 디그 2위(세트당 2.239개)에 오르며 기록으로도 알 수 있듯이 남다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박경민이 주전 리베로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덕분에 여오현도 좀 더 휴식을 취하면서 위기 상황에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었다. 허수봉은 전역 후 주로 윙스파이커로 나서는 가운데 아포짓, 미들블로커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선수 운영에 유연함을 더했다.

시즌 초 매우 과감한 선택과 함께 급진적으로 리빌딩 노선을 탄 현대캐피탈은 나름대로 수확은 확실했다.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코트 위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승리하는 경기도 늘어났다. 2014-2015시즌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쟁권 밖 순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기 충분한 현대캐피탈이었다.

 



일찍이 택한 리빌딩, 그만큼 쉽지 않았던 시즌

같은 리빌딩 팀이었지만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과는 모양새가 조금 달랐다. 삼성화재는 비시즌부터 일찍이 리빌딩을 선택했다. 팀의 간판 박철우가 FA로 떠났고 고희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하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비시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카드와 선수 7명을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로 선수단을 대거 바꿨고 컵대회를 마치고는 현대캐피탈과 세터 1대1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시즌 개막 이후에도 선수단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전력과 1대3 트레이드로 김인혁, 정승현, 안우재를 얻었다.

젊은 선수 위주로 대대적인 개편을 이루면서 이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뤄진 많은 변화는 준비 시간 부족으로 이어졌다. 정확히는 최종적으로 주전 라인업을 꾸린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합을 맞출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호흡 맞추는 게 어느 포지션보다 중요한 세터 자리에는 이승원은 시즌 개막을 한 달가량 남은 시점에 합류했다. 비시즌 합을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고희진 감독이 아쉬움을 드러낸 부분이기도 했다. 주전 미들블로커 한자리를 채운 안우재도 상무 전역 이후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도 시즌 도중 교체하면서 변동이 컸다. ‘비시즌부터 좀 더 빨리 합을 맞췄다면’이라는 아쉬움은 가질 만했다.



결정적으로 아쉬웠던 건 결국 외국인 선수 선발이었다. 2순위로 바르텍을 지명했지만 활약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기록 자체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기복이 컸고 승부처에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가 V-리그에서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긴 하지만 삼성화재처럼 전면에서 팀을 이끌 선수가 필요했던 팀에는 바르텍 활약이 더 뼈아팠다.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바르텍이 좀 더 힘을 내고 5세트 끝에 패한 경기 중 한두 경기에서 결과를 바꿨다면 전체적인 양상도 다를 수 있었다. 바르텍과 이별을 택하고 마테우스를 영입했지만 자가격리와 부상으로 빠진 시간이 꽤 있었다는 점, 김동영이 분전했지만 2%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삼성화재는 다우디가 버텨주면서 공격 중심을 잡은 현대캐피탈과 달리 그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리빌딩 첫 시즌 팀이 새롭게 주축으로 내세운 선수들 희비도 엇갈렸다. 프로 2년차에 주전 윙스파이커로 낙점된 신장호는 공격에서 팀 내 윙스파이커 중 가장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고희진 감독이 왜 믿음을 보냈는지 증명했다. 우리카드와 트레이드 핵심 카드였던 황경민은 우리카드 시절과 달라진 역할에서 부침도 겪는 등 적응기를 보냈다. 리시브에서는 리베로와 윙스파이커 한자리가 모두 흔들리는 와중에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공격이 다소 아쉬웠다. 박경민과 마찬가지로 데뷔 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나선 박지훈은 프로의 만만치 않은 서브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화재도 현대캐피탈처럼 희망을 본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과제를 더 명확하게 확인한 시즌이었다. 윙스파이커는 황경민-신장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미들블로커 한자리와 리시브가 흔들린 리베로 자리에서 성장 혹은 보강이 필요하다는 건 명확하다. 외국인 선수도 올 시즌보다는 더 나은 활약을 보여줄 선수가 필요하다. 올 시즌 확인한 명확한 과제를 비시즌 최대한 해결해야 할 삼성화재다.


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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