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내시고 시원한 커피 한 잔 받아 가세요~."
제80회 전국종별배구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29일 제천체육관.
이날 경기장 밖에는 수상한 트럭 한 대가 오전부터 서 있었다.
작은 커피차 하나에 사람만 8명.
게다가 바리스타라기에는 모두가 180cm를 훌쩍 넘는 장신.
누가 봐도 배구 선수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들, 단순히 왕년에 배구 좀 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회' 회원들이었다.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출신 김성민 회장은 "수익을 목적으로 차린 커피차가 아니"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여자 국가대표 선수회에서 지난해부터 초·중·고 선수들의 장학금을 마련하고자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선뜻 돈을 내주는 분들에게 판매가 아닌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라도 한 잔 건네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회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전설적인 선배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장학금을 직접 마련했다. 초중고 선수들에게 한 명씩 줬다. 작년엔 중앙여고 이지윤, 천안봉서중 박믿음 선수가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초중고교가 모두 참가하는 대회는 종별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배구인들이 많이 찾는 만큼 이 대회에서 모금한 장학감을 배구인의 밤 행사 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의 이 같은 선행에 자식들도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의 아들인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 히터 윤서진뿐 아니라 김연심 씨의 딸 한국도로공사 세터 김다은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직접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좋은 일에 한 번만 동참해 달라"고 씩씩하게 외쳤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정관장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후배들의 그런 모습이 기특한 듯 무려 커피 4잔을 결제(?)했다.
박은진은 "커피값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장난치면서도 "학생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윤서진과 김다은은 "힘들지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를 주고 싶어 시작한 활동이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한국 여자배구 발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 사진. 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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