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사상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꼽히는 정대영(44).
그가 배구판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부터 유니폼 대신 코치복을 입고 코트에 오르고 있다.
최근 제천여중 코치로 부임한 정대영은 "V리그 30주년 베스트 7부터는 나 대신 제자가 받을 수 있게 지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대영은 지난달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20주년 역대 베스트 7 미들블로커에 선정됐다.
이견이 있을 리 만무했다.
정대영은 V리그가 출범한 2005시즌 현대건설 소속으로 득점상·블로킹상·수비상뿐 아니라 정규리그 MVP까지 모두 휩쓴 '어나더 레벨'.
2005~2006시즌에는 백어택상도 받았다. 이때도 그의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였다.
선수 생활 황혼기인 2018~2019시즌에도 베스트 7 미들블로커로 뽑히는 등 길고 굵은 여정을 보냈다.
GS칼테스 유니폼을 입고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한 그는 "20주년 역대 베스트 7에 뽑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며 "뛰어난 후배들이 많아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아직 나를 기억해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현역 은퇴 후 정대영은 무릎 수술로 짧은 공백기를 가진 뒤 곧바로 지도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제천여중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한국배구연맹(KOVO) 사업으로 생활체육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정대영은 "양쪽에서 얻는 경험을 배합해 나만의 지도법을 갈고닦고 있다. 재미와 실력을 모두 잡겠다"며 "선뜻 손을 내밀어 준 학교와 KOVO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도자로서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한 의견도 남겼다.
그는 "솔직히 프로에 있을 때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기본기가 떨어질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지도자가 돼 보니 그게 아닌 걸 알았다. 개인의 탓만이 아니다. 지금 정책상 엘리트 선수들이 학업에 쫓겨 하루에 겨우 2시간 운동한다.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 공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체육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나라는 인재 풀이 넓기 때문에 운동과 학업을 병행시켜도 문제가 없다. 사람 자체가 많기 때문에 계속 차세대 선수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일단 배구 인구가 적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풀도 똑바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팬들에게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정대영은 "조만간 프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그동안 나를 응원해 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지도자가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글, 사진. 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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