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의 부드러움, 한양대 미들블로커 임동균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8 12: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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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미들블로커 ‘최대어’가 분명하다.

 

2m 장신에 운동 능력까지 갖춘 ‘괴물’이 등장했다.

 

“경쟁력이 보인다.” 프로 출신 지도자들도 엄지를 올렸다.

 

그래서 만났다. 스카우팅 리포트 첫 번째 주인공은 ‘한양대 최민호’ 임동균이다.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다,
‘배진남’ 임동균의 배구 열정

 

임동균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당시 체육 교사로 재직 중이던 조예정 아래서 처음 배구를 접했다. 프로배구 현대건설 출신인 조예정은 현역 시절 2005년 V-리그 출범을 함께한 원년 멤버 가운데 한 명이다. 배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방방 뛰던 초등학생 임동균을 가장 먼저 뜯어말린 인물이기도 하다.


학교 체육 수업 시간을 통해 배구의 매력에 빠진 임동균은 조예정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 배구를 한번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어요.”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운동선수는 정말 힘든 길이야. 선생님은 네가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이미 180cm에 달했던 임동균이다. 여러 종목의 지도자들이 러브 콜을 보낼 만큼 운동 신경도 빼어났다. 그래도 조예정은 안 된다며 임동균을 뜯어말렸다. 선생이기 전에 선배로서 차마 권하기 어려운 힘든 길이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임동균이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누구보다도 원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임동균의 두 누나도 이미 배구선수의 꿈을 키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훈련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우는 일상을 반복하다 끝내 배구공을 놓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아들도 혹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섰다.
 

완강했던 부모님의 뜻을 돌린 것은 아들의 진심 어린 설득이었다. 평소 부모님 말씀이라면 어기는 법이 없던 임동균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끈질기게 마음을 전했다. 아들의 이 같은 설득에 결국 부모님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임동균은 배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며 배구의 길로 접어들었다.

왜 배구였나.
다른 운동도 이것저것 해봤지만, 배구만큼 끌리는 종목은 없었다. 사실 배구를 접하기 전엔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태권도 등 여러 종목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있었지만 다 거절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또래에 비해 키가 커서 눈에 띄는 편이었다. 다른 종목들과는 다르게 배구는 하자마자 딱 느낌이 오더라. 이거라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여전히 배구하는 게 즐겁다. 아직 한참 더 해야 하지만, 그래도 배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막상 해보니 힘들진 않았나.
운동하는 매 순간이 즐거웠다. ‘진작 좀 시켜주시지’ 싶을 정도로(웃음).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열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입문 시기가 궁금하다.
정식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1학년 때 엘리트 코스를 밟긴 했지만, 선수 등록은 그때 했다.


포지션은 처음부터 미들블로커였나.
처음 배울 때부터 감독님이 미들블로커로 키우셨다. 키도 크고 점프력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통 미들블로커라기보다는, 득점 비중이 큰 주공격수에 가까웠다. 그 나이대에는 날개 공격수보다 미들블로커가 팀 득점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블로킹보다는 속공에 훨씬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은 어땠나.

기본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나서는 줄곧 주전으로 뛰었다. 고등학교 때는 1학년부터 붙박이 주전이었고, 대학에서도 신입생 때부터 코트를 밟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프로팀 오퍼가 있었다(본지 2021년 8월호 참고).

2학년 때부터 몇몇 프로팀과 대학팀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감독님을 통해 들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땐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신경 쓰지 않고 배구에만 집중했다.


연령별 대표팀 경력이 적다.

중학교 3학년 때 유스 대표팀에 뽑힌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우리 세대 선수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 국제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편이다.


대학에 와서도 곧잘 했다.

1학년 때 고성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많은 기회를 주셨다. 리그에서도 거의 주전으로 뛰었다. 실전 경험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2학년 때인 지난해에는 창단 첫 U리그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리그 초반에는 허리 통증이 있어서 살짝 주춤했다가 점차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다행히 플레이오프 때는 전 경기에 나섰다. 코트 안에서 직접 뛰며 만들어 낸 우승이라 개인적으로 더 의미 있었다. 한양대 배구 역사에 이름을 함께 남겼다는 게 참 뿌듯했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 한양대 전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지난해 우승의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그래서 가장 큰 목표는 리그 2연패다.


팀 내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이제 3학년이다 보니 팀 분위기나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배구 인생을 이끈 조 선생님과는 아직 연락하나.

물론이다. 종종 연락드린다. 처음엔 배구를 말리시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했다”며 대견하게 봐주신다(웃음).


속공 잘하는 이유 있었네!
“롤 모델은 최민호 선배님”


“눈에 띈다.” 올해 초, 임동균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한 프로팀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그는 “저 정도 타점이면 당장 프로에 가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임동균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임동균의 타점은 현재 대학 무대에서도 최상위권 레벨로 손꼽힌다. 2m 신장, 그리고 탄탄한 하체 근육에서 뿜어져나오는 폭발적인 점프력은 단번에 시선을 끈다. 한 대학 지도자도 “속공만큼은 이미 웬만한 저연차 프로 선수들보다 낫다”고 평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만 잇따른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프로팀 지도자는 “프로의 세계에서 미들블로커는 결국 블로킹이 기본이다. 임동균은 나이에 비해 공격 센스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블로킹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보다 블로킹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특출나진 않더라도 평균은 해줘야 한다. 반쪽짜리 선수는 프로에서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대학 관계자도 비슷한 시선을 보냈다. “신장이 워낙 좋아서 프로팀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키에 비해 신체 능력도 뛰어난 편이라 발전 가능성은 분명 크다. 그런데, 프로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속공과 신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기 전반에서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두 전문가는 “드래프트는 결국 상대평가”라며 “최근 드래프트 풀 상태를 고려하면 대어 소리를 듣기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미들블로커 키가 2m라면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이미 속공이라는 확실한 무기까지 갖췄다면 프로팀에서는 단점을 보완해서라도 써보려 할 거다. 요즘 이 정도 신장을 가진 선수가 많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키에 비해 블로킹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스스로도 인정한다. 계속 보완하고 있는 부분이다. 블로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딩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세터 손에서 공이 어디로 빠질지 읽는 속도가 아직은 느린 편이다. 다행히 순발력은 괜찮은 편이라 따라붙는 스텝 자체는 무난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성장세를 체감하나?

블로킹을 제대로 배운 건 대학에 들어와서부터다. 아직 부족한 건 맞지만,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프로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훈련 외에도 틈나는 대로 영상 분석을 하면서,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강점으로 꼽히는 속공은 어떤지.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도 형들에게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속공은 가장 자신 있는 무기다. 프로 2군이나 1.5군과 붙었을 때도 충분히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도 롤모델이 최민호 선배님이었는데, 지금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속공 A와 B 중 뭐가 더 편한가.

B가 더 편하다. 스스로 타점을 잡아서 강하게 때릴 때 내 장점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힘과 높이를 활용한 공격을 특히 좋아한다. 물론 A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 실제로는 팀에서 A를 훨씬 많이 때린다.


네트 플레이나 2단 연결 등 기본기는 어떤가.

블로킹과 마찬가지로 아직 부족한 편이다. 2단 연결은 기술보다도 자신감이 문제다. 연습 때는 괜찮다가도, 경기장에 들어가면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네트 플레이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급해져서 실수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기본기를 더 다져야 한다고 느낀다.

서브에서도 변화가 있었나.
스파이크 서브를 주로 쓴다. 예전에는 힘만 믿고 때렸는데, 그땐 범실이 꽤 많았다. 한 경기에서 3~4개 나올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서브 에이스도 꾸준히 2개 정도씩은 기록하긴 했다. 요즘은 코스를 노리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5번과 6번 자리가 특히 자신 있고, 앞 라인도 어느 정도 목적타가 가능하다. 2번 쪽은 보완이 더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는 범실도 줄었고,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성공률도 나쁘지 않다.

큰 부상 이력은 없었는지?
수술까지 갈 정도로 다친 적은 없다. 몸이 튼튼한 편이다. 다만 2학년 때는 기록이 1학년보다 조금 아쉬웠다. 시즌 전에 동계훈련 연습경기 중 허리 디스크 증상이 나왔고, 그해 6월쯤 복귀했는데, 약간의 후유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

최근 드래프트 참가를 공식화했다.
며칠 전 감독님과 면담하고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다. 지명 순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디든 가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강점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채워가려는 자세.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대선배’가 바라본 임동균? “냉정하게 봐도 경쟁력 있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임동균과 같은 한양대 출신이자 현역 시절 프로에서만 16시즌을 뛴 최석기(2024년 우리카드 은퇴)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임동균의 올 시즌 활약상을 직관과 영상 분석을 통해 꼼꼼하게 살펴본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쟁력이 보인다.”

신체 조건은 어떤가?
신장이 2m인데도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래서인지 키에 비해 몸놀림이 가볍고, 움직임도 부드럽다. 미들블로커는 단순히 키만 큰 걸로는 부족하다. 네트 앞에 섰을 때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도 임동균은 탁월한 체격을 가졌다. 하체의 근질이나 상체의 발달을 보면 평소 얼마나 성실하게 훈련해왔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블로킹이 약점으로 꼽히는데?
프로 기준으로 보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리딩은 물론이고, 손 모양이나 스텝, 팔의 벌어짐, 네트 안으로 들어가는 각도 등 전반적인 블로킹 기본기가 완성되진 않았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리딩이 될 때와 안 될 때가 갈리는 걸 보면, 보는 감각 자체는 있다. 그런 경우라면 분석과 반복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높이가 있고, 움직임도 가벼운 편이라 블로킹은 본인 노력에 따라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네트 플레이에 대한 평가는?
네트 플레이는 단순한 블로킹을 넘어, 블로킹 이후의 위치 선정이나 다음 움직임, 네트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판단과 반응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미들블로커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지금 임동균의 네트 플레이를 보면, 동선이 아직 완전히 정립돼 있진 않은 듯하다. 2차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은 순간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다. 물론 같은 나이대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프로에 가서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서브는 어떤가?
파워는 확실히 있다.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서브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효율이다. 프로에선 특히 미들블로커가 득점보다는 범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영리한 서브를 구사하는 게 좋다. 현재 임동균은 코스를 노리는 시도도 꾸준히 하고 있고, 서브로 나쁜 인상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경쟁력을 키우려면 지금보다 범실률을 더 낮추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원 포인트 서버로 기용될 때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최근엔 목적타 서브도 훈련하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본기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프로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할 테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블로킹과 속공을 완성한 채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는 드물다. 타고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네트 플레이 같은 것들도 결국 프로에 가서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미들블로커는 특히 더 많은 경기 경험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자리라 연차가 쌓이면서 진가가 드러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임동균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블로킹이나 네트 플레이 이해도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신인 드래프트 풀 자체가 좁은 편이라, 임동균처럼 좋은 신체 조건에 속공이라는 무기를 가진 선수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물론 프로에서 더 성장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선배로서,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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