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용인/이정원 기자] "우승이란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겠다."
박기원 감독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 사령탑으로 부임한 로베르토 산틸리(55)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한항공 연습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첫 대면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5월 24일, 한국에 입국한 산틸리 감독은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마치고 오늘(8일) 선수들과 처음 만났다.
선수 시절 세터로 활약한 산틸리 감독은 1996년에 이탈리아리그 AS 카푸르소 지올라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산틸리 감독은 주로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대한항공이 프로 14번째 팀이며 아시아리그는 처음이다.
오전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산틸리 감독은 카리스마 있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오전 훈련이 끝난 후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 주장 한선수도 함께 했다.
V-리그 남자부 역대 최초 외국인 감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산틸리 감독은 "안녕하세요. 저는 로베르토 산틸리입니다"라고 한국말로 먼저 인사말을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하 산틸리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선수들과 첫 훈련을 진행한 소감은.
한국에 오게 되어 영광이다. 좋은 팀,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어 좋다. 꿈만 같다. 2주 자가격리 기간 동안 선수들의 훈련을 영상으로 지켜봤지만 직접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선수들에게 매일 매일 색다른 요구를 할 생각이다.
Q. 한국에서 어떤 배구를 펼치고 싶은지.
대한항공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여기 있는 선수들은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선수들이다. 지금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배구 스타일에 나의 스타일을 추가하려고 왔다. 일단 전체적인 기술을 추가하고 싶다. 지금 좋은 수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소스만 첨가할 생각이다.
Q. 이날 오전 훈련에는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르쳐줬는지.
선수들과 훈련하기 전에 짧은 미팅을 했다. 두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세부적이고 세세한 기술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훈련을 봤겠지만 리시브와 속공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반복을 하면 좋아지기 마련이다. 선수들과 모여서 얘기를 했던 것도 경기에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고 말했다.
두 번째는 훈련 때 어떤 방식으로 대결을 해야 하는지 말했다. 대결은 계속 있을 예정이다.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 경기 느낌이다. 그 대결을 통해서 경기 느낌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통해서 집중력, 전술도 빨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 훈련은 대결이다.
Q. V-리그 남자부 역대 최초 외국인 감독이다. 부담감은 없는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한항공에 오게 되어 영광이고, 내가 첫 외국인 감독이어서 더 영광스럽다. 30년 전에 이탈리아를 떠났을 때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서 오게 된 게 도전이다. 도전을 즐긴다. 부담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겠다.
Q.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뭐가 다른지.
시설이 확실히 다르다. 한국이 훨씬 좋다. 시설이 좋으면 선수들도 편하게 훈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리그의 시설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좋은 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실력을 더 끌어올리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배구 기술, 전술은 나라마다 다르다. 똑같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기술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을 이해해야 기술도 알려줄 수 있다. 내 사람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지난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2주 자가격리 기간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생각도 정리하고, 침착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바쁘게 살았다. 지난 2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차분하게 시간을 보냈다. 너무 내려놓기만 하면 그렇지 않겠나. 올레니 코치와 팀 영상을 보면서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방향성을 그렸다.
Q. 취재진이 정말 많이 왔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일 것 같은데.
폴란드도 한국만큼 배구가 유명하다. 폴란드보다 기자가 많이 온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팀을 보려고 온 게 아니라 나를 보러 와서 영광이다. 이렇게 기자가 많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Q.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기억나는 한국어가 있는지.
감사합니다(한국말로). 한국말은 배우기 힘들다. 한국말을 잘 하는 감독이 되겠다(웃음).
Q. V-리그 경기를 보면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한국 배구는 유튜브에 있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봤다. 거기서 흥미로웠던 게 리베로의 허슬플레이였다. 확실히 한국 선수들은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 같다. 수비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Q. 훈련 때 선수들에게 코칭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주의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미들블로커 선수들이 집중력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이 산만해 보였을 때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가지라고 했다. 내가 해야 되는 역할은 그 사람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다. 집중력이 없다면 내가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집중력을 높이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어떤 식으로 말을 하냐에 따라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Q. 대한항공 외 다른 팀 경기 동영상도 많이 봤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팀이 인상 깊었는지.
우리카드, 현대캐피탈도 잘 하고 흥미롭게 봤다. 아직 다른 팀은 집중 있게 보지 못했다. 한국 배구는 외인이 바뀌면 팀의 색깔이 모두 바뀐다. 매년 외인이 바뀌기 때문에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하기 그렇다.
Q.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인연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다. 오기 전에도 문자를 했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조직력이 좋다고 하더라. 오히려 발렌티나 디우프와 이야기를 했다. 디우프에게 물어보니 이만한 곳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디우프도 KGC인삼공사와 재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디우프가 한국으로 오라고 계속 꼬셨다. 그래서 넘어온 것도 있다.
Q. 다가오는 시즌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우승이지만, 팀이 우승이란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도 답은 똑같을 것이다. 단순히 승리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과정도 나에게는 중요하다. 우승을 하는 데 집중을 하는 게 아니라 우승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사진_용인/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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