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다현과 경쟁 끝에 생애 한 번뿐인 수상 영광
흥국생명 선수론 다섯 번째 수상자
"나를 키워준 할머니께 효도하고 싶다"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역사상 최초로 드래프트 2라운더 신인왕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흥국생명 박현주다.
박현주(176cm, 19, WS)는 9일 서울 스탠포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 주인공으로 뽑혔다. 박현주는 기자단 투표 30표 중 22표를 받아 8표에 그친 현대건설 이다현을 제치고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로 인정받았다.
여자부에서 2라운더 출신이 신인왕을 탄 것은 처음이다. 남자부는 V-리그 출범 해인 2005년에 3라운더 LG화재 하현용(現 우리카드)이 수상한 바 있다.
흥국생명 출신으로는 다섯 번째 영광이다. 2005년과 2005~2006시즌에 황연주(현대건설)와 김연경(엑자시바시)이 신인왕을 수상했다. 2014~2015시즌에는 이재영, 2017~2018시즌에는 김채연이 영예를 안았다.
박현주는 중앙여고를 졸업하고 2019~2020 KOVO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을 받았다. 지명 당시에는 정호영(KGC인삼공사), 이다현 그리고 함께 흥국생명에 지명된 김다은에 밀리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도 이다현이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다현은 양효진, 정지윤과 함께 미들블로커진을 꾸리며 현대건설의 선두 질주에 한 몫 거들었다.
박현주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알렸다. 시즌 초반부터 원포인트 서버로 기회를 잡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1월 26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는 10점을 올리며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박현주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시즌 중반 이재영이 빠진 공백을 메우는 소방수 역할도 맡았다. 2월 16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14점을 올리며 데뷔 후 최다 득점을 올렸다.
그녀의 올 시즌 최종 기록은 25경기(82세트)에 출전해 103점, 공격 성공률 34.45%, 리시브 효율 16.56, 서브에이스 27개다. 공격에 비해 저조한 리시브만 보완이 된다면 향후 한국배구를 이끌 재목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박현주는 수상 후 "이 상을 받게끔 도와주신 박미희 감독님, 코치님, 팀 언니들에게 감사드린다. 더 노력해 보답하는 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하 박현주와의 일문일답.
Q. 생애 한 번밖에 수상 기회가 없는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기분이 어떤지.
생애 한 번밖에 못 타는 신인왕을 내가 받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Q. 친한 친구이자 학교 동창인 이다현과 신인왕을 놓고 경쟁했다. 친구인 이다현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신인왕만 내가 받았을 뿐 변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Q. 신인왕이 되는데 어떤 점이 어필됐다고 생각되는지.
다른 동기들보다 개인 득점이 많았다. 또한 경기 중간중간 들어가서 서브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게 주효했다.
Q. 여자부 역대 최초 2라운드 출신 신인왕이란 점을 알고 있나. 이에 대한 소감은.
내가 2라운드 처음으로 신인왕을 받게 되어 기쁘다. 후배들에게도 지명 순위가 상관없다는 걸 보여줬다.
Q. 프로 입단 당시와 첫 시즌을 보낸 지금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팀에 피해만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출전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여유도 생기고 서브 공략법도 알게 됐다.
Q. 쌍둥이 동생도 배구 선수를 하고 있고 맏이로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들었다. 이번 신인왕 수상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수행한 셈인데 기분이 어떤가.
반은 책임을 했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내년 시즌을 더 잘 하는 게 중요하다.
Q. 신인으로 가장 큰 영예를 차지했다. 다음 시즌 목표나 나중에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
받고 싶은 상은 아직 없다. 지금은 이 상으로 만족한다.
Q. 상금은 어떻게 쓸 생각이며, 비시즌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할머니가 어렸을 때 나를 많이 키워줬다. 할머니에게 효도를 하고 싶다. 여행은 못 갈 거 같지만 당일치기로라도 부모님과 어디든 가고 싶다.
Q. 프로에 와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프로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강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프로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매 경기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사진_KOVO 제공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