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TV] 함께여서 무서울 것 없다, 현대건설 정지윤×이다현

오창윤 / 기사승인 : 2020-02-05 07: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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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좀처럼 신인왕과 거리가 먼 팀이다.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내면서 대형 신인들을 택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현대건설에게 빛과 같은 신예 듀오가 나타났다. 지난 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정지윤과 올 시즌 최고 신인으로 꼽히는 이다현이다.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황금 신인기’를 맞고 있는 여자배구. 그 중심에 있는 두 선수 정지윤과 이다현은 때론 경쟁자로, 때로는 사이좋은 동료로 부푼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본래 신인이라면 ‘패기와 자신감’으로 무장해야 하는 법. 이들은 그 누구보다 당찬 플레이와 들끓는 자신감으로 코트 위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미래, 나아가서 한국 배구의 미래 기둥으로 성장할 둘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현대건설 배구연습장을 찾아갔다.



경쟁보단 윈윈, 둘이서 더 강한 ‘하나’ 되다

먼저 호칭부터 정리하고 시작할게요. 두 분 태어난 연도가 같아요.
이다현(이하 다현) 그래도 저는 11월생이고 언니는 1월생이니까요. 많이 차이 나요.

정지윤(이하 지윤) 맞아요. 차이 무시 못 하죠!

그럼 서로 선후배 사이이자 언니 동생 사이인데요. 평소 사이는 어떤가요.
지윤 다현이가 요새 장난을 엄청 쳐요. 재미는 있는데요, 이젠 반격을 해야 해요.

다현 요새 언니는 주먹으로도 막 때려요. 엄청 아파요.

지윤 야, 무슨 소리야! 아니에요 그거. 얘가 저를 막 비웃고 그래요.

다현 제가 웃는 게 비웃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다들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오해입니다. 아 물론 언니한테는 가끔 비웃을 때도 있어요.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다현 처음에 왔을 때 지윤 언니가 정말 잘 챙겨줬어요. 받아주기도 잘 받아주고요, 편해요. 그래서 저도 좋아서 이렇게 장난도 걸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 왔을 때 모르는 게 얼마나 많겠어요. 그걸 다 알려주고 잘 챙겨줬어요.

지윤 처음 온 후배라 정말 좋았어요.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오니까 알려줄 것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처음엔 생각보다 힘들었는데요, 지금은 많이들 적응해서요. 다들 귀여워요(웃음).

다현 언니, 솔직히 우리보단 언니가 그런 이미지잖아요.

지윤 그래, 그럼 너 빼고 나머지 애들이 귀엽다고 할게.

같은 포지션을 두고 함께 출전하고 있어요. 이걸 두고 경쟁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아요.
다현 저는 딱히 신경 안 써요. 언니도 그렇죠? (응, 맞아). 솔직히 처음에는 좀 놀랐어요. 제가 언니랑 대결을 한다니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나와도 지윤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저를 대해줬어요. 오히려 인터뷰에 나가서 ‘다현이한테는 참 배울 게 많아요’라고 말해주고 그랬어요. 정말로 후배들이 들어오게 되면 언니가 해준 것처럼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딱 느꼈어요.

지윤 오~ 훈훈해~. 제가 강요한 대답은 절대 아니에요. 경쟁상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미들블로커 자리만 놓고 볼 때 다현이가 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현이 앞에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다현이가 저보다 기술이 좋아서 배울 점이 많아요. 저는 정통 미들블로커라기보다는 조금 변칙적인 선수잖아요. 그래서 다현이를 보고 배울 게 많아요.

확실히 두 선수는 스타일이 달라요.
다현 맞아요. 그래서 저도 언니한테 기술적으로 배울 게 정말 많아요. 언니는 속공도 그렇고 하이볼 처리를 정말 잘 해요. 상대 블로킹이 두 명, 세 명이 붙어도 그냥 뚫어내요. 저는 시야가 좁아서 블로킹이 여러 명 붙으면 점수를 못 내는 경우가 많은데, 언니는 다 잘 뚫어내요. 진짜 신기해요.

지윤 선수, 비결이 뭐예요?
다현 와, 저도 항상 궁금했어요.

지윤 어…. 하다 보면 돼요(일동 웃음). 공중에서 뜨면 빈 곳이 얼추 보여요. 그러면 거기로 때리거나, 아니면 아예 힘으로 밀어넣거나 하는 식이에요. 다현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빈 곳을 먼저 보는 게 중요해요.

다현 보는 건 둘째 치고 보이는 곳으로 정확하게 때리는 게 말로는 쉬워도 절대 쉬운 게 아니에요.

지윤 반대로 제가 배울 점도 있어요. 미들블로커한테 제일 중요한 게 블로킹이죠. 다현이가 블로킹 손 모양이 정말 예뻐요. 팔이 조금 넓긴 한데요, 손 모양이 좁아서 걸리면 잘 떨어져요. 또 속공하고 외발 이동공격은 진짜 배워야 해요.

다현 선수도 화답 부탁드려요.
다현 저는 학창시절부터 계속 미들블로커만 했으니까요. 정말 블로킹에 중점을 두고 배구를 했어요. 매번 ‘미들블로커는 블로킹이다’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렇게 블로킹에만 치중하니까 이렇게 된 게 아닐까요.

지윤 아~ 그러니까 연습 더 하라는 거지?

다현 언니, 그런 게 아니라~.

두 선수가 올 시즌 팀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어요.
지윤 사실 초반에 제가 좀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지난 시즌보다 분석이 더 됐으니 더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아 이게 2년차 징크스인가’했는데 연습으로 많이 극복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어요.

지윤 선수가 안 될 때마다 잡아주는 게 다현 선수였어요.
지윤 그 때 다현이가 정말 잘해줬어요.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 제가 흔들려서 다현이가 나갔는데, 다현이가 잘 안 됐으면 제가 정말 큰 부담을 느꼈을 거예요. 다현이가 잘 해줘서 안도했어요. 스스로한테는 조금 답답했지만, 다현이한테는 고마움이 컸어요.

다현 그래서 저는 우리 둘 사이가 ‘경쟁’보다는 ‘협업’하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연습할 때도 서로 도와가면서 잘 하고요. 윈윈 효과가 엄청나요. 주변에서 언니들이 경쟁을 붙일 때도 있긴 한데요, 그것도 잠깐 뿐이고요.
둘을 붙이는 건 아무래도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다현 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경쟁할 상대가 있어야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누군가 경쟁 상대로 있어서 서로 경쟁해야 실력이 팍팍 느는 것 같거든요.

지윤 나쁜 경쟁보다는 ‘선의의 경쟁’이 되고 있어요. 제가 웜업존에 나가 있을 때 다현이를 보면서 ‘와 저렇게 하는구나, 이런 게 먹히는구나’하고 많이 느끼거든요. 그렇게 배우기도 하고, 마음을 다스리기도 하고요.



성장 배경은 달라도, 우리는 환상의 짝꿍

다현 선수가 고3일 때 본 지윤 선수는 어땠나요.
다현 제 바로 위 언니가 프로 무대서 뛰니까 진짜 신기했죠. 중고등학교 때 몇 번 만나기도 했고요. 실감이 잘 안 나더라고요. 한 번은 언니가 19점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신나게 응원했던 기억이 나요.

학창 시절에는 어떻게 서로를 알고 있었나요.
지윤 중학교 때는 배구협회에서 하는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 때 만났어요. 제가 중3 때였고 다현이가 2학년 때였죠. 연령별 대표팀에 가기 전 나이의 선수들이 함께 모여 훈련하는 자리였어요. 그때 만난 다현이는 ‘영어 잘하고 착한 애’였어요. 그리고는 고등학교 때 몇 번 붙었는데요, 그 땐 ‘어깨 아픈 친구’였고요.

다현 제가 중3 때 어깨를 다쳤어요. 부딪히면서 다친 부상이었는데요, 그래서 고2때까지 청소년대표팀, 유스대표팀에 전부 다 빠졌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혹여나 다칠까봐 막으셨죠.

지윤 그래서 많이 아픈가보다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만날 기회가 많진 않았죠.

경기를 치렀을 때 기억을 떠올려주세요.
다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랑 경남여고가 만났었어요. 지윤 언니가 팀에서 거의 유일한 공격수였어요. 저한테 ‘정지윤 밀착마크’ 특명이 내려졌어요. 그런데 제가 하나도 못 잡았었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나요.

지윤 아하하하. 그 때 경기는 중앙여고가 3-1로 이겼어요. 그런데 지고도 기분 좋은 경기였어요.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게 지금의 배구 스타일을 만든 것 같아요.
다현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팀에서 대부분 리시브가 잘 된 공 위주로 때렸거든요. 그래서 속공이나 이동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나쁜 공은 거의 다 사이드로 갔어요. 하이볼을 때려 볼 기회가 많지 않았죠.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나쁜 공 처리가 약했던 게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지윤 저랑은 반대네요. 저는 팀에서 거의 유일한 공격수였어요. 대부분 오픈 공격 위주였죠. 성격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다현이는 아마 그런 생각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요?

고교 시절 생활과 프로에서 생활을 비교해 볼까요?
다현 학교 숙소생활은 정말 신경 쓸 게 많았어요. 청소도 자주 해야 했고, 특히 3학년 때는 주장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어요. 프로는 그런 것 없이 자기 것만 딱 챙기면 되니까요. 시설도 훨씬 좋고요.

지윤 오 그러고 보니 저도 3학년 때 주장이었어요! 공통점 하나 찾았네요(웃음). 다현이 말이 맞아요. 그 때는 이만저만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어요.

다현 또 고등학교는 프로가 목표가 아닌 선수들도 있어요. 그런 선수들은 아무래도 경기에 의욕이 조금 떨어져요. 그런 선수들까지 뭉쳐서 하나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프로는 모두가 한 목표를 갖고 각자 할 것을 챙기면 되잖아요.

처음 만났다는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다현 이제 연령별 대표팀에 가기 전 나이 선수들을 모아서 훈련을 하는 거예요. 그 멤버대로 보통 유스대표팀, 그리고 청소년대표팀으로 올라가요.

지윤 그 때 모였던 멤버들이 이주아(흥국생명), 이원정(한국도로공사), 박혜민, 권민지(이상 GS칼텍스), 문지윤(IBK기업은행) 정도였어요. 다현이도 꿈나무에는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대표팀 출전은 못 했죠.

다현 정말 너무 부러웠어요. 국가대표에 결국 한 번도 못 나갔거든요. 꿈나무 프로젝트 말고도 훈련에는 간 적이 있는데, 경기에 나서진 못했어요. 그래서 국가대표에 자주 다녀온 지윤 언니한테 매번 ‘부럽다~’라고 해요.



서로 보고 배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해가 지났으니 두 분 모두 진짜 성인이 됐네요.
다현 와~.

지윤 저는 친구들이 다 성인이니까 2019년을 그냥 ‘난 이제 성인이다’하고 보내긴 했어요. 그렇지만 마음먹는 거랑 공식적으로 되는 거랑은 또 다르니까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다현 저는 운전이요!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요. 차를 직접 움직인다는 생각에 막 설레요.

지윤 운전은 너 지금도 자격증 시험 볼 수 있는데.

다현 아 진짜요?

지윤 응(웃음). 아, 그리고 얘가 저랑 술 마시러 가자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죠.

다현 아니, 제가 야심차게 제안했거든요? 그런데 한 10초 멍하니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언니가 하는 말이 ‘너랑…?’이었어요. 그러고는 또 아무 말 안 하고요. 그래서 접었어요. 그래요…. 안녕히 계세요….

역시 성인이면 술인가요?
지윤 시즌 때는 안 되죠.

다현 맞아요, 뭔가 몸이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윤 생각해보면 올해는 답답한 게 좀 있었어요. 비시즌 때 친구들하고 어울릴 때면 매번 혼자 집에 먼저 들어가야 했거든요. 아무래도 다들 저녁 시간에 만나니까 자연스럽게 술을 곁들이게 되더라고요. 이제 술을 마실 시간쯤 되면 저는 들어온 거죠. 제가 불편하니까 매번 그냥 일어났어요. 저 때문에 친구들이 못 놀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나 집에 갈게’하면서 맨날 일어났어요. 이제는 저도 친구들하고 같이 놀 수 있어요!

숙소에 있으면 주로 뭘 하나요.
다현 그냥 수다 떠는 거?

지윤 이틀 쉴 수 있으면 하루 정도는 나가서 이것저것 먹으러 다닐 수 있는데요, 하루 쉬는 날은 밖에 나가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편히 쉬고 자고. 아니면 영화 보거나 그러죠.

시즌 중간에 지윤 선수가 다현 선수를 두고 ‘건강한 욕심이 많다’라고 말했는데요.
지윤 다현이랑 평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다현이는 정말 배구를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요. 국가대표에 나서고 싶다는 꿈도 확고하고요. 저는 ‘대표팀’하면 마냥 무섭고, 걱정이 먼저 되는데요. 다현이는 참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요. 그야말로 ‘건강한 욕심’이에요. 제가 많은 선수를 본 건 아니지만 정말 잘 될 것 같은 친구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다현이를 보면서 ‘아 이렇게 배구를 해야 잘 할 수 있겠구나’하면서 반성도 했고요. 다현이가 진짜 최고예요.

다현 에헤헤, 감사합니다. 국가대표에는 미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남아 있어요. 어린 시절에 정말 간절하게 나가고 싶었는데 계속 빠졌으니까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까지 배구를 한 6년 정도 했는데요, 경력이 짧아서 아직 미숙한 게 많아요. 그 사이에 또 경기에 나가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본기도 미숙하고, 폼도 매번 달라요. 전 아직도 제가 ‘잘 하는 배구’를 했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래서 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 생겨요.

지윤 제가 보기엔 정말 잘 하거든요. 그런데도 더 잘하고 싶어서 저러니까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다현 이게 해가 될 때도 많아요. 만족하고 욕심을 그만 부릴 때도 있어야 하는데, 매번 욕심만 부리니까요.

지윤 와…. 다현이 생각을 들으면 지금도 저도 모르게 반성하게 돼요. 저도 배구하는 사람이잖아요. 전 이렇게 밖에 생각 못 하는데, 얘는 진짜 높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다시 한 번 반성해야겠어요.

지윤 선수도 지난 시즌 신인왕을 탄 선수잖아요.
다현 맞아요, 자부심을 가져요. 언니는 진짜 대단해요. 매번 자세가 일정하고 공격도 엄청나거든요.

지윤 에이~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웃음).

지윤 선수는 성인 국가대표도 다녀왔는데요.
지윤 저도 물론 국가대표로 가서 뛰고픈 마음은 있는데요. 애매한 상황이에요. 소속팀에서는 미들블로커를, 대표팀에 가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를 해야 하니까요. 지난 2019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갔을 때도 준비 없이 가서 힘들었어요. 연습을 조금이라도 하고 갔다면 달랐을 텐데, 전혀 안 된 상태였죠.

다현 국가대표는 준비된 상태로 가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저도 계속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가야 될 실력이 아니잖아요. 아직 국가대표는 먼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상적인 꿈이죠. 일단은 당장 제 눈앞에 있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국가대표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코트 위에 함께 오르는 날을 기다리며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신인왕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지윤 선수가 지난 시즌 모처럼 따냈어요.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총 두 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한 번은 2008~2009시즌 염혜선이고, 그 다음이 2018~2019시즌 정지윤이다.)
지윤 지난 시즌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보냈어요. 코트 위에서도 그냥 막무가내였어요. 그렇게 하니까 타이틀도 따라왔어요. 진짜 ‘막 해서’ 얻은 타이틀이었어요.

올 시즌은 다현 선수가 현대건설 사상 첫 2년 연속 신인왕을 노리는데, 가능할까요?
지윤 당연하죠! 무조건 할 수 있어요! 다현아, 팁을 하나 주자면 기자분들이 뽑으니까 기자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잘 해야 돼.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고 막 어필해.

다현 (웃음)언니 진짜 그랬어요?

지윤 응. 나는 말을 잘 하진 못했는데, 다행히 기자분들이 막 웃어 주셨어.

다현 선수는 신인왕을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졌다고요.
다현 처음에는 정말 욕심 없었어요. 그런데 한 점씩 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요즘에는 분석이 되면서 점수도 쉽게 안 나고, 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기가 생겨요. 더 연구하게 되고, 더 깊고 예리한 코스로 때리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부족한 것들을 하나씩 고쳐 나가면 신인왕도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번 뿐인 상이니 욕심나요.

지윤 선수가 팁 하나를 더 주자면요.
지윤 자신감이죠. 올 시즌도 신인왕 경쟁이 엄청 치열하잖아요. 저도 치열했는데 자신감 하나로 주아를 이긴 것 같아요(2018~2019시즌 신인왕은 한 표로 갈렸다. 정지윤이 14표, 이주아가 13표를 받아 정지윤이 수상했다).

다현 코트에 들어가는 시간은 적더라도 임팩트를 크게 보여주려고 해요. 그리고 하나 해냈을 때 정말 크게 파이팅을 할 거예요.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여자부 신인들이 굉장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두 선수를 포함한 이야기인데요.
지윤 그 얘기는 참 많이 들었어요. 이게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담이 돼요. 보여줘야 할 것도 같고. 기대를 많이 하시니까 어깨도 무겁고요.

다현 하루 잘 했다고 다음 날 경기에서도 잘할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한 경기를 잘 하고 막 주목을 받다가 그 다음 경기에서 못하면 기대만큼 실망이 커지니까요. 그래서 한 번 잘한 뒤에는 어떻게 그걸 이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이 많아지니 잘 안 풀리고요.

지윤 다현아, 무조건 자신감이야. 다른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밀어붙여야 돼.

다현 그 말이 진짜 맞아요.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뛰는 게 정말 필요해요.

그렇다면 두 선수들 두고 현대건설 미래라고 말하는 건 어떤가요.
다현 아직까진 실감이 안 나요. 전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또 이끌어 나가려면 실력이 되어야 하니까요.

지윤 저도 그 말에 동감해요. 이제 막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거잖아요. 운이 좋아 지금처럼 하고 있는 거고요.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사실 두 선수가 코트 위에 함께 뛰면서 팀을 이끌길 바라는 팬들이 많아요.
지윤 그건 아마도 저한테 달렸겠죠? 지금은 미들블로커로 나가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는 제가 윙스파이커로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그에 대한 본인 생각이 궁금해요.
지윤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리시브는 잘 안 되기도 했고, 지금은 연습도 안 된 상태예요. 그래서 당장 윙스파이커로 뛰라고 하면 절대 못 버틸 거예요. 지금도 훈련을 하긴 하지만 중점적으로 하고 있진 않으니까요. 사실 지금은 미들블로커 연습만 해도 정말 바빠요. 대부분 연습 시간을 미들블로커 연습으로 할애하고 있거든요. 지금 제가 날개로 한 자리를 차지하라고 하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예요.

가끔 지윤 선수가 날개 공격수로 투입되면 둘이서 같이 코트에 오르곤 해요.
지윤 확실히 같이 올라가니까 좋긴 하더라고요. 막 안심이 돼요. 코트에 다들 언니들 뿐이잖아요. 그런데 제… 동년배? 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편하더라고요.

다현 동년배라뇨(웃음). 한 번은 둘이서 같이 들어갔는데 제가 점수를 냈어요. 그런데 언니가 정말 엄청나게 좋아하는 거예요. 저도 재밌었어요.

팬들이 그리는 모습이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지윤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뒤에 감독님께서 혹시나 ‘윙스파이커 준비해!’라고 하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들블로커잖아요. 제가 맡은 일에 열중할게요.

다현 저도 그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사진촬영부터 해서 꽤 긴 인터뷰가 끝났는데, 어때요?
다현 너무 재밌었어요!

지윤 방송 때 효진 언니랑 셋이서 같이 촬영한 적은 있었는데요, 이렇게 두 명이서만 한 건 처음이었어요. 쪼금 더 하고 싶은데요?

아쉽지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남은 시즌 향해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다현 여러 팀에서 저를 분석해서 나오는 만큼 저도 더 연구해서 올라가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윤 모두가 아시다시피 ‘정지윤’하면 힘, 그리고 패기잖아요. 이 두 개로 열심히 할 테니까 잘 봐주시고, 마지막 시즌 끝날 때까지 부상 없이 해낼게요.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

끝으로 시즌 막판 목표가 있다면요.
지윤 당연히 우승 아니야?

다현 맞아요! 우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윤 그렇지? (손을 모으고) 현대건설!

다현 우승!


글/ 이광준 기자 kwang@thespike.co.kr

영상/오창윤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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