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일의 배구전문지 <더스파이크>는 지난 12월 19일 그랜드 엠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KOVO 이사회 직후 조원태 총재와 2019년을 앞둔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총재는 <더스파이크> 신년호를 통해 임기 전반기를 돌아보고, 남은 임기중 역점사업과 한국배구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조원태 총재는 지난 12월 중순 서울 장충, 인천 계양, 수원체육관을 순회했다. 기업경영자로서 분초를 나눠쓰는 바쁜 일정 가운데 열흘 사이 네 번이나 경기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조 총재는 요즘 배구 인기가 올라가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TV중계 시청률도 올라가고 있고요. 배구에서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이슈가 되니까 팬 관심이 높다는걸 실감해요. 저희(대한항공)도 배구단을 오래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과 많이 달라진 분위기를 느껴요. 회사에서만 봐도 배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고요. 체육관에 가보면 정말 열렬한 팬들이 배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돼요. 감사한 일이죠.”
조 총재는 2017년 7월 전임 구자준 총재 후임으로 제6대 KOVO 총재로 취임했다. 40대 젊은 기업인(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프로배구를 이끄는 리더가 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이 지났다.
3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고, 앞으로 1년 반이 남아 있습니다. KOVO총재로서 지난 1년 반동안 한국프로배구와 함께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기의 절반이 지났네요. 처음 맡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써야하고, 고민할 사안도 많고
합니다. 요즘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걸 실감하고 있는데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이런 저런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어쨌든 지금까지 KOVO 집행부를 믿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주신 팬, 선수, 구단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죠. 지난 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안정 속의 도약’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원만한 리그운영에 신경을 썼고요. 그리고 도약의 기반이 되는 연맹 숙원사업 이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했습니다.
프로배구 성장의 힘은 팬
총재님
재임기간중 프로배구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7~2018시즌에 시청률과 관중수가 함께 증가한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여자부가 특히 의미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프로스포츠 후발주자인 프로배구가 이처럼 선전하는 힘과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먼저 프로배구 성장을 긍정적으로 봐주셔셔 감사합니다. 프로배구가
선전하는 힘의 원천은 바로 연맹, 구단, 주관방송사가 배구 팬과 미디어와 교감하며 리그를 운영하는데서 비롯된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하고요. 우리 배구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위해 서로가 경쟁속에서 협력하고, 배려하고, 리드해 준 결과라고도 해야겠죠.
특히
여자부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주는 묘미 속에서 전력 평준화를 통한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팀마다 스타성 넘치는 선수가 활약하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전반적으로 코보티비와 같은 SNS 컨텐츠 제작과 운영을
통해 10, 20대 팬들이 많이 유입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죠.
반면 이번 시즌 남자부의 경우 팀간 전력차가 심한 탓에 일부 팀은 홈경기 관중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이 프로배구 전체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남자부에
그런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요, 그것이 지난번 이사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죠. 선수단의 운영은 구단의
몫이라고 하지만, 리그를 통합 운영하는 관점에서 구단을 리드하고 지원하는 일은 연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연맹은 팀 간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트라이아웃, FA 등급제(ABC그룹제) 등을 도입하여 리그 활성화를 도모해 왔습니다.
최근엔 한 구단에서 예외적 상황이 발생해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데 전 구단의 단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 끝에 시즌 중에 규정 변경의 우려를 표하고 좀 더 숙의, 숙려 과정을 거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도 전체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연맹과 구단이 뜻을 모아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 시즌 시행한 수요일 여자부 2경기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여자부 팬들은 경기가 같은 시간에 편성되어 직접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더 많습니다. KOVO에선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의 수요일 여자부 2경기는 여자부 경쟁력을 위한 단계적 접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가 지난
시즌부터 실행한 남녀경기일정 분리였다면, 두 번째 단계가 평일 7시 개최를 통한 경쟁력 검증이었습니다. 연맹은 전체적인 시청률,
관중 수뿐만 아니라 방송 중계 상황, 분산에서 오는 리스크도 감안을 해야 했습니다. 현재 내년 시즌 경기일정에 대해서 팬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있고 무엇보다 팬들이 편하게 배구경기를 볼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신생팀 창단 진행형, 복수기업과 접촉중
총재님이
지난 해 취임식에서 내놓은 공약은 당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남자부 8구단 체제를 언급하실 때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8구단 창단은 전임 총재께서도 추진한 과제였는데 결국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신생팀 창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척 상황이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 신생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신생팀
창단은 우리 프로배구의 숙원사업이죠.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우리 연맹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체의 여건, 사회적 분위기, 선수단 구성 등등 많은 조건들이 일치해야 새 팀 하나가 만들어 질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미완으로 끝났다고 표현하기 보다 지난 집행부의 숙원사업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을 지금 일일이 밝히긴 어렵고요. 신생팀 창단에 관심있는 복수의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연맹에서 계속 노력 중에 있으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역시
취임식때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구단보다는 국가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스포츠팀에 투자하는
구단 입장에서 보면 구단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가이익이 먼저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면 ‘국가보다 위대한 리그는 없다’는 말로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팀 성적과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만 더 크게 생각해 보면 국가대표팀 선전이 리그와 구단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아닌가 해요. V-리그엔 배구 팬만 관심을 가지지만 국가대표팀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하면 온 국민이 성원과
관심을 보내기 때문이죠. 배구 팬 저변을 넓혀 구단이익으로 돌아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죠.
프로와 대표팀이 상호 발전을 위해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우리 연맹도 국가대표팀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을겁니다. 당장 2020도쿄올림픽 남녀동반 진출을 위해 배구협회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프로농구는 경쟁자아닌 동반자
배구는
스포츠 시장에서 다른 종목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농구와는 시즌이 겹쳐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프로배구가
국민들로부터 더 사랑받아 인기스포츠로 도약하기위해 KOVO와 회원사인 배구단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농구와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서로가 겨울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문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배구가 농구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겨울스포츠 시장을 키운다면 그 혜택은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그래서 ‘팬
없는 스포츠는 없다’는 말처럼 팬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지속적인 연고지 밀착 사업을 말하고 싶어요. 팬미팅, 지역사회공헌, 유소년 지원 등 연맹과 구단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은데요, 팬 사랑을 받으려면 더욱 많은 사랑을 줘야하는 것이 연맹과 구단이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로스포츠를 운영하는 구단은 모두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프로배구 흑자시대는 어떻게 해야 앞당길 수 있을까요.
프로배구를
포함한 모든 프로 종목의 프로 구단들이 이익을 낼 만큼 수익성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프로배구도 열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는데도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어 모기업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요. 연맹은 연맹 자체뿐만 아니라 구단의 수익창출
증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연맹에서 각 구단의 티켓팅, 머천다이징 등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제 바람이 있다면, 장차 미국의 MLB, 영국의 EPL 리그 같이 높은 수익구조를 갖는 겁니다. 프로배구가 매력적이고 재밌는 프로스포츠로 거듭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그때서 가능한 일이죠.
스포츠는 국가와 기업의 매개체
한진그룹은
선대로부터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탁구협회 회장사를 10년 이상 맡고 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평소 기업과 스포츠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스포츠는 브랜드 자산의 구축을 위한 기업 활동의 일환이 교과서적 답변이 되겠죠.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스포츠는 국가와 기업의 윈윈(WIN-WIN)을 엮어 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앞서 ‘국가보다 위대한 리그는 없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마찬가지로 ‘국가보다 위대한 기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포츠는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국가 경쟁력은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기도 하고요. 한진그룹은 글로벌 수송기업이 되었습니다. 국가 경쟁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포츠를 통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이와 같은 기조를 지속해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KOVO총재 취임 이전에 구단주였습니다. 평소 선수단, 배구 팬과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구단주 일 때는 직책에서 오는 아주 기본적인 역할만 했어요. 총재를 맡고나니 배구에 대한 관심도는 물론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도 있고 해서 경기장에는 자주 갈 수 없지만 중계방송을 챙겨봅니다. 현장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요. 연맹과는 최근에 도입한 그룹웨어를 통해 직원들과 업무 협의를 해요.
구단과는 이사회,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의 채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팬들과는 현실적으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지만 관련 기사 별 팬들의 반응을 일일이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하려고 합니다.
경기장 직관을 가셨을 때 인상 깊게 느껴졌던 이벤트나 ‘이건 정말 재밌다’라고 여긴 이벤트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경기장
갈 때마다 느끼는데요 전광판, 관람석, 코트를 넘나드는 이벤트 진행이 날로 흥미를 더하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경기장에 오는
즐거움이 선수 경기력 외에 바로 팬들과 함께 나누는 이벤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고요. 최근에는 구단의 유상관중 확보 차원을 넘어
고단가 판매를 위한 지정석을 구비하여 운영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항공사의 하이엔드(HIGH-END) 수요 유치를 위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십니까. 스포츠의 매력, 그 가운데 배구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키가
커서 종종 배구선수 출신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긴 해요(조 총재는 대한항공 곽승석보다 크고 정지석보다 약간 작다고 했다).
학창 시절 교과 과정을 통해 여러 운동을 접하기는 했지만 잘 하지는 못해요. 최근에 항공업계 교류 모임에 가서 스포츠 사격을
해봤는데 재미있더군요. 지금은 연맹 총재로서, 점보스 구단주로서 자나 깨나 배구에 올인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배구의
매력을 묻는다면, 매 득점 과정이 리시브-세트-스파이크 삼박자가 하나의 연결체가 되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을 선수와
팬이 하나-둘-셋으로 함께 소리 지르면서 교감할 수 있는 종목도 드물죠. 그리고 배구만큼 코트에서 많이 웃는 종목도 없어요.
그만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종목이라 팬들도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해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입니까. 이 기회에 KOVO 회원사와 배구인, 배구 팬들에게도 덕담 한 마디 해주시길 바랍니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맡고 있는 기업과 KOVO 회원사의 모기업이 순탄한 가운데 사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프로배구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질적, 양적으로 도약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배구인들의 노력과 배구
팬들의 성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격려도 해 주시고, 채찍질도 해 주시면 배구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배구팬 여러분 모두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담/ 권부원 편집국장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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