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내 운명’ 경희대 알렉스, 홍콩 소년의 꿈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10-16 0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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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배구를 좋아하던 홍콩 소년은 원대한 꿈을 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발을 디뎠다. 경희대 3학년 알렉스 이야기다.



알렉스는 홍콩 국가대표 출신이다. 김찬호 경희대 감독이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이끌던 2013년, 홍콩 팀에서 맹활약하는 알렉스를 보고 한국 행을 권유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인 알렉스는 2015년 경희대에 입학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지내야 하지만 알렉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배구는 내 전부다. 한국에서 생활이나 언어 차이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정말 배구 외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알렉스는 “너무 힘들었다. 홍콩에선 일주일에 2~3번 정도 운동했는데 한국에 오니 하루에 2~3번을 하더라. 첫 동계훈련 때는 훈련을 따라가기도 벅찼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서서히 팀에 녹아 들었다. 동료들과는 금세 친해졌다. 그는 “원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팀원들과 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번역해 대화를 나눴다. 이제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 인터뷰도 잘하고 있지 않은가(웃음). 감독, 코치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알렉스는 고등학생 때까지 미들블로커로 뛰었다. 이후 아포짓 스파이커로 전향했다. 경희대에서는 두 포지션을 병행하고 있다. “계속 배구를 하다 보니 날개 공격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지션을 바꿨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윙스파이커 연습을 했는데 손등에 부상이 생겨 수술한 후에는 팀 사정상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갔다”라는 설명이다.



그는 “두 가지 포지션을 훈련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팀을 위해선 해야만 한다. 공격이나 블로킹할 때 약간 헷갈리기도 했다. 경기에 집중하면 괜찮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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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상대 팀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공격력이 좋은데다 블로킹 능력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올해 대학배구 정규리그에서 당당히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884개)를 차지했다.



그는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수준이다. 실력은 아직 한참 더 키워야 한다. 다만 경기 중에 상대 선수들이 나를 경계한다는 것은 느꼈다. 블로킹을 하려고 뜨면 내 쪽을 피해서 때리더라”라고 전했다. 블로킹 1위에 관해서는 “럭키(Lucky)? 재수..있다..?”라며 운이 좋았다고 미소로 답했다.



알렉스는 외국인이라 전국체육대회(배구는 10/21~25, 충북 제천)에 출전하지 못 한다. 이달 10일 막을 내린 챔피언결정전이 올해 마지막 경기가 됐다. 경희대는 홍익대에 2연패하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조금 슬펐다. 그래도 내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남아있다. 올해 챔프전 진출을 달성해 준우승을 했으니 내년에는 우승을 이루면 된다”라며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체전 기간 동안 알렉스는 홍콩으로 향한다. V-리그 진출을 위해 귀화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를 발급받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기로 했다. 그는 “추석 연휴 때 챔프전을 앞두고 있어 홍콩에 못 갔다. 물론 홍콩에 갔어도 운동만 했을 것이다(웃음). 운동하는 게 더 좋다”라며 웃었다.



외국인 선수 귀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귀화일 경우 한국 거주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귀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특별 귀화는 홍콩배구협회, 대한민국배구협회, 소속 학교 총장 추천서 등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서류를 모두 구비해도 법무부 심사를 통과해야 귀화가 가능하다.



김찬호 경희대 감독은 “에이전트를 붙여 특별 귀화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해보려 한다. 그래야 내년에 신인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다. 알렉스는 프로 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알렉스 첫 번째 목표는 한국에서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V-리그에서 뛰고 싶다. 오로지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 프로에서 어떤 포지션으로든 열심히 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종 목표는 홍콩에서 배구 인기를 높이는 것이다. “배구가 너무 재미있다. 홍콩은 전문적인 팀이 아닌 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운동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으로 치면 배구 동호회 느낌이다. 초-중-고-대학에는 대회가 있지만 정작 홍콩프로리그는 없다. 한국에서 경험을 쌓은 뒤 나중에 홍콩에 가서도 배구 발전을 돕고 싶다. 프로 리그도 생겼으면 한다.” 알렉스가 진지하게 자신이 품은 꿈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남겨보라고 하자 “그냥..응원해주시면 감사해요. 저 잘 될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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