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배구사전

이광준 / 기사승인 : 2017-09-30 11:02: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8월호에 이어 다시 돌아온 알쓸신배. 이번에도 배구박사 배 박사와 배구도사 공 도사의 만담 랠리는 계속된다. 인기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오마주한 이번 코너, 알지 못했던 배구 지식을 가상의 두 인물 대화로 쉽게 풀어본다.



배구공엔 언제부터 색깔이 들어갔을까요?




01.png




배 박사(이하 '배') ‘백구의 대제전’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공 도사(이하 '공') 한 때 흰 공으로 배구를 하던 시절에 배구 대회를 통칭해서 부르는 별명이었죠!


맞습니다. 1984년 국내 배구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인 겨울시즌 장기 시리즈로 추진된 3개월 일정 대통령배대회는 한동안 ‘백구의 대제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요. 이제는 그렇게 부를 수 없어요. 지금 각종 대회에서 사용하는 공은 더 이상 흰 색이 아니니까요. 공에 색이 들어가게 된 건 1998년이에요.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도해 시작된 사항입니다.


당시 FIVB는 ① 배구 경기의 보는 재미를 위해 ② TV 중계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 사안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항은 각종 세계대회에서 시험 도입된 후 그 해 10월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어요. FIVB에서 처음 컬러볼 사용에 대한 안건을 내놨을 때 대한민국배구협회(이하 협회)는 처음에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선수들에게 시각적으로 부담을 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어요.


비디오 판독, 리베로 제도 등에는 적극적이었던 한국 배구가 유독 컬러볼에는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컬러볼을 사용하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결국 2002년, 한국에서도 컬러볼을 사용하게 됩니다. 세계적 움직임에 맞게 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죠.


2008 베이징 올림픽 배구경기에서는 두 가지 색상과 8개 패널로 만들어진 볼을 선보여 배구공의 컬러화를 재촉했습니다. 이후 파란색-노란색이 조화된 공과 빨간색-노란색-흰색이 조화된 공들이 등장해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죠.




더 쓸데없는 자투리 사전 ‘배구공’


FIVB가 규정하고 있는 배구공


① ‘구’ 형태를 이룰 것


② 고무 혹은 이와 유사한 재질로 만든 내피 & 유연한 가죽, 합성 가죽표피로 제작


③ 색상은 동일한 밝은 색 혹은 조합된 색상


④ 둘레 65~67cm, 무게 260~280g, 내부 기압 0.30~0.325kg/㎠




유니폼은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유니폼도 많은 변화가 있었죠.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기능적’ 그리고 ‘시각적’ 기능을 위해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헐렁한 반바지, 티셔츠를 입고 뛰던 아주 먼 과거와는 달리 점점 타이트해지고 짧아졌어요.


우선 기능적인 면에 주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딱 들러붙는 운동복이 걸리적 거리지 않으니 움직이기에 편하죠. 또 긴 운동복은 관절 움직임을 방해하기도 하고요.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배구에서 이런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맞습니다. 유니폼은 선수들 운동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죠. 그렇지만 짧아진 유니폼은 한편으로 선수들의 성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도 작용했습니다. 선수들의 건강미를 더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죠.


프로 스포츠는 이렇게 보이는 면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짧은 유니폼은 농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할 수 있어요. 시각적인 매력을 어필해 팬들을 더 끌게끔 하는 수단으로요. 헐렁한 유니폼이 일반적인 농구가 자극을 받았던 걸까요? 한때 여자 농구선수들에게 짧은 팬츠를 입도록 권장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FIVB가 규정한 현행 선수 복장 규정은 상의 반바지 양말 운동화로 한 팀의 복장은 같은 색상과 디자인으로 통일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 예외가 있죠. 리베로들은 나머지 선수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색상의 유니폼을 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유니폼에 새길 수 있는 번호는 1번부터 20번까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KOVO는 FIVB 규정을 토대로 자체 유니폼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의 뒷면에 번호와 함께 한글 이름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죠. 아, 상의 소매는 팔꿈치 아래로만 내려오지 않으면 길이 제한은 없습니다. 하의의 경우 남자는 헐렁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하도록 되어 있고 여자는 무릎 위 12cm 이내 길이로 제한을 두고 몸 선에 타이트하게 맞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니폼은 광고판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죠. 그래서 프로 선수들을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요. 우리나라 배구에서 선수들 유니폼에 처음으로 광고를 단 건 1992년 ‘제 10회 대통령배 대회’에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참가 선수 유니폼에 소속 회사, 계열사 제품 광고 세 가지를 붙이도록 허용했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고 하네요.


현재는 상하의 앞뒤로 광고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리베로 제도에 대해 알고 싶어요!



02.png



리베로는 참 특이한 제도예요. 팀원들과 구별되는 유니폼을 입고 수비에 전담하는 선수들이죠.


리베로 제도는 1998년 FIVB에서 정식으로 도입했죠. 수비전담선수를 둬 랠리가 좀 더 지속되도록 하게 한 것이죠.


한국은 FIVB가 정식으로 결정하기 전부터 이미 국내에서 리베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국제경기에 1년 앞서 도입된 국내 리베로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한편 FIVB는 2008년 리베로에 관한 규정을 더 확대하기에 이르죠. 세계 시니어 경기 최종 등록멤버는 총 14명까지로 하되, 12명 이상 선수를 등록할 경우 의무적으로 리베로 2명을 등록하도록 규정했어요.


리베로는 배구 변화를 불러온 또 하나의 혁신적인 제도지만 그 운영이 굉장히 복잡하죠. 경기를 치르는 동안 잦은 교체가 필요해 자칫하면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FIVB는 경기 규정에 리베로 섹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치밀하고 엄격하게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 쓸데없는 자투리 사전 ‘리베로’




리베로는 공격을 하면 안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잘못된 말이다. FIVB에서 제공하는 공식 규정집을 통해 이를 확인해본다.


① 리베로는 후위 위치에 있는 어떤 선수와도 교대가 가능하다.


② 리베로는 볼이 네트 상단보다 위에 있는 경우 공격할 수 없다.


③ 리베로는 서브, 블로킹, 또는 블로킹 시도를 할 수 없다.


④ 전위 지역에서 리베로가 오버핸드 패스로 올린 공을 공격할 수 없다. 단 후위에서 오버핸드로 올린 공은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리베로는 네트 아래에 위치한 볼만 때리면 공격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다만 선수들은 오해가 될 여지가 있으니 자제할 뿐이다.



코트 활용법의 변화, 어떻게 달라졌나요?



03.png



예전에는 코트 라인 안쪽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게끔 규정했죠.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다 보니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지금과 같이 넓어지게 됐습니다.


1935년에는 공격수가 코트 밖으로 발이 나가는 것을 금지했어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코트 밖에서 도움닫기를 하는 것이 금지됐던 거죠. 1949년 전에는 후위에 있는 세터가 전위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 상태였죠.


가끔 나오는 장면 가운데 선수가 자유 지역(프리 존, Free Zone) 끝에 있는 광고판을 밟고 넘어가 공을 살리는 장면이 있죠. 그 화려한 장면도 사실 1992년부터 가능해진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자유 지역을 넘어간 공을 터치하는 것이 금지됐거든요.


이렇듯 선수들에게 허락된 코트 범위는 점점 넓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는 재미’겠죠. 공간이 넓어지면 그만큼 선수들이 더 크게 몸을 사용하게 됩니다. 보는 재미가 늘어나는 거죠. 선수들 경기력이 나날이 향상되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죠. 모든 스포츠들이 시대가 거듭될수록 평균 실력이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받지 못했던 공을 하나 둘씩 넘기기 시작하면서 공간 확대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스포츠 발전에 있어서 ‘재미’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네요.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공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바로 서브 지역(서비스 존, Service Zone)을 줄이려는 시도죠.


과거 서브가 지금처럼 ‘공격적’인 형태가 아닐 때, 그러니까 80~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브는 굉장히 제한된 공간 내에서 실시하도록 돼 있었어요. 그러다가 점차 ‘스파이크 서브’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서브도 공격의 일환으로 강하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FIVB도 이에 발맞춰 1994년, 좀 더 강한 서브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존을 9m로 확장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맞아요. 이 시도는 서브가 하나의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결정이었어요. 또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는 또 하나의 볼거리잖아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선수들의 스파이크 서브가 과하게 강력해지면서 랠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생겼어요. 또 선수들이 스파이크 서브에 욕심을 내면서 서브 범실도 많아졌죠. 오히려 이런 부분은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죠.


이 부분에 고심하던 FIVB는 최근 ‘15점-7세트제’와 함께 ‘서브 동작에서 착지 시 코트를 침범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8월 18일부터 시작된 U23남녀세계선수권에서 시범 적용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오며 점프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니 아무래도 서브 거리가 상대적으로 늘어났어요. 적응이 덜 된 선수들은 스파이크 서브 대신 플로터 서브를 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이 부분은 아직 시범 운영이기에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신중한 결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선수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큰 부분이니까요.


이 기자 와 두 분 지식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번 얘기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네요.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다음에도 즐거운 이야기가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그럼 <더스파이크> 독자 여러분 모두 안녕!



글/ 이광준 기자


사진 · 자료제공/ 대한민국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