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한국사랑 드러낸 케이타, 그가 한국 선수들과 팬들에게 전달한 메시지②

김희수 / 기사승인 : 2025-02-13 09: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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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이탈리안 슈퍼리가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3월 3일에 종료되는 라운드 로빈 방식의 정규리그가 후반부를 향해가면서 순위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팀이 바로 라나 베로나다. 선수단의 이름값이 아주 화려하지는 않은 베로나지만 뛰어난 응집력과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베로나의 에이스는 V-리그 팬들을 매료시켰던 ‘말리 독수리’ 노우모리 케이타다. <더스파이크>는 베로나가 어떤 배구를 하고 있는지, 또 그 속에서 케이타의 역할과 존재감은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13시간을 날아 배구 강국 이탈리아로 향했다(1부에 이어 계속).


든든한 동료 모지치, 승부욕을 자극하는 상대 팀 루베-페루자
공격에서 베로나를 이끄는 기둥은 단연 케이타다. 그러나 케이타 혼자만의 힘으로는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다행히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화력을 발휘하며 케이타와 쌍포를 구축하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 바로 슬로베니아 출신의 영건 록 모지치다. 폭발적인 화력과 과감한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모지치는 장기 부상과 기복 등에 시달리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만 하면 케이타와 함께 팀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수다. 케이타는 “모지치와 나는 친구 그 이상의 존재다. 우리는 코트 안팎에서 늘 서로를 믿고, 또 서로를 존중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서로를 밀어줄 때도 있다”며 모지치와의 동료애를 소개했다.

케이타에게 이탈리아에서 상대해본 선수나 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가 있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좋은 질문”이라며 환하게 웃은 케이타는 “엄청 많다. 우선 로버틀란디 시몬 아티스가 있다. 또 루베와 페루자의 모든 선수들은 다 기억에 남는다. 나는 루베나 페루자처럼 강한 선수들이 많은 팀과 맞붙는 것을 좋아한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래서인지 루베와 페루자를 만나면 유독 승부욕을 더 불태우는 케이타였다.

베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세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케이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계속 구슬땀을 흘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늘 플레이오프의 첫 번째 라운드에서 패했다”고 운을 뗀 케이타는 “하지만 우리는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에서 강팀 피아첸차를 꺾으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우리는 젊은 팀이다. 경험이 부족한 순간들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스텝 바이 스텝으로 노력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노력하는 중”이라며 정상에 서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배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기에, 케이타에게 배구 외적으로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그는 “배구 외적인 생활은 한국에 있었을 때랑 똑같은 것 같다(웃음).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웃음). 특별할 것이 없다”며 자신의 코트 밖 일상도 소개했다.


케이타가 한국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곳은 마법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아직도 KB손해보험 시절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과 SNS에 올려두고 있을 정도로, 케이타의 한국사랑은 여전하다. 그런 그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이타는 “한국은 나에게 그야말로 모든 것이다. 나의 배구는 한국에서부터 꽃을 피웠고, 한국이 나에게 보내준 애정과 존중은 엄청났다. 그야말로 나에게는 ‘everything’이다. 내가 한국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타는 V-리그의 매력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이탈리안 슈퍼리가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것은 사실이다. 대신 V-리그에는 여기에 없는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이 있다. 가끔은 내가 한국에서 하던 세리머니를 여기서 하면 몇몇 팀은 그걸 굉장히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이런 것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차이라고 본다”며 V-리그만의 매력을 언급했다.

그런 케이타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For sure(물론이다)”라고 입을 연 케이타는 “난 자유계약제도가 시행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 했던 ‘2년 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트라이아웃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유계약제도가 시행된다면, 한국행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며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케이타는 V-리그에서 만났던 한국 선수들의 도전을 기다리는 멘트도 남겼다. 그는 “한국 선수 중에 이탈리아에서 통할 선수들이 많다. 여기라고 무슨 마술 같은 게 필요한 곳이 아니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력뿐이다. 그걸 할 수 있는 선수라면 얼마든지 여기서 통한다. (황)택의처럼 게임의 흐름을 바꿀 줄 아는 세터, 또 리시브가 좋은 몇몇 아웃사이드 히터라면 얼마든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며 한국 선수들의 이탈리안 슈퍼리가 진출을 독려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케이타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대상은 자신을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한국 팬들이었다. 그는 “모두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나를 계속 응원하고 기다려줘서 고맙다.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다. 언젠가 내가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나를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그립다”고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한국으로 전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아포짓으로 거듭난 케이타를 직접 만난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계속 맹활약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과, 한국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양립했던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이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김희수 기자, 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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