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MVP’ 한선수가 보여준 ‘배구는 세터놀음’ [CH3]

천안/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08: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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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미 넘치는 베테랑 세터는 팀에게 우승을 선물했고, 젊은 세터들에겐 ‘세터의 정석’ 수업을 눈앞에서 펼쳤다.

배구 코트에 자리하는 포지션은 다섯 개. 그중에서도 세터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많다. 경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고, 공격수의 입맛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코트 안에서 공을 가장 많이 만지는 포지션이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이유다.

이 정설을 대한항공 한선수가 결과로 보여줬다. 한선수는 명실상부 V-리그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는다. 85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대표에도 승선해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아직 한선수를 넘가할 신예 세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정규리그 1위로 직행했고, 현대캐피탈을 상대했다. 한선수와 네트를 마주 본 세터는 4년 차 김명관과 신인 이현승이었다.

경기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세터 포지션의 중요성을 결과로 엿볼 수 있었다. 양 팀 세터 세트 시 상대 블로커에 따른 공격 기록을 보면 한선수가 공격수에게 블로커와 일대일 대치 상황을 현대캐피탈보다 많이 만들어줬다.

1차전에서 대한항공은 원블록 상황이 37번, 그 중 23개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62.2%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원블록 상황이 18번, 그중 10번을 성공시키며 55.6%의 성공률을 만들었다. 두 배 차이 나는 시도 수로 대한항공은 더욱 쉬운 공격 상황을 맞이했다.

2차전도 그랬다. 대한항공은 원블록 32번 중 19번을 성공했고, 현대캐피탈은 19번 중 11번을 성공했다. 이번에도 일대일 대치 상황 자체에 크게 차이 났다.

상대 강서브에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거나 공격을 걷어 올린 디그 상황에도 한선수는 달렸다. 코트를 누비며 3번의 터치 중 두 번째를 가장 많이 담당했고, 공격수들은 자신을 향한 공을 믿으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1차전에는 51/97, 44세트 정확 2차전 세트는 41/84, 36세트 정확을 일궈냈다. 

 


인천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고 찾아온 천안 3차전은 원정 팬들의 응원에 잠시 주춤했다. 1세트를 내줬고 2세트에는 유광우와 교체되면서 경기를 잠시 웜업존에서 바라봤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한선수는 경기를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3세트부터 자신들의 경기력을 온전히 되찾았다. 다시 한 번 ‘배구는 세터놀음’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현대캐피탈보다 더 많은 일대일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30번의 원블록 상황에서 16개를 성공시켰고, 현대캐피탈은 23개 중 12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또한 한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98번의 세트 시도 중 50번을 성공했고, 22번을 정확하게 올렸다.

5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은 3년 연속 통합우승과 트레블을 달성하게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중 23표를 받으며 2017-2018시즌 챔프전 MVP 수상 이후 개인 두 번째 수상을 일궈냈다.

이번 챔프전에서 상대한 젊은 세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기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누구를 따라하기 보단 자신의 플레이를 개발하고 이름을 알려야 한다. 다른 세터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자기 걸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리시브가 안 된 공의 세팅을 잘할 수 있다면, 더 정상으로 갈 수 있는 세터가 될 거다.” 한선수의 말이다.

여전히 한선수는 V-리그 최고의 세터다.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지만 한선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을 향해 한선수는 코트로 향한다.

 

 

 

사진_천안/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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