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빈자리가 느껴질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 빈자리가 크다.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렸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 자원인 전광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3월 9일 한국전력전에서 서재덕의 발을 밟으며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전광인은 3~4주 가량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봄배구에 나설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똘똘 뭉쳐 전광인의 공백을 어떻게든 메웠다. 베테랑 문성민이 코트 위에서 전광인의 리더십을 대체했고, 김선호‧이시우‧홍동선이 힘겹게나마 전광인의 빈자리에서 돌아가며 버텼다. 그 결과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2승 1패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전광인의 빈자리는 유독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1차전에서 이시우를 선발로 냈다. 이시우는 8점을 올리며 공격에서는 나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16.67%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1차전을 세트스코어 1-3으로 내준 최 감독은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도 이시우를 선발로 투입했지만, 이시우는 계속해서 리시브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특히 플로터 서브를 오버핸드로 받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최 감독은 여러 가지 다른 수를 강구했다. 미들블로커로 먼저 나섰던 홍동선을 이시우의 자리에 투입해보기도 했고, 3세트에는 아예 김선호를 그 자리에 선발로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1위 팀인 대한항공에게는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공략할 부분이 보였다. 홍동선은 불안정한 리시브와 부정확한 연결이 약점이었고, 김선호는 사이드 블로킹과 공격력이 약점이었다. 결국 어느 선수도 뾰족한 수는 되지 못했고,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0-3(20-25, 22-25, 22-25)으로 무너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캡틴 전광인의 리더십이 그리웠던 순간도 있었다. 꾸준히 앞서갔던 3세트 후반 모든 선수들이 동시에 흔들리며 대한항공에 역전을 허용한 순간이었다. 허수봉이 연속 범실로 무너지고 최민호마저 속공 범실을 저질렀을 때, 현대캐피탈 코트에 전광인이 버티고 있었다면 이 상황을 수습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전광인은 워낙 대단한 선수다. 공격, 수비, 리시브, 서브에 리더십까지 빠지는 구석이 없는 ‘육각형 플레이어’다. 그런 선수를 대체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늘 모두를 놀래키는 지략가인 최 감독이 버티고 있었기에, 또 선수층이 두터운 현대캐피탈이기에 조금의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이 너무 그립다. 전광인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과연 현대캐피탈과 최 감독은 천안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기적을 만들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반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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