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으로 나선 이현승의 손끝은 주눅 들지 않았다. 본인을 믿었고, 베테랑 공격수 형들을 믿었다. 과감한 경기 운영으로 팀에 6연승을 선물했다.
이현승은 이번 시즌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얼리 드래프트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드래프트 당시 최태웅 감독은 “이현승은 대학 무대에서 최고의 세터였다. 장점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흔들리지 않고 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1라운드에는 엔트리에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2라운드부터는 출전 기회를 종종 받았다. 김명관이 흔들릴 때 들어가 소방수 역할을 해줬고, 드디어 선발 출전의 기회를 받았다.
이현승은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우리카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시작부터 여러 공격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새내기 야전사령관의 진두지휘하에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19점, 전광인 17점, 오레올 카메호(등록명 오레올)이 16점으로 삼각편대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박상하와 최민호까지 중앙에서 각각 9점을 챙기며 모든 공격수의 고른 득점을 일궈냈다. 팀은 세트스코어 3-1(27-25, 22-25, 25-13, 25-21)로 승리를 따냈다.
본인의 첫 주전 경기에서 팀의 6연승을 이끌어낸 이현승은 경기 후 “주전으로 경기에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경기 초반까지 긴장을 많이 했다. 코트 안에서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본인의 프로 데뷔 첫 득점을 챙겼다. 3세트 1-1에서 김지한의 퀵오픈을 잡아내며 블로킹 득점을 쌓았다. 이현승은 “잡은 줄 몰랐는데 형들이 옆에서 더 파이팅 해준 덕분에 알게 됐다. 기분이 좋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다”라고 웃었다.
고비가 많은 경기였다. 1세트는 듀스, 2세트는 상대에게 내주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현승은 세터로, 막내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현승은 “초반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막내인 만큼 파이팅 있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중앙 속공을 쓰는 걸 좋아하기에 많이 쓰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남성고-한양대 재학시절 코트 안에서의 이현승 역할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주장이나 선배로의 책임감으로 분위기 메이커 보다는 묵묵히 경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에 더 기울었다. 학창 시절과는 달라진 역할에 대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선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금은 형들을 믿고 더 밝게 나갈 수 있다”라고 했다.
현역 시절 명세터로 평가받은 최태웅 감독 밑에서 가르침을 받으며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이현승은 “배우는 게 재밌다. 감독님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걸로 연구하셔서 잘하는 걸 더 극대화할 수 있게 알려주신다. 특히 토스 기술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로에서 주전으로 뛴다는 것은 남다르다. 기회를 주신 만큼 자리를 확실히 잡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한 이현승은 팀의 막내가 아닌 주전 세터로의 마음가짐도 전했다.
“비록 팀에선 막내지만 배구에선 세터라는 자리가 득점을 내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자리다. 책임감을 가지고 더 경기에 임한다. 즐겁고 재밌게 배구를 한다면 앞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다.”
사진_천안/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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